모두 잠든 새벽입니다. 생계가 어려운 할머니, 할아버지, 실직자들이 폐지를 수거하러 골목길을 다닙니다. 눈은 온통 폐지에 쏠려있습니다. 누군가 먼저 발견할까, 조바심이 납니다.
몇십 년 구른 바퀴 한쪽으로 기울어도
신전을 오르듯 포기 없는 생의 터널
실직은 깊은 그늘로
젖어서 더 무겁다
리어카의 바퀴가 한 쪽으로 기울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실직으로 삶의 벼랑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한 발 한 발이 무겁습니다.
일용할 양식 앞에 가난은 또 등이 굽어
끌어도 떠밀어도 꿈쩍 않는 앞날을
오늘도 뒤적여본다
환한 양지 그 가벼움을
생은 한없이 무겁기만 합니다. 기울어진 생의 바퀴를 끌어도 떠밀어도 꿈쩍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폐지를 뒤적여야 합니다. 양지의 환한 가벼움을 위해서 말이죠.
한국환경공단의 고시 자료에 2023년 12월의 폐지 가격이 나옵니다. 신문지는 1kg당 128.5원이고 골판지는 76.4원이랍니다. 종일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채우고 서너 번을 왔다 갔다 해도 하루에 만 원 남짓 수익이 난다고 합니다. 이 시의 제목이 「무겁거나 가벼운」입니다. '무겁다'라는 건 폐지일 테고 '가볍다'라는 건 값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생은 무겁거나, 가벼운으로 해석이 되기도 하겠습니다. 예전엔 '넝마주이'라고 해서 등에 넝마를 짊어지고 집게로 폐지나 폐품을 줍곤 했던 사람들이 있었지요. 그게 1970년대의 일이고 보면 2024년에 와서도 어떻게 변화가 없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분명 어떤 대안이 있을 텐데 말이죠. 그분들이 '환한 양지'로 나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둠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는 시인의 영향력이 지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