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연말의 되면 그 해의 best 뭐다 worst 뭐다 해서
종종 순위를 매기곤 하잖습니까. 지금 쓰려고 하는 글은
그런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냥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허접 잡글입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올해엔 정말로 볼영화가
거의 없었던것 같습니다. 특히 액션물 쪽에선 진짜 볼거 없었죠.
(근데 내년엔 꼭 보고싶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올해 제가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여름에 한국 들어갔을때 본
프랑스영화 '늑대의 후예들 brotherhood of the wolf'이었슴다.
뭐 어쨌든... 80년대부터 2000년까지 나온 액션영화는
98% 다 봤다고 감히 자신하는 제가 이제까지 나온 액션물 중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영화 10편을 꼽아봤습니다.
개인적인 추천작들이지만 그냥 저 혼자 의견이니 취향에 따라
그냥 씹으셔도 무방합니다.
무순위로 그냥 10편입니다.
1. 싸일런트 트리거 Silent Trigger (1996)
감독: 러셀 멀케이 / 주연: 돌프 룬드그렌
허접평: 누군가 제게 '최고의 영화 딱 한편만 꼽아봐라'라고
질문한다면 아무 주저 없이 입밖으로 그냥 튀어나올
20세기 최고 걸작 중의 大걸작이 되겠습니다.
캐스팅,각본,촬영,음악 등 영화의 모든 요소가 완벽한
보기드문 대작이죠. 제가 돌프 환장팬이 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전 적어도 한 30번쯤 본 것 같습니다.
2. LA 2013 Escape from LA (1996)
감독: 존 카펜터 / 주연: 커트 러셀
허접평: 딱 보기엔 그냥 막 만든 B급 액션물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액션물의 차원을 넘어, 엄청난 재미를 선사하는
A++++급 영화가 되겠습니다. 장면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풍자와 패러디, 블랙코미디 등이 장난이 아닙니다.
속편도 나왔으면 좋겠는데(이 영화는 81년에 나온 '뉴욕탈출'의
속편입니다 - 제 생각엔 전편보다 이 영화가 훨 나은듯)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서 속편은 아마 안나올듯.
(내가 대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들은 왜 항상 흥행에 실패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3. 어쌔신 Assassins (1995)
감독: 리차드 도너 / 주연: 실베스터 스탤론, 안토니오 반데라스
허접평: 제가 생각하는 스탤론 최고의 영화.
사실 이 영화는 액션이라기 보다도 스릴러에 가까운데
스탤론이 나오는 영화라 그냥 액션으로 덤테기 씌웠습니다.
격투장면 같은건 안나오지만 완전히 '내용'으로 승부하는
진짜 잘만든 액션스릴러죠. 특히 종반부에 반데라스가
스탤론 기다리는 장면에선 10분 넘게 아무일도 안일어나지만
그때의 긴장감은 장난이 아닙니다. 암살자(professional assasin)를
소재로 한 영화 중엔 '싸일런트 트리거'와 함께 단연 최고로 꼽고싶슴다.
4. 글리머맨 The Glimmer Man (1996)
감독: 존 그레이 / 주연: 스티븐 시걸, 키넌 아이보리 웨인즈
허접평: 무술액션물에 연쇄살인사건을 접목시켜 상당히 매력적인
장르를 만들어낸 영화(나중에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그냥 액션물로 빠져버리지만 시걸 영화인 이상 어쩔 수 없다).
시걸의 액션도 심심하지 않을 만큼 괜찮은게 많이 나오고 내용도
좋습니다. 버디 액션물의 경우, 둘 중 하나가 액션도 전혀 못하면서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면 관객 입장에선 상당히 짜증이 나는데
(최악의 버디액션물인 리셀웨폰의 경우, 둘다 액션이 안되면서
수다만 떠는데 진짜 짜증난다) 웨인즈는 액션이 제법 되면서도
코믹캐릭터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냅니다. 이 영화에선
스티븐 시걸도 은근히 웃기죠. 액션영화가 이런식으로
웃기는건 처음 봤음. 어쨋건 수준급의 버디 액션물.
5. 맥시멈 리스크 Maximum Risk (1996)
감독: 임영동 / 주연: 장클로드 반담, 나타샤 헨스트리지
허접평: 진정한 액션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진짜 잘만든
영화. 영화 내내 지속되는 암울한 분위기와 파란색 톤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영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속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전부 파란색 계통입니다). 손에 땀을 쥐는 전개에
액션장면 또한 수준급이고 특히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격투씬은
압권이었죠.
잡소리: 반담과 헨스트리지가 러시안 마피아들의 추격을 받고
차도에서 도망치는 장면 있죠? 그 거리가 제가 사는 동네
저 앞쪽입니다. 영화 속에선 뉴욕으로 나오지만 실제 그 장면은
토론토에서 촬영했죠.
6. 언더시즈 2 Under Siege 2: Dark Territory (1995)
감독:지프 머피 / 주연: 스티븐 시걸
허접평: 원맨쇼 액션영화의 최대걸작. 사실 흑인승무원이 약간
도와주기 때문에 100% 시걸 원맨쇼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98% 시걸 원맨쇼입죠 (개인적으로 100% 시걸 원맨쇼를 선호함).
서서히 살이 찌기 시작하는 시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역시 영화에서만큼은 무적철인 초특급 킬링머신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끝장면에선, 시걸이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추락하는 기차칸에서 중력가속도보다 더 빨리 달리는 무공까지
선보입니다. 어쨋거나 오락성 만점의 정말 재밌게 본 액션물.
7. 래피드 화이어 Rapid Fire (1992)
감독: 드와이트 H. 리틀 / 주연: 브랜든 리
허접평: 보통 브랜든 리 최고의 작품으로 '크로우'을 꼽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브랜든 영화는 바로 래피드 화이어 입니다.
(물론 크로우도 대단히 잘만든 영화죠. 근데 액션이 너무 적다.
크로우는 거의 스타일로 승부) 래피드 화이어는 브랜든 리가
정말 뛰어난 무술인임을 확실히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내용도 좋기 때문에 오락적 재미가 끝내줍니다. 마피아 소굴에서
작전이 틀어져서 난장판 만드는 장면은 역시 압권!
8. 리틀도쿄 Showdown in Little Tokyo (1991)
감독: 마크 L. 레스터 / 주연: 돌프 룬드그렌, 브랜던 리
허접평: B급 저예산 액션물의 최고역작. 돈만 쳐다바른 왠만한
블록버스터들 보다 100배는 재밌습니다.(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돌프 룬드그렌과 브랜던 리는 단연 최고의 액션 콤비라 할 수
있죠. 영화의 러닝타임은 78분밖에 안되지만 대신 군더더기
장면이 거의 없고 상영시간 내내 흥미진진합니다.
이 영화에서 브랜던 리 상당히 웃깁니다.
9. 하드타겟 Hard Target (1993)
감독: 오우삼 / 주연: 장클로드 반담
허접평: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오우삼 최고의 영화. 오우삼
영화답게 날으는 쌍권총, 슬로우 모션 남발,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비둘기 등 영상미가 넘쳐나고, 주인공인 반담은
물론 악당과 조연들까지 온갖 폼을 다 잡아가며
다 부수고 날려버리기 때문에 마치 90분짜지 광고를 보는듯한
착각까지 듭니다. 반담의 발차기와 오우삼의 쌍권총이
조화를 이루며, 악당에게 총 7발을 쏜 후 (3발 맞았을때
이미 죽었겠다) 안해도 되는 돌려차기를 먹여버리는 등
현실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환상의 명장면이 계속 펼쳐집니다.
역시 군더더기 장면 없이 수준급 액션이 릴레이로 펼쳐지므로
액션팬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겠죠.
10. 토탈리콜 Total Recall (1990)
감독: 폴 버호벤 / 주연: 아놀드 슈왈츠네거
허접평: 지금은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넘쳐나
이제는 별로 새로운 소재도 아니지만, 이 영화 나올 당시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필립 K. 딕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엄청나게 각색을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보고는 영화를 잘 이해못하는 관객들도 있었을만큼
내용이 짜임새가 아기자기 했죠. 특히 주인공이 '원래
악당이었다'라는 설정(지금쯤 이 영화 못보신 분들 없을테니
말해도 되겠죠?)은 당시에는 매우 신선했습니다.
지금봐도 전혀 후달리지 않는 고급 특수효과로 중무장한
이 영화는 아무래도 슈왈츠네거의 최고작으로 계속
남아있을듯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생각한 최고의 액션물 10편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뛰어난 액션물은 많이 있기만 위의 영화들이 워낙
대작들이기 때문에 아쉽게 밀려났다고 생각해 주시길.
그리고 홍콩영화 쪽으로 범위를 넓히면 액션물은 대단한게
너무 많아서(요새 나오는 홍콩영화들은 전부 쓰레기)
헐리웃 쪽으로 범위를 제안했습니다. (단, 사일런트 트리거는
캐나다/영국 합작)
전 액션 말고도 다른 장르(특히 공포나 스릴러)도 많이
좋아하는데 카페의 특성상 액션만 10편 골라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