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갑계 '두런두런'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
녹동의 유팀장은 여름내내 아파 서울에서 지내셨다며
예산을 포기하려 담당자께 전화하니 어떻게든 써라 했다고 한다.
관리 마을 방문하여 사람 만나는 일은 포기하고 자기 편할대로 어른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사실 마륜지에도 어른들의 이야기가 들어야하는지라 양수겸장으로 잘 되었다.
(이걸 자기표절이라고 해야 하나?)
순주한테 아버지를 면담하고 싶다고 여러번 언질을 두었기에 금요일에
찾아뵙겠다고 한다.
9시 반이 다 되어 차를 끌고 내려가니 뚝이가 먼저 반긴다.
짝을 잃어버린 하얀 거위도 뚝이가 반기자 날 경계하지 않고 뒤뚱이며 따라온다.
어르신은 작업복을 입은채로 화장실 앞을 쓸고 계신다.
난 뚝이의 가슴과 배를 만져주며 기다린다.
들어가라 하시는데 난 기다릴만하다.
화장실 옆 헛간엔 키가 보이기도 하지만 순주의 예초기가 여럿이다.
시간을 보내려 옆집 공우 아재집도 드여다 보고 경식이 집과 덕식 형님집도 넘어 보고 온다.
거실에 들어가 앉는다.
동강초100년사를 드린다.
이야기는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난 질문지를 작성했지만 순서도 없고 클로버 앱으로 하는 녹음도 끊긴다.
그 분이 읽으시는 '남부군'도 찍느라 안방에도 들어가 본다.
순주와 아버지가 함께 자는 방이다.
진원박씨 호산파 족보 축약본은 박현주씨가 편찬한 것인데 빌려온다.
그 분의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클로버 텍스트 문서를 열어도 정리가 쉽지 않겠다.
막걸리 한잔 따뤄주신다.
배를 깎아 주신다.
할 일이 많다. 다른 일을 줄이거나 정리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그 분처럼 나도 방랑벽이 심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