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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RP, 종교대화 위한 발전 방안 모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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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교수 “종교 언어 포기” 주장 법현 스님 “다원론보다 무원론” 제시
“이웃종교를 이해하려는 다원주의도 차이를 인정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자기 주장은 포기될 수 없습니다. 결국 종교언어의 절대화를 포기하고 은유적 의미에 주목해야 합니다.” 보다 적극적인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위해서는 각 종교들의 자기 성찰과 종교언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CRP는 한국에 있어 종교간 대화운동의 방향과 종교 연합기구의 역할을 주제로 ‘종교간 대토론회’를 구랍 27일 세종호텔에서 가졌다. 발제에 나선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종교간 대화를 위한 종교 언어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다원주의도 상호 관계성을 설명하지 못하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될 수 없는 여지가 있다. 차이로만 끝난다면 차이에 대한 자기주장은 결코 포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이를 넘어선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고유의 종교언어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정배 교수는 실례로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가르침이 불교의 연기, 개신교 은총, 원불교 사은사상, 천도교 시천주 주문으로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언어가 어느 경우든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it is, but it is not)’의 은유적 성격을 인정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비로소 이웃종교를 수용하는 삶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배 교수는 자기 종교의 절대 우위를 강조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최근 아쇼카 선언으로 논란을 겪고 있는 불교계의 사례를 들었다. 종교평화를 위한 선언임에도 배타주의 장벽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자기 종교의 시각에서 이웃종교를 이해하려는 포괄주의 유형도 종교가 의당 보편성을 추구하는 한에서는 어느 종교도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배 교수는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종교 언어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이를 위해 자기 종교를 의심하고 성찰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웃 종교에 대한 눈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종교에 대한 의심을 가져야 한다. 맹목적 헌신은 자신의 종교를 세상의 독으로 만들 수 있다. 자기 종교를 비판적으로 볼 수 없다면 우리는 종교언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정배 교수는 또 종교간 이해와 평화를 위한 ‘나눔’을 실현할 것을 강조했다. 인류의 성장이 멈추는 시점에서 갈등과 분쟁이 많아지고 나눔의 가치가 커질 때 종교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또 KCRP가 종교간 대화 이론을 만드는데 더욱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토론자로 나선 열린선원 원장 법현 스님은 이정배 교수의 발표에 동의하면서도 다원론적 사고가 아닌 ‘무원론’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원론도 결국 근원을 가정하기 때문에 무원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찾아내지 않는 사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현 스님은 “어떤 근원을 가정하면 근본주의에 빠져 다른 사상들과 다투기 쉽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원론에 입각한 무원주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서로를 감싸안고, 근원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찾아내지 않는 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가장 작은 하나의 점과 근본적인 존재를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고 해도 끝내 하나의 점이나 근본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또 KCRP의 한글 표기를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서 ‘한국종교평화회의’로 표기하는 방안과 사회적 의제 선도 및 대응 강화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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