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 식당의 메뉴판
김광한
토목, 건설현장에는 아직도 일제시대 때 쓰던 말이 많이 남아 있는데,함바(はんば飯場)도 그런 말 중에 하나이다. 원래의 뜻은 "토목 공사장, 광산의 현장에 있는 노무자 합숙소"의 의미지만, 우리는 주로 가건물로 지어 놓은 현장 식당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고 있다.함바라고 하면 왠지 우리 고유어 같은데,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해진 말 중 일본어가 무척 많이 있다.
인쇄 용어의 대부분이 일본어로 되어있는데 그것은 그 직종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오면서 자연히 구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게라, 와리스께,단도리 등등.
함바 식당은 건설 현장에 따라붙는 또 하나의 식구인데 여기에 건설 노동자들이 식사를 대신한다.그런데 함바 식당의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면 전에는 주로 해장국, 백반 비빔밥 등 몇가지에 불과했으나 건설 인력들의 입이 점차 고급스러워짐에 따라 메뉴판이 무척 복잡해졌다.일식 중국식, 양식 한식 등 여러나라의 음식 이름이 메뉴판에 붙어있는데 먹어보면 맛이 한결같이 신통치가 않다.한식에 들어갈 재료로 중국 음식을 만들고 애식에 쓸 재료를 한식에 쓰더보니 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요즘 대통령이 탄핵 당했다고 빨갱이 야당과 색깔이 비슷한 여당에서 수십명의 대통령 후보자들이 제각기 기지개를 펴고 있다.자기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이다.사람을 판별할줄 아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어림없는 자들이 대통령 나올꿈을 꾸는데 그게 마치 함바식당의 빈대똥 붙은 벽에 걸려있는 메뉴판의 엉터리 요리 이름 같아서 안타깝기만하다.이런놈들의 옹산(甕算) 을 깰 후보가 가까운데서 웃고잇다는 걸 전혀 모르는 것같다.
옹산(甕算)이란 옹기장수가 지게에 둔 옹기를 지게 작대기로 받쳐놓고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옹기 팔고 판 옹기를 다시 팔아 새끼에 새끼를 쳐서 부자가 되는 꿈을 꾸다가 문득 잠꼬대 하다 발로 작대기를 차 옹기가 박살이 났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