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인조반정 이후 이괄의 난亂이 끝날 무렵. 임진왜란 중 귀화한 두 일본인 김충선과 서아지의 드라마틱한 삶과 이들이 항왜인으로서
겪었던 내면적 갈등이 도교적 역사관의 시점에서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촌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영지를 벗어난 죄로 영주의 손에 부모를 잃은 어린 서아지는 이리 저리 떠돌다
조선으로 밀항하여 투항한다. 그는 날랜 칼솜씨로 이괄의 부장副將에 까지 올라 관기 출신인 인홍과 연을 맺어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러나 인조반정의 공신이었던 이 괄은 아들 이 전이 서인들의 모함으로 역모주동자로 몰려 의금부로 압송 당하게 되자
반역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서아지는 다시금 역경에 처하게 된다. 이괄의 부대가 관군에게 진압 당하자, 서아지는 패잔병과
그 식솔들을 데리고 산으로 쫓겨 들어 와 이들과 함께 국경을 넘어 간도로 도피할 계획을 세운다.
반면 영주 사야가는 토요토미 히데요시 휘하의 장수 가등청정의 우선봉장으로 임진왜란 당시 주력군의 길을 트라는 임무를
맡았으나 인의예지를 숭상하는 조선의 정신적 가치를 사모하여 부산항에 도착즉시 귀화한 후 선조로부터 김충선이라는 이름과
종 2품에 해당하는 가선대부(嘉善大夫)의 벼슬을 하사받는다. 광해군 당시에도 10년에 걸친 북방경비 수행의 공을 인정받아 정2품
정헌대부(政憲大夫)로 승진하는 등 그 충성을 인정받지만, 떠나온 가족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오랫동안 홀로 지내다 장가를
들어서도 가정에 안주하지 못한다. 인조 대에 와서도 그 담력과 무술, 그리고 근신의 성품을 인정받은 김충선은 이괄의 반란군
잔당을 소탕하라는 지시를 받고 서아지 일행을 추격하게 된다.
일본식 전술에 능한 김충선에게 포위당한 서아지는 가족은 함께 있어야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같이 도주해야한다고 주장하면
서, 둘 만 도망가자는 인홍의 간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여 원망을 사고, 군졸과 그 식솔 모두들 데리고 포위망을 뚫기란 불가능하
니 아녀자와 아이들을 희생양 삼아 남자들이라도 살아남자는 부장 이 호와 마찰을 일으킨다. 갈등 끝에 관군에게 투항한 이 호가
효시 당하고 김충선의 부대가 목전까지 포위망을 좁혀오자, 서아지는 고육지책을 결행하게 되고, 몇 남지 않은 반란군을 이끌고
관군에 맞서 결전을 치르다 결국 김충선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조선에 반역한 동족 서아지를 죽여야 하는 현실에 갈등하면서 김충선은 반역과 충성에 대해 서아지와 설전을 벌인다.
그러나 서아지는 주위에 널린 주검에 대해 하늘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알 수 없는 운명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된 안도감만
표할 뿐. 김충선이 칼을 높이 쳐 든 가운데, 인조, 광해군, 선조, 이괄과 술자리를 벌여 각자의 공과 과, 그리고 인생과 혁명, 반역에
대해 술을 마시면서 농을 주고받는다. 이들이 아리랑을 부르는 동안 서아지는 김충선에게 청하여 단검으로 자결하고 김계수는
아지의 목울 벤다.
어린 서아지가 하늘을 향해 걸어가면서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