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 이야기
-수원호스피스회 제 15호 축시(2012.12.11.발행)-
이수
주님,
주님이 오신다기에 기다리고 있었지요
주님을 한 번 안아보고 싶어서
나무 밑동에서 잘릴 때에
저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잘리고 깎이고 파일 때 저는
아프단 소리도 못 했고
짐승 똥내 나는 어느 외양간에 버려져
외로운 세월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주님이 오실 날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한 번 안아보고 싶어서
주님,
주님을 한 번 안아보고 싶어서
영원한 생명을 맛보고
사랑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서
작은 구유가 되었습니다.
* 詩作노트 : 저는 평소에 신앙시를 안 쓰는데, '수원호스피스회'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 회원들의 체험과 고백 모음집'을 출판하면서 축시 부탁을 받고 '구유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지금은 대림절이지나 성탄절입니다. 주님이 오실 날을 기다리는 성도의 모습을 외양간의 구유로 형상화해 보았습니다. 가난하고 병들어 버려진 사람일지라도 주님이 오시면 구유처럼 주님을 안아 볼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고 살면 행복할 겁니다. 주님이 오시는 날, 구유는 주님의 사랑의 숨결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