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懷(추회)
차천로(車天路1566~1615)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복원(復元).
호는 오산(五山), 난우(蘭嵎)· 귤실(橘室)·청묘거사(淸妙居士).
조선 선조 때의 문장가, 서예가.
통신사 황윤길(黃允吉)을 따라 일본에도 다녀왔으며, 명나라에 보내는 외교문서를 담당, 그의 뛰어난 문명(文名)은 명나라로부터 동방문사(東方文士)라는 칭호를 받았다.
저서로는 『오산집』· 『오산설림(五山說林)』이 있다.
봄 산이 가을 산보다 낫다고 할 수 없으니
春山非必勝秋山 춘산비필승추산
열리고 떨어지고 생겨나고 한가할 틈도 없겠네
擺落生成覺未閒 파락생성각미한
묵은 잎이 아직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다면
舊綠如曾留木末 구록여증류목말
새로 열매가 어찌 가지 사이에 열릴 수 있겠나?
新紅安可着枝間 신홍안가착지간
*
사람이 곧, 우주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사람은 이내 소멸하고 사라진다.
계절에 春夏秋冬이 있듯이
우주에는 生長斂長이 있다.
끝없는 生老病死가 있기에
다음 세대가 있다.
태어나서 죽는 저, 순환의 고리 속에
몇 천 년을 노래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시대를 살다가면서도
한평생 만나지도 못하고
누가 있었는지도,
살다 갔는지도 모를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나도 그중의 하나이며
먼지같이 어디로 떠돌 연민의 대상도 아닌
바람 같은 존재이다.
가끔 남의 위로보다
나 자신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