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시리즈를 읽고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모든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
모든 똘똘하고 경이로운 것들,
이 모든 것을 주님이 만드셨다.”
-세실 프랜시스 알렉산더의 시이자 제임스 헤리엇의 책 제목에 모티브가 된 글-
제임스 헤리엇의 유년 시절은 언제나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였다. 제임스 헤리엇은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수의과대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대학에서 배운 것은 말에 대해서가 먼저요, 그 다음이 소, 양, 돼지 그리고 마지막이 개이며, 고양이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다. 비록 헤리엇이 예상했던 거와는 달랐지만 헤리엇은 대학에세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졸업 뒤에는 더 가혹한 현실이 있었다. 바로 현저히 낮은 취업률이었다. 헤리엇이 절망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대러비라는 시골에서 일하는 시그프리드라는 수의사가 헤리엇을 면접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것이 그의 이야기에 시작이었다.
최근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가 나와서 아주 재미있게 보고있다. 어쩌면 굉장히 일상적인 주제임에도 어떨 땐 재미를 어떨 땐 감동을 주는 드라마이다. 제임스 헤리엇의 책들도 그러한 것 같다. 제임스 헤리엇의 책은 자전적 소설으로 자신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자신이 겪은 일을 뛰어난 필력으로 재탄생시킨 제임스 헤리엇은 나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한 책이 300쪽 이상에 책이 7권이나 되는데도 그것을 아주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제임스 헤리엇의 이야기는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 기억나는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이 이야기이다. ”레인스 마을에는 계속 수도사 옷을 입은 유령이 출몰하고 있었다. 이에 이 사건을 연구하고 있는 사학자까지 나오는데… 그러던 어느날, 제임스 헤리엇이 자기 방 문을 여는 순간, 그의 눈앞에는 수도사 유령이 있었다! 알고보니 그 사건은 모두 동물병원 원장 시크프리드의 동생 트리스탄이 꾸민 일이었던 것이다. 트리스탄은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타이밍을 맞추어 걸어서 운전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것을 보며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 며칠이 지나고 헤리엇은 클로드라는 사람과 함께 레인스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수도사 유령이 나타났고 클로드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수도사 유령을 혼내주려고 그 수도사를 따라갔다. 안타깝게도 그는 수도사를 놓쳤지만 그날 그 수도사는 지옥을 맛보았다. 그 뒤로 레인스의 유령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오늘날까지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나는 이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헤리엇의 재치있는 엔딩이 맘에든다. 유령이 누구인지 왜 유령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는지 알고 있음에도 마치 미제 사건이나 미스터리처럼 얘기하니 굉장히 재미있었다.
또 내가 책들을 읽으면서 기억남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제임스 헤리엇의 아들 지미이다. 비록 등장한 이야기는 2,3편 밖에 안되지만 정말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아빠의 말을 안 들었다가 다칠뻔한 것, 피아노 공연에서 제임스 헤리엇을 맘 졸이게 한 것 등 너무 얘 같고 귀여웠다. 특히 빵을 떨어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을 때는 정말 너무 사랑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지금쯤 지미는 몇십 세 노인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이상하기도 했다.
수의사 헤리엇 시리즈에 관해서 벌어진 일도 있었다. 내가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건 작년 가을이었다. 첫 권을 읽어보고 나머지 책들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잊어버렸었다. 그러다가 몇 주 전 그 일이 다시 생각이 났고 나는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전권을 중고로 샀다. 그런데 마지막 책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품절되서 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품절됬는데 어떻게 구매는 가능했는가? 어쨌든 나는 환불을 받고 다른 중고 판매자에게서 그 책을 샀다. 그래도 오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처음에 구매한 판매자랑 같은 사람이었다. 판매자가 아이디를 바꿔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품절되서 책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아니 품절됬으면 빨리 알려줘야지 왜 이제야 알려주냐고…
제임스 헤리엇은 시골 수의사가 되어서 자신이 원하던 개나 고양이 대신 가축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굉장히 고된 일이었으나 제임스 헤리엇은 시골 수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도시에 사는 수의사들처럼 많은 개와 고양이들을 만나지는 않지만 대신 그는 그들과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때론 사람들은 그런 빠른 사회에 지치고 뒤떨어지곤 한다. 제임스 헤리엇은 그런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대러비의 자연과 따뜻한 농부들의 심성, 사랑스런 동물들과 함께했다. 제임스 헤리엇은 도시의 바쁜 일상이 아닌 시골의 고되지만 보람찬 일상을 보냈다. 그 일상의 재미는 그 자신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 사람들까지도 즐겁게 해주었다. 스펙타클한 삶도 좋지만 잠시만 발걸음을 멈추고 일상의 행복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