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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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가득 찬 것이 곧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서 춥다고 느껴
지는 날은 아니었다. 그녀의 가게 주변에 크리스마스트리들이 세워지기 시작한다. 하긴 시내는
벌써 연말과 성탄절 분위기로 몰려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녀는 방금 전 오토바이를 타고 온 집배원이 건네준 등기 우편물 봉투를 살펴본다. 마니시 지
법에서 보낸 등기 우편물이었다. 봉투를 급하게 뜯은 후 그녀는 그 내용이 판결을 위한 법정 출
두서 라는 것을 알았다.
‘이게 몇 달 만에 온거야!’
그녀는 출두서를 읽으면서 그동안 조급한 마음으로 짜증을 냈던 것이 사그라지는 기분이다. 법
원이 요구했던 분출과 여름 여행을 다녀오고도 벌써 넉 달째 접어들고 있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짜증스럽게 했었고, 그녀는 그 동안 모래성을 수없이 세우고 무너뜨려야만 했었기 때문이었다.
변변호사에게 연락을 해 보아도 곧 연락이 갈 것이라는 답변 뿐 이렇다 할 시원한 답을 듣지 못
했던 그녀에게 이제 법원 출두서는 또 다른 희망의 시작인 것이다.
‘이제 끝나는구나.’
그녀는 법원의 결정이 나면 이사 갈 계획이다. 분출과 가까운 길 하나 건너 산다는 것이 무척 불편
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고향처럼 정든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은 없다. 결혼하고 계속 이 곳에 살았기
에 친구들도 많았고 가게의 단골도 적지 않았기에 그저 먹지동을 떠나 그 옆 동으로 이사 할 생각인
것이다.
분출은 출두서를 받자마자 변변호사에게 전화를 넣었다.
“변호사님! 출두서가 왔는데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오늘 내일 중 출두서가 갈 것이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요?”
“글쎄요? 그거야 판사의 재량이지만, 사실 내가 보기에는 굳이 이혼 판결을 내리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한데, 서류의 내용을 보면 딱 잘라 이런 이유로 이혼을 허락한다. 고 할 만 한 근거는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부인의 갱년기 스트레스로 나타난 문제일 수도 있고, 하여튼”
변변호사의 말 꼬리가 조금 길어진다. 분출은 다급한 마음으로
“그럼 방법은 없겠습니까?”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변변호사의 말 꼬리가 늘어진다.
“말씀하세요. 이혼하지 않게 해 준다는 조건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습니다.”
“그럼,”
변변호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런 말씀 잘못 드리면 나중에 내가 덤터기를 쓰는 문젠데, 나선생님이 하도 말씀을 하시니 제가
한 마디 드리기는 하겠습니다만, 이 말은 나선생님과 나만이 한 대화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나중
에 내 밥줄이 잘릴 수도 있는 문제라서.”
“그것은 걱정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