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2. 쇠날. 날씨: 낮에는 화창하더니 저녁에는 비가 올듯 흐리다.
춤 수업(5,6)-텃밭(고구마밭 만들기, 모종 심기)-점심-그림 그리기-숟가락 깎기-청소- 다 함께 마침회
[밥상]
아침 나절 춤 수업 마치고 바로 텃밭 농사다. 뒤집지 못한 밭에 거름을 넣고 고랑과 이랑을 만드는 일을 5, 6학년이 하고, 동생들은 어느틈에 자란 풀을 뽑고 옥수수 모종과 쌈채소 모종을 심는다. 높은 학년답게 고랑을 잘 파서 밭을 잘 만든다. 부지런히 몸을 놀리니 땀이 난다. 호박 심을 곳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둘레에 돌로 경계를 잘 만들어 놓는다. 토종 오이 씨앗도 심었다. 아이들은 풀을 뽑아 풀 인형 만든다고 가져간다.
낮에는 수채화 그리기 위한 밑그림으로 사과를 그려놓고, 숟가락을 줄곧 깎는다. 내일 벼룩장터에서 내놓을 계획이었는데 쉽지 않아보인다.
저녁에는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 선생들이 밥상을 차렸다. 번 돈 모두가 장학금으로 쓰이게 되어 다들 뿌듯하다. 자본사회 빈부격차는 비인가대안학교에서도 똑같이 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자라야 한다고, 아이들은 경쟁과 시험이 아닌 주인으로 함께 사는 교육 속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대안학교를 선택한 부모들은 대안학교 재정을 선생들과 함께 짊어지고 있다. 제도권학교에 다니는 가정이 내는 한두 과목 사교육비 보다 적은 비용을 달마다 학부모들이 내고, 선생들은 적은 급여를 받으며 학교를 운영하지만 늘 학교 재정 형편은 적자이고 예산 세우기는 어렵기만 하다. 아이들이 교육받는 곳은 인가와 비인가 상관없이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서 교육의 삼 주체가 행복하도록 도울 일이건만 교육부와 정부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고 이나라에는 없는 국민들과 아이들처럼 대한다. 정책은 예산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던가. 국민들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돕는 게 국가라고 헌법에 나와 있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교육기본법에 담겨있다. 정부가 하지 않는 지원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작했는데 아직 미약하다. 두 명의 교사인건비 3500만원을 지원하고 급식 또한 제도권학교와 같이 100프로 무상으로 지원하는 서울시, 무상급식 및 교육활동 지원과 시설 지원까지 앞서가는 안양시와 함께 수원, 부천, 의정부, 광명, 시흥, 성남, 광주, 전라남도가 100프로 무상급식부터 여러 교육지원을 하고 있다. 떠오르는 게 이정도니 아마 더 많은 자치단체가 정부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고장 과천에서도 대안학교를 4년 전부터 지원하기 시작해서 지난해부터 급식도 50프로 지원한다. 도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자치단체처럼 100프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 밥 먹이는 건 어떠한 까닭이 없이 동등하게 이뤄져야 한다.
어려운 대안학교 처지에서는 분주한 교육활동 틈으로 선생들과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후원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선생들이 차리는 밥상 수익 또한 어려운 가정을 위해 전액 장학금으로 기부된다. 작은 수익이지만 마음을 담은 장학금이니 서로가 흐뭇하다.
가마솥에 푹 끓인 육계장 한 그릇에 어른 칠천 원, 어린이 오천 원을 받았는데 예약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나중에 오신 분들에게는 양이 부족하게 되어 죄송했다. 음식 솜씨가 좋은 선생들이 준비한 육계장 재료를 가마솥에 푹 끓이며 맛을 보았는데 맛나다. 소고기까지 모두 유기농 한살림에서 산 재료로 화력과 압력좋은 가마솥에서 두 시간 푹 끓인 맛이니 내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장작도 지난해 아이들과 고구마 구워먹으려고 패놓은 거로 불을 넣었다.
양이 부족해 밥상을 차린 선생들도 먹지를 못했지만 선생들 먹을 거 없다며 따로 들깨국을 끓여준 어머니 두 분이 있어 저녁을 배불리먹었다. 선생들 애쓴다고 밥 먹으러 와주시고 말리는데도 일을 거드는 분들이 꼭 있다.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오전에 텃밭 일로 삽질하고 낮에는 숟가락 깎는다고 낫질하고 저녁에는 줄곧 서서 가마솥 불 넣고 설거지를 했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라 술 한 잔에 푹 자려고 집에 들어오니 아들이 안주를 시켜놨네. 덕분에 푹 잤다.
첫댓글 따뜻한 정이 오갔던 밥상이었습니다.술 한 잔에 피로가 조금이라도 풀렸음 좋겠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오제아버지가 지난 겨울 항꾸네 협동조합 용접교육에 가서 반 완성해 온 열기고리화덕이 있어요.
가마솥에 맞게 드럼통을 잘라 끼우면 되는 작업이 남아있긴해요.
백숙처럼 대량 삶을 때 정말 좋다고 해요.
이번 주말에 학교로 가져갈게요. 애초에 다 만들어 학교에 드릴려고 했는데...오제아버지 혼자 힘으로는 영영 못할 것 같아요. 같이 하면 곧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마솥에 끓는 육계장을 보니...더 집에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마무리하면서 오제 아버지한테 배우기도 하고, 나무를 덜 써도 되는 화덕을 학교에 주신다하니 잘 쓰도록 할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