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아.
김기덕감독의 1964년작 <남과북>이란 영화를 보면, 극중 엄앵란의 이름이 <고은아>다. 그 영화속 이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은아>라는 이름으로 1965년 한사람의 여배우가 탄생한다. 데뷔작은 <란의 비가>. 연골육종이라는 희귀한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여주인공역을 맡은 <고은아>는 이 영화의 대성공으로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시대를 장식한 여배우중의 한명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어 1965년 당대를 풍미한 <김수용>감독의 <갯마을>로 스타덤에 오르는데, 영화 <갯마을>은 한국영화사 걸작중의 한편으로, 소설보다 영화의 우월성을 자랑한 작품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적인 서정으로 한폭의 수채화처럼 펼친 어촌의 풍경과 여인들의 인생유전을 다룬 이 영화는 스페인 국제해양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며 작품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이며, 한국영화의 황금시대를 장식한 문예영화의 선두에 서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단 한번이라는 단서아래 출연한 영화 <난의 비가>와 <갯마을>의 대성공으로 그후 그녀는 많은 영화들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어 등장한 트로이카 여배우 <윤정희/남정임/문희>와 경쟁하면서도 살아남은 단 한명의 여배우이기도 하다. 그녀가 외모상 풍기는 이미지는 정적인 이미지다. 내가 아는 어떤분은 그녀가 가장 인상깊게 느껴진 영화가 유관순의 후견인인 집사부인으로 분한 김기덕감독의 1974년작 <유관순>이라고도 하는데, 그와 대조되는 히스테를 부리는 중년부인역을 맡은 변장호감독의 1979년작 <0녀>에서의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데뷔이후 그녀의 대표작들을 나열하면...
청춘과부 해순역을 맡아 열연을 한 <갯마을/1965. 김수용/연출>
나도향원작을 영화화한 <물레방아/1966. 이만희/연출>
윤정희.남정임과 연기대결을 벌인 <까치소리/1967. 김수용/연출>
월북한 음악가를 사랑하는 여인역의 <나도 인간이 되련다/1969. 유현목/연출>
첫번째 대종상 여우주연상 수상작 <며느리/1972. 이성구/연출>
고아원 보모로 열연한 <수선화/1974. 최훈/연출>
선우휘원작의 대종상 작품상 수상작 <불꽃/1975. 유현목/연출>
휠체어에 앉아 남편을 빼앗기는 <내일은 진실/1975. 김수용/연출>
그녀의 두번째 대종상 여우주연상 수상작 <과부/1978. 조문진/연출>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 <저높은 곳을 향하여/1981. 임원식/연출>
이런 많은 작품을 남긴 그녀는 <홍의장군>이나 <율곡과 신사임당> <연화>등 사극에서도 정숙한 부인역을 소화해 내기도 하였으며 <청등홍등> <장안명기 오백화>등에서는 기생역으로 열연하기도 하였다.
1967년 합동영화사 곽정환 사장과 결혼을 한 그녀는 1970년대 이후에는 TV에서 도 많은 활동을 하였는데 <파초의 꿈>이나 <달래>등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작품도 많았는데, <사모곡>에서의 연산군의 생모 폐비윤씨로 분한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렇듯 한국영화의 황금시대에 활동하며 수많은 영화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기독교 방송국의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였으며, 서울극장이나 부산의 대영극장,은아극장등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도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지난 2000년 영화 <갯마을>이 VHS 출시기념, 상영회 직전에 <고은아>씨와 유선으로 간단하게 인터뷰를 하였으며, 인터뷰 내용을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요약하여 올립니다.
▶이번주 토요일 <갯마을>을 상영한다. 영화 <갯마을>을 개인적으로 어떻 게 평가하는가?
▷<갯마을>은 나의 두번째 작품이다. 단 한번이라는 단서를 달고 미술대 재학중에 픽업되어 찍은 <난의 비가>가 흥행에 성공하자 오영수원작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 두번째 주연으로 찍은 작품이다.
정말 한국적인 분위기의 영화로, 김수용감독의 연출역량이 아주 뛰어난 영화이자 전조명씨의 촬영도 좋았다. 황정순,이민자,전계현등 연기파 여배우들의 조연연기가 영화의 완성도에 한몫하였으며, 특히 떼과부들이 바닷가에서 멱을 감는 장면등은 아름다웠다.
촬영은 부산 해운대에서 기장사이에 있는 실제 <갯마을>이라는 명칭을 가진
어촌에서 하였으며, 작년 영상자료원의 명배우 회고전에서 나 역시 <갯마을>을 수십년만에 보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었던가? 하고 감탄을 연발하였다. <갯마을>은 나의 영화인생에서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이번에 출시된 <갯마을> 비디오 자켓에 조연으로 나온 전계현씨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나와 있는 것을 아는가?
▷(웃으며) 왜 그랬을까?
▶출시사에 문의하니 전계현씨를 고은아씨로 착각하고 있더라
▷(웃으며)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나를 모르니, 그럴 수도 있지요.
▶갯마을 이외에도 <과부><까치소리><수선화>같은 수작들을 남겼는데...
▷황순원감독의 <과부>나 최훈감독의 <수선화>같은 영화도 좋은 영화들이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60년대 한국영화들이라 하면 신파조의 수준낮은 영화로 오해 하고 있는데, 실제로 내가 활동하던 60년대에서 70년대 초반까지 이른바 문학작품을 영화화한 <문예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어, 한국영화의 질적향상을 이루었으며 <갯마을>같은 좋은 영화들이 무수히 많다.
▶영화계 대선배로서 최근의 흥행작 <친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친구를 일반관객들과 우리극장(서울극장)에서 보았다. 이 영화를 놓고 폭력적이다, 아니다등 찬반 양론이 많은데,지금의 젊은 관객들은 영화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한번 보고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1970년대라는 시대상을 반영하였지만 <친구> 역시 그러한 영화중에 한 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첫댓글 그시절 고은아의 출연작 (불사조)란 영화도 있엇다 영화끝장면에 노래가 흘러ㅇ나오는데 (내 아내 불사조 변함없는 불사조 )........참 그옛날이 그립다
맞습니다 불사조! 신성일씨랑 황정순여사님이 함께 나오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