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먹텅아님은 청주시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영 가볍지가 않았다
15년동안 떠돌이 이불이 장사를 하고도
아직도 이불 트럭을 몰고
이장,저장,요장,그장을 환장하게 떠돌아 다녀야 한다는것 때문에 그런것도 아니고
또 물건을 많이 팔지 못해서 그러는것은 더 더욱 아니었다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어두울 무렵 장사를 마치고 시장입구를 빠져나갈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늦은 시간까지 쪼그려 앉아 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채소를 팔고 있는 구부정한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기 때문이었다
그 할머니들과 눈이 마주치면 할머니들은 으례
콩나물이나 무우,오이,몇개 남은것 싸게 줄테니 사라구 그러구
미나리와 취나물도 싸개 줄테니 사라구 그런다
그럴때마다 먹텅아님은 이번만은 그냥 지나리라 굳게 결심을 하고도
일단 눈만 마주치면 그냥 이것 저것 한 보따리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먹텅아님은 이번만은...이번만은 절대루...하면서도
결국 또 한 보따리 사들고 왔다
한 보따리라구 해봐야 콩나물 천원에 한보따리
천원에 4개짜리 오이 삼천원어치 한 보따리
미나리 2천원어치 또 한 보따리
모두 합쳐야 7천원어치인데 집에 들어와서 끌러보면 쌀 한 말짜리 자루보다 훨씬 크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먹텅아님은 물건을 풀어 놓으면서
뒷 머리만 긁적 긁적 할뿐,할 말을 잃는다
사실 먹텅아님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였다
이 많은 물건들을 모두 어떡한담 ?
먹텅아님 친구중서에도 술이라도 마시면 항상 자신이 먼저 계산하고
늦은시간 술집에 누가 돗자리라든가,방석이라든가,불펜,치약,치솔등등...
이런것들을 팔러와서 밤은 깊었고 차비도 없고,하면서 사정을 하면
가차없이 그런 물건들을 다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글구 그친구는 지금까지 누구에게 욕을 해 본적도 없고 거짓말을 해본적도 없었다
그런 그가 그런 필요없는 물건들을 수시로 사 가지고 오니까 그의 아내가 화가 날 수 밖에...
그 친구는 집밖에만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법 없이도 살 수있는 착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아무도 그 친구를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아직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아내에게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먹텅아님도 옆에 마누라가 있었으면 틀림없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것이다
당신이 긁어온 카드명세서와 저런 필요없는 물건을 볼때마다 내 마음이 어떤줄 아시냐구...
당신이 착하다고 사람들 모두가 말을 하게하고
나는 어리석다고 말하게 놓아 두지 말아 달라구...
이런 물건을 사올때마다 한심 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이제는 당신이 너무 불쌍해 보인다구...
이런 내 맘을 이해 하시겠냐구...
아마두 틀림없이 그렇게 말을 했을 것이다
이 많은 물건들을 모두 어떻게 할것인가 다시 한번 고심을 해 본다
음식을 먹다가 버리는 사람들은 배고파 도둑질을 한 사람보다
죄질이 몇배나 더 큰 법이다
먹텅아님에게 재판관을 시켜 준다면 음식을 먹다가 버리는 사람들은 중형에 처할 것이고
배고파 도둑질을 한 사람은 구류에 처할 것이다
옳치...
오이 여덟개는 우리집앞 오뎅집 아저씨 갇다 주면 되겠구
콩나물 한 보따리 하고 미나리 한 보따리는 울 동네 김밥집 아즈매 갔다 주면 되겠군
결국 먹텅아님은 김밥집에서 김밥 두줄 얻어먹고
오뎅집에서 오뎅 한그릇에 쐬주 한병 얻어먹고 집에 돌아왔다
크으 ~ 쐬주 한병에 얼큰하니 기분이 삼삼해 질려구 한다
이제 주무셔야쥐 ~
드러렁 쿠울 ~
드렁 벌렁 쿠울 ~
음냐 ~ 음냐 ~ 쩝쩝 ~
잘있쪄 ~ 칭구덜 ~
우리 칭구덜 ~
첫댓글 아궁~~~ 먹통아님님~~ 사람 살아가는모습을 제일 많이 접하시면서 사시네요... 님이 재판관이 되어 음식을 먹다가 버리는 사람들은 중형에 처할 것이고 배고파 도둑질을 한 사람은 구류에 처했으면 좋겠네요
마음의 여유가 바늘이 비집고 들어슬 틈없이 사는 이 가여운 중생 그저 미욱하게 하루 하루 살 뿐이랍니다.
나 아닌 다른사람을 볼수있는 여유로움이........^^* 행복해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