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정(栗亭) 이선생[이관의]의 시에 삼가 차운(次韻)하다 - 일두속집1권
학문은 천리와 인도를 궁구하여 당대에 으뜸이었으되 / 學究天人冠一時
누항에 살면서 남이 알아주기를 구하지 않았네 / 而居陋巷不求知
성군께서 특별히 불러 치도를 물으시고는 / 聖君特召問治道
산림 속에 은거하고자 하는 뜻을 허락하셨네 / 因許山林意所之
문익점(文益漸)의〈목면화기(木綿花記)〉에 제(題)하다
한낱 전조의 간의대부(諫議大夫)였으나 / 一介前朝諫大夫
백성에게 옷 입힌 공은 태산처럼 높다네 / 衣民功與泰山高
돌아와 날마다 삼백 잔의 술을 마시고 / 歸來日飮杯三百
천지간에 취해 누우니 기상이 호기롭기도 하였네 / 醉臥乾坤氣象豪
족제(族弟) 여해(汝諧) 의 〈바다가 바라보이는 유거(幽居)〉에 제하다
고매한 선비의 유거가 호사스럽지 않은데 / 高士幽居儉不奢
동구(洞口)는 연하에 잠겨 적적하구나 / 洞門寂寂鎖煙霞
담박한 부추김치도 세상 사는 맛이지만 / 齏鹽淡泊人間味
비 온 뒤 고사리 캐는 것도 무방하리 / 雨後何妨採蕨芽
강머리에서 우인(友人) 아무개에게 시를 지어 주다
강머리에 말 세우고 큰소리로 노래하니 / 駐馬江頭發浩歌
노래 속에 감개한 뜻 저절로 많도다 / 歌中感意自然多
애오라지 한 곡조를 거문고에 올리니 / 聊將一曲移絃上
멀리 의탁한 청음에는 백아의 선율이 흐르네 / 遙託淸音有伯牙
안령(鞍嶺)에서 바람을 기다리다
바람을 기다려도 바람은 이르지 않고 / 待風風不至
뜬구름만 푸른 하늘을 잔뜩 가리고 있네 / 浮雲蔽靑天
어느 날에야 서늘한 회오리바람 일어 / 何日涼飇發
구름을 쓸어버려서 다시 하늘을 보게 될거나 / 掃却群陰更見天
두견(杜鵑)
두견새는 무슨 일로 산화에 눈물짓는가 / 杜鵑何事淚山花
유한을 분명 옛 나뭇등걸에 의탁했겠지 / 遺恨分明託古査
맑은 원망과 붉은 마음이 어찌 너만의 것이랴 / 淸怨丹衷胡獨爾
충신과 지사도 결코 딴마음을 품지 않는 것을 / 忠臣志士矢靡他
악양(岳陽) - 일두유집1권
물 위 부들 잎은 바람 따라 흔들리고 / 風蒲泛泛弄輕柔
사월 화개 땅엔 보리가 다 익었네 / 四月花開麥已秋
두류산(지리산) 천만 봉을 두루 다 돌아보고 / 看盡頭流千萬疊
배는 또 섬진강을 강물 따라 내려가네 / 孤舟又下大江流
첫댓글 정여창은 생전에 시(詩)를 많이 짓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있는것은 위 시가 전부이다. 지리산 유람을 마치고 섬진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일두가 지은 "악양(岳陽)"시에 동행했던 탁영 김일손이 차운(次韻)한것은 다음과 같다.
滄波萬頃櫓聲柔 滿袖淸風却似秋 回首更看眞面好 閒雲無跡過頭流 / 푸른 물결 넘실넘실 노젓는 소리 유연하고, 맑은 바람 소매 가득 가을인양 시원하네. 머리 돌려 다시 보니 정말 그 모습 아름다워, 자취없는 구름만이 지리산을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