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과 뜸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침과 뜸을 놓을 때 시술자는 여러 가지 사항에 주의해야
한다.
『동의보감』은 보통 침과 뜸은 같이 시술할 수 없으며,
사람의 체질에 따라 침과 뜸을 놓아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침과 뜸에 앞서 환자의 상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하며,
침과 뜸을 놓은 후 환자의 상태를 잘 지켜보아야 한다.
이밖에 침 놓기 좋은 장소나 날짜에 신경을 써야 하며, 보사
(補瀉)의 원칙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침과 뜸은 같이 시술해도 괜찮은가
침을 놓을 때는 뜸을 떠주어서는 안 되고 뜸을 떠줄 때는
침을 놓아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두 가지 치료법을 한 개의 혈자리에 동시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그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침과 뜸은 기력의 소모가 큰 치료법이므로 한 가지 치료법만
시행하여도 기운이 순식간에 빠져버린다.
따라서 두 가지를 모두 시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해서
침과 뜸을 동시에 사용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한 군데 예외가 있는데, 바로 복부(腹部)이다.
복부에는 침을 놓고 또 뜸을 몇 장 떠서 침의 혈자리를 고정
시킬 수 있다.
이것은 아마도 복부가 인체에서 지방층이 가장 두터워 침과
뜸으로 인한 손상을 적게 받기 때문일 것이다.
침 혹은 뜸을 시술할 때 환자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를 훈침(暈鍼, 침 맞고 어지러워하는 증상), 훈구(暈灸,
뜸을 시술받은 후 어지러워하는 증상)라고 한다.
훈침, 훈구의 전형적인 증상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슥
거리고, 눈이 가물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대체로 이는 체질 허약, 긴장한 상태, 허기진 상태, 피곤한
상태, 침 맞는 자세 불량, 지나친 침 자극, 지나치게 큰 뜸쑥의
사용 등에서 비롯된다.
만약 훈침, 훈구가 일어났다면 즉시 응급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환자를 똑바로 눕히고 나서 따뜻한 물이나 설탕물을 먹이고
10~15분 동안 쉬게 하는 조치가 그것이다.
이처럼 침과 뜸은 환자가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로 기의 소모가
큰 치료법이므로 치료할 때 둘 중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침과 뜸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래와 같은 경우를 잘 참작하여 침과 뜸을 시술하여야 한다.
• 침과 뜸의 통증을 잘 견딜 수 있는 사람-
뼈가 강건하고 근육이 약하고 살이 부드럽고 피부가 두터운
사람.
• 뜸의 고통을 잘 견딜 수 있는 사람-
피부색이 검고 뼈가 알찬 사람.
• 침의 고통을 못 견디어낼 사람-
살은 단단한데 피부가 얇은 사람.
침뜸을 시술하기 전에 반드시 환자에게
물어볼 사항
다음과 같은 상태의 환자에게는 침뜸을 시술하지 말아야 한다.
혹 반드시 시술해야 할 경우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해야
할 것이다.
• 성교 후-
정기가 고갈되어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 음주 후-
침을 놓으면 기가 혼란된다.
• 몹시 화난 때-
침을 놓으면 기가 거슬러올라가 버린다.
• 지나친 피로 상태-
몸이 허약해져 있으므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 몹시 배부른 상태-
모든 기운이 뱃속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 배고픈 상태-
침뜸을 시술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를 감당할 수 없다.
• 목마른 상태-
인체에 불기운이 조장되었을 때 대처할 수 없다.
• 몹시 놀라고 무서워한 다음-
기가 안정된 다음에 침을 놓아야 한다.
• 수레를 타고 온 사람은 밥 먹을 동안의 시간만큼 누워서
쉬게 한 다음에 침을 놓는다.
• 걸어서 온 사람은 10리를 걸어갈 정도의 시간 동안 쉬게
한 다음에 침을 놓는다.
• 맥(脈)이 미(微, 미약하게 나타남)하면서 삭(數,
빠르게 나타남)한 경우-
뜸 불이 사기(牙氣)가 되어 답답하게 치밀어
오른다.
• 맥이 부(浮, 가볍게 눌렀을 때만 나타남)할 때-
맥이 부할 때는 땀을 내어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러함에도
그냥 뜸을 떠주면 사기가 나갈 수 없게 되어 불기운이 융성
해져 허리 아래가 무겁고 저리게 된다.
• 맥이 부하고 열이 심할 때-
뜸을 떠주면 실한 것을 더욱 실하게 하고 허한 것을 더욱
허하게 하여[實實虛虛], 불기운 때문에 목구멍이 마르고
피를 토하게 된다.
침뜸 치료 후 환자에게 당부할 일
침뜸 치료 후 환자에게 금하도록 당부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성교-
침뜸 치료로 기운이 휘진 상태에서 성교는 치명적인 에너지
손상을 일으켜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 음주-
술기운은 기(氣)의 혼란을 일으켜 침뜸 치료 효과를 상실
시킨다.
• 화내는 일-
화내는 일은 기운의 원활한 소통을 방해한다.
• 피로하게 하는 일-
침뜸 치료로 이미 기운이 빠진 상태이므로 피로하게 해서는
안 된다.
• 배불리 먹는 일-
지나치게 먹으면 기운을 뱃속에 몰아넣어 기운의 균형을
깨버린다.
• 배고프게 하는 일-
침뜸 치료 후 빠진 기운을 보충해야 한다.
• 목마르게 하는 일-
인체에 생겨난 화(火) 기운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길일을 택해서 침뜸을 놓아야 할까
침이나 뜸을 놓을 때는 먼저 그해의 좋고 나쁜 것과 인신
(人神)이 있는 곳을 알아서 나쁜 날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급한 병일 때는 여기에 구애되어서는 안 된다.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 방법에 구애되지 않는다.
『천금방』에서 '대체로 옹저, 정종, 후비, 객오 등은 더욱
급한 병이므로 병이 생기면 곧 치료해야 하며, 또한 중풍으로
급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속히 구급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아주 정당한 말이다.
급한 병으로 생명이 위급할 때에 반드시 좋은 날을 기다려서 치료하려고 한다면 치료하기 전에 죽고 만다.
그러므로 『동의보감』은 여기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직 그 외의 병을 치료할 때에 천덕, 월덕 등의 날을 가려서
약을 먹고 침이나 뜸을 놓을 수 있다.
침과 뜸을 놓는데 삼가야 할 일
침을 놓는 사람은 먼저 혈자리를 잘 알아야 하고, 허한 것을
보하고 실한 것을 사하는데 그 원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죽을 수도 있다.
이 상세한 내용은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피부와 주리에 침을 놓을 때는 기육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하며, 기육에 침을 놓을 때는 근육과 혈맥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근육과 혈맥에 침을 놓을 때는 골수를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하며, 골수에 침을 놓을 때는 모든 낙맥(絡脈)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근막이 상하면 놀라며 정신을 잃고 혈맥이 상하면 답답하며
정신을 잃는다.
피모가 상하면 숨이 차며 정신을 잃고, 골수가 상하면 앓는
소리를 내며 정신을 잃고, 기육이 상하면 팔다리를 가누지
못하고 정신을 잃는다.
『동의보감』은 전문적인 침구서가 아니고 의학의 모든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룬 종합 의서인만큼 「침구」편의
내용이 아주 자세하지는 않다.
따라서 전문적인 침구서들에 실려 있는 불필요한 사변적인
내용들은 생략한 대신, 침구학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실용적
이고 핵심적인 내용들은 빠짐없이 싣고 있다.
『동의보감』이 나올 당시 중국에서는 침술에 시간 개념을
결합시킨 '자오유주침법'이 나와 크게 유행을 했으나 『동의
보감』에서는 이러한 유행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실용
적인 내용만을 실었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중국 의학과는 다른 독창적인 침구학의
전통을 발전시켜 왔다.
중국 의학에서는 침을 찌르고 난 후 침을 조작하는 여러 가지
기교들을 발전시킨 반면, 우리 나라에서는 그러한 기교보다는
혈자리를 정확하게 찾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우리 나라 침구학의 전통은 유성룡의 『침구요결』, 허임의
『침구경험방』 등의 책으로 정리되었으며, 또한 이형익의
번침술, 사암도인의 사암침법 등과 같이 독창적인 침법이
발달하기도 하였다.
침은 한의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 서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다.
침술에 대한 연구는 경락의 실체를 밝히는 차원에서 진행되기도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침술이 가지는 임상적인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연구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수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