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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명화극장 | ||
정겨움과 아늑함이가득한 이곳은 안산 단원구에 위치한 ‘명화극장’. 일반적인 멀티플렉스 분위기와 사뭇 다른 이곳은 경기도 유일의 ‘어르신’ 전용 극장이다.
젊은 취향의 멀티플렉스에서 밀려나 영화로부터소외된 어르신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와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2년 11월 민간에 의해 들어선 도내 유일의 실버극장이다.
▲ 극장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인들. |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김현주 실장이 앞으로 나와 영화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어떤 영화고, 어떤 의미를지닌 영화인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해설이 있는 영화’인 셈.눈에 띄는 점은 또 있다. 자막의 크기다. 시력이 나쁜 어르신을 위해 자막을 새로 제작했다. 크기를 늘리고, 음영을 줘 가독성을 높였다.
눈이 좋지 않은 기자가 안경을 벗고도 뒷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큼직했다.이렇게 매주 2편씩, 매달 8편의 각기 다른 영화가 극장에 내걸린다. 지난 2년동안 상영된 영화만 200여 편에 이른다.
▲ 상영 예정 영화 포스터를 살피고 있는 관객들. |
이 같은 인기의 배경에는 저렴한 티켓 값이 한 몫 한다.만55세 이상 관객은 관람료가 2천원, 그 이하는 7천원의요금을 받는다. 청년이나 중년도 어르신과 함께 올 경우 2천 원에 볼 수 있다. 어르신과 함께 오면 관람료가 2천원으로 할인된다.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싼 팝콘과 콜라 대신 ‘0원’에 뽑아먹을 수 있는 커피 자판기가 마련된점도 정감가는 대목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티켓을 버려서는 안 된다. 같은 층에 있는 식당에 영화티켓을 가져가면 500원~1천원가량 음식값을 할인해 주기 때문이다.이외에도 안산 명화극장은 매주 첫 주와 셋째 주 금요일,단골 관객을 대상으로 무료 영화관람과 노래, 장기자랑, 연극 등 다양한 무료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 명화극장서 열린 다문화 공연. |
■ 단순 문화시설 넘어 교육공간 활용
명화극장은 단순 상영시설만은 아니다. 어르신을 위한 교육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과목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조작법이다. 지역의 노인복지민간단체인 ‘은빛둥지’와업무협약을 체결해 ‘명화극장’ 과정을 따로 개설했다.노인평생학습과정의 일환으로 매주 수요일 컴퓨터와 스마트폰 교육, 사진촬영과 사진편집 등의 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극장 내 중·고등학생 자원봉사자를 상시 배치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카카오톡 보내는 법’, ‘인터넷 쓰는 법’,‘지하철과 버스 앱 사용법’ 등 실생활과 밀접한 스마트폰사용법을 따로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
어르신에게 인기가 높아, 최근 6개월간 진행했던 상담과 교육사례를 모아 올해 내 교제로 제작, 극장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명화극장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을 위한 공간인 만큼 영사기사부터 극장 청소, 관리직원까지 모두 60세 이상 노인으로 채용했다.
영리 목적이아닌 극장인 탓에 많은 액수를 지급하고 있지 못하지만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일자리를 찾는 어르신이 많다.명화극장의 정규직원은 6명, 여기에 사회공헌일자리, 베이비부머일자리 등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50·60·70대인력까지 포함하면 25~30명이나 된다. 명화극장은 지난해 5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더 나아가 서울이나 인천 등 멀리서 방문하는 타 지역관객을 위해 안산시에서 운영 중인 시티투어버스를 활용,지역 관광지 소개와 함께 영화 관람 뒤 무료해진 어르신을위해 또 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다양한 계층 소통하는 열린공간
겉으로 문제없어 보이지만, 재정상황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장당 2천 원의 티켓 값으로는 편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하는 영화 판권비와 자막 제작비의 절반조차 충당하기 힘든 실정이다.영리보다는 노인복지에 방점이 찍혀있는 만큼 태생적으로 적자구조다.
이 때문에 입장권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적자폭은 기업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SK케미칼을 비롯해 유한킴벌리, 하나은행과 MOU를 체결해 매년 기부금과매칭펀드, 자원봉사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100세 시대’를 대비해 노인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저변에 흐르고 있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결정적인 후원으로 명화극장을 이끄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경우에는 극장 내 공간에 자사의 실버브랜드인 ‘골드 프렌즈’ 매장을 입점시켜, 홍보는 물론 매칭펀드를 통해 판매수익금의 두 배가량의 기부금을 명화극장에 후원하고 있다.하나은행은 아예 명화극장 전용 ‘실버시네마 행복문화카드’라는 체크카드까지 만들었다.
해당 카드로 표값을 결제할 시 티켓 가격 할인은 물론 기부금 후원까지 하고 있다.그럼에도 아직 운영상의 적자폭은 상당하다. ‘실버극장’에 운영금을 보조하는 서울시의 경우처럼 경기도나 시차원의 지자체 보조금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 지역 홍보를 위해 명화극장은 안산시와 함께 시티투어 버스를 운영중이다. |
자체적인 수익 모델 개발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공익적 기능을 살리면서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복안이다. 그 같은 맥락에서 명화극장은 올해 말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다문화극장’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 개발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공익적 기능을 살리면서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복안이다. 그 같은 맥락에서 명화극장은 올해 말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다문화극장’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 시도다.외국인 근로자가 밀집돼 있는 안산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자국의 영화를 보기 위한 수요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실버극장 상영이 종료되는 저녁 시간 이후에외국인 근로자 관객을 유치할 수 있어 적자폭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주효했다.이미 필름마켓을 통해 태국이나 필리핀, 중국 등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은 국가의 영화판권 구매를 위한 절차를 상당부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계층이 영화를 통해타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명화극장 측은 기대하고 있다.
명화극장 김현주 실장은 “지금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앞으로도 다양한 기획과 서비스 질 확보를 통해서 노년이외롭지 않은, 활기찬 인생 2막을 펼쳐갈 수 있도록 노력할것”이라며 “100세 시대, 어르신들의 문화공간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