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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악마의 대법(大法),환혼백팔령시(還魂百八靈屍)
①
지하밀부.
"......!"
천우는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밀부 앞에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봉황성 내에 이토록 엄청난 비밀 별부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조차 모른다면 천하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임에 분명했다.
지하궁전(地下宮殿).
단목신수와 함께 지하세계로 들어선 천우는 겨우 마음을 진정 시키며 주위를 자세히 살폈다. 미로(迷路)는 거미줄처럼 복잡하여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
미로는 한 지점에서 넓어지며 바둑판과 석로로 이어졌다.
석로를 지나면 거대한 지하광장에 이르게 된다. 광장 한편에는 고풍(古風)의 석전들이 축조돼 있었다. 그 옆으로는 가산이 세워져 있었고, 한쪽에는 인공 연못마저 마련돼 있었다.
단목신수는 웅장한 지하궁전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노부는 오래 전부터 이곳을 마련해 두었다."
그는 천우의 의구심을 간파한 듯 지하밀부의 유래를 설명해 주었다.
"본래 이곳은 전국시대(戰國時代)의 한 재상(財相)이 은밀하게 축조해 놓은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원래의 모습을 잃었지만 노부는 이곳에 다시 거금을 들여 다듬었다."천우는 그를 따라 내전으로 들어 섰다.
그는 지하궁전 곳곳에 잠복해 있는 수많은 고수들의 종적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고절한 무공의 소유자들이군. 봉황성의 숨겨진 힘이이다.......'이때 문득 그는 검미를 번쩍 치켜 올리며 나직이 외쳤다.
"이곳은 바로... 환천군림부(幻天君臨府)가 아닙니까?"단목신수는 흠칫하여 그에게로 몸을 돌렸다.
"아니, 네가 그 것을 어떻게 아느냐?"
천우는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장백에서 들었습니다."
"음... 하긴 너의 수단이라면 가능하겠지."
단목신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이제 곧 천하를 지배할 환천군림이다."그의 두 눈에 강렬한 신광이 폭사했다.
"또한 본가의 수백 년 심혈이 어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너는 나의 아들! 따라서 필히 알아 두어야 할 것이다.""말씀해 주십시오. 아버님!"
지하궁전을 둘러보는 단목신수의 눈에는 엷은 감회마저 서려 있었다.
"환천군림부는 궁극적으로 제왕(帝王)의 도(道)를 실현키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천 수백 년 전부터 무림에는 하나의 신화가 있었다. 지극천단설(地極天壇設)이 바로 그것이다."지극천단설.
천우는 안광을 빛내며 잠자코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제왕오대신가(帝王五大神家)는 천단오신주(天壇五神珠)가 흩어 나가며 형성된 무가(武家)이다."단목신수의 말은 계속됐다.
"천화(天火), 천금(天金), 현수(玄水), 신목(神木), 토행(土行) 오대신가는 그 뿌리가 하나이다. 나는 언제고 그것이 하나로 모일 것을 믿고 있다."그의 두 눈에선 은은한 광기마저 서려 나왔다.
"하나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천단오신주는 흩어져 있었고, 오대세가는 나름대로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천우는 그의 말을 신중히 뇌리에 새기며 계단을 올라섰다.
"지극천단에는 인간이 하늘에 오르려는 집념의 의지로 형성된 초인지학(超人之學)이 비장돼 있다. 그것은 오직 천단오신주, 즉 제왕오대신신주가 합쳐져야만 얻을 수가 있다."단목신수는 석전의 긴 회랑으로 들어 섰다.
"노부는 태어나면서부터 천단(天壇)을 열고 제왕(帝王)이 되려는 야망을 품어 왔었다. 그것은 본가의 오랜 숙원이며, 인간의 극에 이르러 하늘이 되려는 집념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설의 천단은 벌써 천여년 전부터 지상에서 사라졌다. 지각의 변동에 의해 장백의 지하에 영원히 묻혀버린 것이다.""아......."
천우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단목신수가 왜 그렇게 험한 준령을 무림고수들을 색욕으로 현혹하여 납치한 후 마뇌향을 먹여가면서 까지 종유동굴을 파들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단목신수 한 개인의 야망을 위해 벌인 공사임을 천우는 알게 된 것이다.
단목신수는 천우와 나란히 회랑 모퉁이를 돌며 힘있는 어조로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노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십여 년 간 줄곧 장백의 무간동(無間洞)을 파 온 것도 그 때문이다."천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제시했다.
"설혹 천단을 발견한다 해도 천단오신주가 없다면 제왕지도의 성취는 불가능하지 않습니까?""아니다!"
단목신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분명 그랬다."
"......?"
"하나 지금은 천단오신주가 필요치 않다."
"예예......?"
"천단이 지하에 붕괴되어 있다면 필시 그 금제 또한 파괴 되었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오신주가 없어도 초인지학을 얻을 수 있다."천우는 내심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으음... 충분히 가능하다...! 놀라운 추리로군!'
그는 사태의 급박함을 느끼며 한 가닥 살심을 품었다.
'만일 이 자가 천단을 발굴한다면... 세상은 암흑의 수렁 속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그의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졌다. 손만 뻗치면 단목신수의 후면 급소를 강타할 수 있다. 아무리 천하의 봉황성주라 해도 그의 생명은 천우의 수중에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순간 만큼은 무림대의라는 단단한 자제력을 뚫고 억눌러 두었던 원한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공력을 운집했다.
"이 상태라면 천단을 여는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그는 천우에게로 몸을 돌렸다.
천우의 굳어진 안색에 그는 미미한 의혹의 빛을 띄웠다. 그러나 그는 만년에 되찾은 자신의 아들, 천우를 신뢰했다.
"그러나, 노부는 천단에 모든 것을 걸진 않았다. 비록 천단을 열지 못하더라도 환천군림부의 힘만으로 천하는 일통(一統)될 수 있다."이윽고 그들은 회랑의 막다른 지점에 이르렀다.
"바로 이 속에 환천군림부의 진정한 힘이 잠재돼 있는 것이다. 본가의 수백 년 염원을 달성시켜 줄 고금최강의 힘이 말이다.""......."
천우는 그가 가리키는 석벽으로 시선을 돌렸으나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단지 평범한 석벽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제 너도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단목신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그는 그 자세로 허공에 수평선을 그었다.
기-- 이이이이잉--
석벽의 한쪽이 쩍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아......."
천우는 짐짓 감탄의 표정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욱한 묵연(墨煙)과 함께 열려진 석동 속에서 짙은 묵색 운무가 뭉클뭉클 뿜어져 나왔다. 그 속에 엷은 녹색 인광(燐光)마저 번득였다.
'부골시독(腐骨屍毒)!'
천우는 그 묵연이 천하에서 가장 극독한 부골시독임을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한 번 맡기만 하면 그대로 전신이 썩어 문드러지는 절대극독이다.
"이것을 입에 물어라! 그리고, 동부 안에 들어서면 결코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 차분히 노부의 뒤만 따라오면 안전하다. 이것 만큼은 명심해야 한다."단목신수는 그에게 푸른색 피독주를 건네 주며 엄중히 당부했다.
"예, 아버님!"
천우는 그의 표정에서 석동 안에 잠재된 위험의 정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대체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그가 이토록 긴장하는 것일까?'그는 부쩍 치미는 호기심 중에서도 내심 냉소를 쳤다.
'내가 만독불침(萬毒不侵)의 몸임을 알았다면 피독주 한 알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단목신수는 묵연을 헤치며 석동 안으로 들어 섰다. 천우는 그의 측면으로 한 걸음 간격을 두고 따라 들어 갔다.
기-- 이이이잉--
석동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가 다시 닫혔다. 동시에 정면을 막아선 또 하나의 철문이 활짝 열렸다.
이중문(二重門).
첫째 문이 닫혀야 둘째 문이 열리게끔 설계된 치밀한 차단 장치였다. 묵색의 자욱한 운무를 다시 뚫고 지나가자 둘째 철문의 내부가 드러났다. 그것은 쾌 넓은 원형의 광장이었다.
묵연을 뚫고 저 안에서 핏빛의 광채가 엷게 뿜어져 나왔다.
슈... 슈슈......!
극악한 부골시독이었지만 피독주에 밀려 두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못했다. 피독주의 푸른 기운에 밀린 묵연은 그들의 일 장 둘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천우는 걸음을 내닫다 말고 석상처럼 멈춰섰다.
"......!"
그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경악(驚愕), 그리고 전율(戰慄)......!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너무도 생생한 엄청난 공포(恐怖)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으으, 사람이 아니다... 이 자는......."
부글... 부글.......
지하 수백 장 밑에서 끌어 올린 용암이 거세게 들끓고 있었다.
무쇠 덩어리라도 이 용암 속에 던져지면 이내 쇳물로 용해돼 버릴 것이다.
그런데 시뻘겋게 끓고 있는 용암 속에 백팔 인이 상반신만을 드러낸 채 앉아있는 것이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 용암 위에 좌정해 있을 수 있다니... 대체 이것이 진정 가능한 일인가?모두 백팔인이었다.
그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의 상태로 있었다. 그들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중년에서 노년까지, 그리고 여인의 숫자도 족히 삼십여 명이나 되었다.
기이한 것은 그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핏빛 광휘, 그들은 마치 핏빛의 수정막에 싸인 듯 이촌 두께의 피부막을 지니고 있었다. 용암 속에서도 그들의 신체가 녹아들지 않는 것은 그 혈강막 때문인 듯했다.
끔찍하게도 그들의 뇌호혈은 일촌 넓이로 갈라져 갔다. 허연 뇌수가 그대로 내비쳐 보일 정도였다.
석부 안의 부골시독(腐骨屍毒).
그 검은 독무는 백팔인의 뇌호혈을 통해 그들의 체내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용암에도 녹지 않고 절대극독인 부골시독마저 체내로 흡수하는 이들 백 팔 인.
대체 이들의 불가사의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단 말인가? 천우는 분노에 치를 떨며 날카롭게 외쳤다.
"환혼영시대법(還魂靈屍大法)--!"
그것은 지옥을 옮겨다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극악한 사술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무림의 태양인 대정봉황성의 지하에 이런 가공할 장소가 숨겨져 있다니 실로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환혼령시대법--
지금 석부 안에 펼쳐지고 있는 극사한 대법이 바로 악마의 환혼대법이었다. 너무도 극악무도한 시술 방법이기에 마도계에서조차 금지시킨 전설의 악마대법!단 한 구의 환혼영시를 탄생시키는데만도 일천 구의 시신이 필요하다. 죽은 지 삼 일이 안된 일천 구의 시신에서 뽑아낸 부골시독(腐骨屍毒).
그것을 피시술자의 뇌호혈에 이십 년에 걸쳐 주입시킨다.
동시에 용암이나 반양지(盤陽池)등에 담구어 부골시독을 중화시킨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환혼영시는 한 몸에 천인(天人)의 능력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도검불침의 금강불괴지신을 이루기에 그 어떤 무공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
또한 신지를 상실한 상태에서도 본래의 무학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므로 환혼영시 한 구만 탄생해도 천하는 대혈겁 속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환혼영시의 탄생은 바로 악마(惡魔)의 현신이었다. 이 석부 속에서 그 가공할 마력의 환혼영시 백 팔 구가 탄생 직전에 있었다.
이 얼마나 통천경악할 사실인가? 천우는 한참 동안이나 전율을 금치 못했다.
부...... 붕...... 붕.....
사방의 자욱한 독연 속에서 무수한 독봉들이 쏟아져 내렸다.
녹색 인광이 번득이는 눈, 검은 날개에 붉은 몸체를 한 이촌 길이의 무시무시한 독벌떼였다.
사시독봉(死屍毒峰)--
시체의 부독(腐毒)만을 먹고 사는 천하제일의 극독충(極毒筮). 이 사시독봉에 쏘인 자는 삼보를 옮기기도 전에 전신이 문드러져 죽고 만다.
"쉿-- 사시독봉을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
단목신수는 전음을 펼쳐 천우에게 주위를 주었다. 천우는 석부 안을 둘러보며 간담이 철렁 내려 앉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해골.
바닥에 산재한 수천 구의 해골들은 벽과 천장에까지 매달려 있어 그 숫자는 실로 수천 수만을 헤아리고도 남았다.
부패될대로 부패된 해골은 시꺼멓게 변색돼 있었다. 석부 안을 가득 채운 부골시독은 바로 이 엄청난 수효의 해골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더욱 몸서리쳐질 광경은 수만의 해골더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수백 마리의 사시독봉이었다.
'으으.......'
천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터질 듯한 분노를 애써 눌러 참았다.
'단목신수! 네가 과연 사람이냐? 악마의 대법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이십 만 팔천 구의 해골들은 대체 어찌된 것이냐? 그리고 대법의 방해자를 죽이기 위해 키워 놓은 사시독봉! 비록 시신이니마 어찌 벌레들의 먹이로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이냐? 이 짐승만도 못한 작자야!'그의 격분과는 달리 단목신수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아니 오히려 용암 위에서 양성되고 있는 환혼백팔영시(還魂百八靈屍)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흥분과 열기로 빛나고 있었다.
"보고 있느냐? 저 환혼백팔영시의 당당한 모습을......! 저것들은 단목가의 염원과 숙원을 현실화 시켜 줄 절대최강의 힘이다!"그의 음성은 들뜬 희열로 인해 가늘게 떨렸다.
천우는 대꾸조차 하기 싫었다.
단지 용암의 중화 속에 부골시독을 끌어 들이는 환혼백팔영시들을 묵묵히 쏘아볼 뿐이었다.
'아... 저 괴물들이 세상에 풀어진다면 천하는 결단난다. 대체 무엇으로 저들을 막는단 말인가?'단목신수는 자신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대견스레 응시하며 자랑스레 말했다.
"저들 환혼백팔영시들은 대법을 완성하기 위해 용암에 들어 있기 전에도 천하무적의 고수들이었다.""......?"
"이십 년 전, 마왕성의 환우겁천백팔마(還宇劫天百八魔)를 상대하기 의해 당대 최고의 고수들 삼백여 명이 규합했다.""제천삼백열협(濟天三百烈俠)--!"
천우는 자신도 모르게 부르짖고 말았다. 단목신수는 회상에 젖은 눈빛으로 과거지사를 얘기해 갔다.
"그렇다. 제천삼백열협! 그들은 진정 뛰어난 인물들이었다. 마왕성의 무적군단인 환우겁천백팔마가 그들의 손에 의해 모조리 격멸되었다. 물론 제천삼백열협도 무사하지 못했다. 무려 이백여 명이나 목숨을 잃었고, 겨우 백 팔 인만이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다."'아... 그렇다면... 그렇다면......?'
천우는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듯했다. 단목신수는 그의 심적 고통을 더욱 가중 시키려는 듯 유쾌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제천백팔열협! 그들의 부상은 엄중했다. 개중에 태반은 무공이 상실된 채 폐인이 되다시피할 정도였다. 진정 안타까운 일이 아니냐? 만일 너라면 그 열협들을 그대로 죽어가게 내버려 두겠느냐?"천우는 열혈의 분노를 가까스로 억제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을 네 놈은 하고 있다......!'"노부는 그들의 혁혁한 전공을 생각해서라도 그대로 방치해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환혼영시로 만든 것이다. 비록 그들은 신지를 상실했지만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무공을 펼칠 수 있다."'악마--!'
천우의 얼굴 근육이 심한 경련을 일으켰고 그의 가슴 속은 극심한 격동으로 폭발 직전에까지 이르렀다.
단목신수는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었다.
"진정 아름다운 일이 아니더냐? 마왕성을 깨뜨린 그들의 무공이 이제 본 가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쓰여지게 됐으니 말이다. 그들은 이제 불사지체(不死之體)의 몸으로서, 본가의 충복이 되어 무림을 위해 또다시 충성을 바치게 되었으니 말이다."극에 이른 분노!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그 극에 이른 분노를 참아낼 수 있다면... 그는 명경처럼 고요한 냉정으로 되돌아 올 수 있게 될 것이다.
천우는 한 순간의 싸늘함 속에서 이성을 되찾았다. 그렇다고 그의 마음 속에 분노가 모두 사그라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활화산 같은 분노는 얼음처럼 차디찬 분노로 얼음처럼 차디찬 분노로 변모돼 있었다.
백색의 분노!
천우는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 죽이는 것은 그의 악마적 죄과에 비해 너무도 사치스러운 최후를 안겨다 주는 것이다. 좀 더 잔인하게 그리고 좀더 고통스럽게 죽여야 한다. 아니, 천하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서서히... 아주 서서히 죽여야 한다. 그래도 이 악마의 죄과는 용서될 수 없다.'슈...... 슈슈슉......
부글부글 끓던 용암에서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짙은 홍무(紅霧).
그와 함께 환혼백팔영시의 전신에 서린 혈강막이 투명한 빛을 발했다.
우-- 우웅--
석부 전체가 심한 진동을 일으켰다.
환혼백팔영시의 뇌호혈로 스며들던 부골시독이 엄청난 속도로 빨려 들어 갔다.
"오... 마침내, 환혼백팔영시가 탄생된다!"
단목신수는 감격에 겨운 외침을 발했다.
천우는 참기로 했다.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로 인해 천하에 끼칠 우(憂)를 상기해서라도 끝내 감정의 충동을 참았다.
이 순간 석부 전체가 빨갛게 달아 올랐다. 석부 안을 가득 채웠던 부골시독은 환혼백팔영시의 몸에 모두 흡수돼 버린 것이다.
용암의 극열지화(極熱之火) 역시 백팔령시의 체내에 모조리 흡입됐다.
번-- 쩍--
암흑을 깨고 치솟는 아수라의 마안(魔眼)인가? 그 강렬한 섬광은 눈을 뜬 환혼백팔영시의 안광에서 발로된 것이었다.
'으으--! 엄청난 살기!'
한 명의 환혼영시의 안광과 직시하게 된 천우는 심장이 파열되는 고통을 느꼈다. 단목신수는 재빨리 소매 속에서 둥근 금환을 꺼내 들었다. 환 둘레에는 아홉 개의 구리 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환혼백팔영시! 이제 너희들은 이십 년의 수련 속에 탄생된 것이다. 어서 일어나거라."딸랑... 딸랑.......
아홉 개 동령은 제각기 기괴한 음향을 발했다.
이에, 용암에 반쯤 잠겨 있던 환혼백팔영시는 유령처럼 몸을 날려 석부 안으로 내려섰다. 혈강막 때문인지 그들의 피부는 마치 핏빛 유리질에 덮인 듯 매끄러웠다.
섬뜩한 것은 그들의 피부는 마치 핏빛 유리질에 덮인 듯 매끄러웠다. 그 혈안에서는 한 점의 인성과 감정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지 파괴와 잔혹의 기운만이 뭉클뭉클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쐐-- 애애애액--
쏴-- 아아아아--
십만 팔천 구의 해골더미 속에 부착해 있던 수백만 마리의 사시독봉들이 녹색 광선이 되어 날아 들었다.
자신들의 먹이인 부골시독이 환혼백팔영시의 몸에 모두 흡수됐기 때문이다. 사시독봉들의 공세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금철을 녹이는 극독과 세촌 두께의 철판도 관통하는 독침을 보유한 죽음의 독벌!녹색 인광을 발하며 날아드는 그들의 대공세는 철산(鐵山)이라도 대번에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것만 같았다.
단목신수는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이 격돌을 주시했다.
천우는 내심 기원했다.
'사시독봉들아! 제발 저 악마의 대법으로 탄생한 악령들을 녹여 버려라!'파-- 라라라라락--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환혼백팔영시들의 혈강막에 닿은 사시독봉들은 가루가 되어 찢어지는 것이 아닌가? 너무도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천하제일의 극독을 지닌 사시독봉조차 저들의 혈강막을 관통할 수 없다면 대체 무엇으로 저들을 공략할 수 있단 말인가?천우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무시무시한 공격을 받던 환혼백팔영시들이 간단한 반격을 시도했다.
번-- 쩍--
그들의 두 눈에서 엄청난 화기를 동반한 섬광이 폭사해 나왔다.
허공을 가득 채운 사시독봉떼는 삽시간에 화공 속에 휘말렸다. 죽음의 독벌 사시독봉의 공포는 환혼백팔영시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허허헛......."
단목신수는 그 광경을 보며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그의 가슴 속은 이미 천하를 장악한 듯한 격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하일통! 아... 그것이 내 대에 이르러 드디어 성취되다니... 구천에 계신 선조들이시여, 기뻐 하소서. 본 가의 숙원과 야망의 달성이 이제 목전에 이르게 되었나이다!'천우는 참담한 비애를 씹어야 했다.
닥쳐올 무림 대파멸 속에서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천우는 최후의 순간가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조만간 자신이 할 일을 생각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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