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은 인생의 로드맵
늘푸른언덕
2024년 용의 해, 갑진년 새해 아침을 부푼 기대와 포부로 열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한 해의 시작점에서 세웠던 당찬 계획들이 이제 그 중반을 지나며 얼마나 과연 이루어졌는지 또는 당초 계획한 대로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중간시점에서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지나온 한 해의 반을 계수하는 이러한 생각의 작업들이 흡사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우리가 태어나 육신의 호흡이 다하는 날까지 만들어가는 인생이란 시간을 한 해의 시작과 끝이라는 점에 대위(代位) 시켜 보면 그것은 흔히 비유되는 마라톤 경주와 같습니다.
우리가 맞이한 올해 2024년 7월은 마라톤 경주의 전장 42.195Km 풀코스의 중간 지점인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점입니다. 등산으로 이야기한다면 자신들이 계획한 산의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 또 올라 정상을 찍고 잠시 숨 고르기 한 후 하산하는 여정의 시점으로 연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인생 100세의 인생길에 펼쳐보면 경주의 반환점인 인생 50을 지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 수명이 강건해야 60세이고 길면 70이란 나이를 장수라고 칭송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 오늘날 인생 70에도 아직 청년 같은 마인드로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인생 반환점의 나이도 옛날 3~40대에서 인생 5~60대로 그 위치를 조정해야 할 듯합니다.
사람마다 인생 후반을 구분하는 기준이 각기 다르겠지만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직장이나 전문적으로 하던 일에서 한 세대의 시간을 구가한 후 은퇴하는 시점을 일반적으로 인생 전반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인생 전반부에는 혈기도 왕성하고 자신의 꿈과 포부도 창대하여 이 시기에 성공하기 위한 인생의 청사진을 그려 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지표로 삼는데 이것을 흔히 ‘인생의 로드맵’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로드맵은 주로 삶의 왕성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생의 2막이나 인생의 후반전에 남은 삶의 로드맵을 그리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회사라는 공동체에서 인생 1 막을 마치고 인생 나이 55세에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며 열었던 분야가 ‘코칭’입니다.
비교적 짧은 시기에 코칭 분야에 입문하여 한창 기업 강의를 다니던 시절, 기업의 중간리더들을 대상으로 변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처음 도입부 시간에 가끔 사용했던 생각열기 기법 중의 하나가 바로 ‘내 삶의 로드맵 작성하기’였습니다.
우선 각자 지나온 삶의 시간들을 돌아보고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 또 가장 기쁘고 보람되었던 기억의 순간과 그 배경 이야기, 그리고 잊지 못할 순간들과 삶의 전환점 등을 삶의 시간대별로 그려보라고 주문합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시간을 기점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하여 각자의 로드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맡기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남은 인생의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생의 로드맵을 이전에 이미 그려보았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남은 인생의 로드맵을 그려보라고 주문했을 때 모두가 진지하게 몰두했던 모습들을 발견한 것은 꽤 흥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보다 진지하고 구체적인 삶의 로드맵을 그리다 보면 그 가운데 새롭게 삶의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로드맵을 통하여 현재 나의 모습에 대한 위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고 그리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삶의 방향성도 정립됩니다.
물론 누구나 그 로드맵 대로 살아간다는 보장은 없고 또한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도 지극히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나의 삶의 종착역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하게 되고 그 종착역 이후까지도 생각해 보게 되는 생각의 외연까지도 경험하게 됩니다.
코칭을 진행하면서 고객들의 인생 로드맵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중 기억나는 하나는 자신이 일을 하는 목적을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추구함에 두고 젊어서 큰돈을 벌어 인생 나이 50 이전에 하던 일을 과감히 그만두고 외국으로 이민 가서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자신이 원하던 것을 즐기며 사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펼쳐 보인 것입니다.
제 경우, 실제로 영원히 일할 것 같았던 회사에서 50대 중반에 뜻밖의 퇴직 명령을 받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노후의 삶이 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에 놓이게 되면서 이것이 내가 꿈꾸었던 인생의 로드맵이었던가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인생 후반을 전혀 그려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막연한 계획이었고 많지는 않았지만 나의 노후를 즐길 만한 자산도 형성하였으나 그 자산마저 예상치 못하게 휴지 조각이 되어버리게 되면서 노후까지 일을 해야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죽을 때까지 땀을 흘려야 하는 인생 후반의 삶은 생각하면 그리 즐거운 여정이 아니란 뒤늦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40대에 자신이 계획한 자산을 충분히 형성하여 과감히 하던 일을 멈추고 여생의 삶을 즐기기 위하여 환상의 섬나라로 떠나 윈드서핑과 요트 놀이를 하며 인생의 멋을 향유하고 있다는 부러운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렇지 못한 처지에 있던 사람으로서 부럽고 한편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곧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임을 깨닫게 됩니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찍 꿈을 이루고 일찍 성공한 사람이 곧 행복할 것이라는 명제의 진리는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골프 신동의 소리를 듣던 금세기 최고의 프로골퍼가 너무나 젊은 시절 자신의 꿈을 다 이루게 됩니다. 더 이상 올라갈 것이 없는 고독한 황제의 자리에서 결국 그가 찾은 것은 도박과 성적인 향락이었고 그 결과 한때 타락한 폐인의 모습까지 전락하는 처참한 모습도 목도하게 됩니다. 꿈을 이룬 사람이 다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꿈을 이룬 다음, 자신이 추구할 로드맵이 더 이상 없을 때 찾아오는 공허감과 허무함을 스스로 견뎌내야 하는 것이 또 다른 고통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위안을 찾았습니다.
그렇다고 인생의 로드맵을 그리고 그것을 달성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성공을 조금이라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인생의 로드맵을 다른 각도에서 정의하고 의미 있는 참된 인생의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 사실입니다.
그 해답을 어릴 적 뜻도 제대론 모르고 습관처럼 외워 댔던 국민교육헌장의 첫 문장에서 찾았습니다.
국민교육헌장의 첫머리에 나오는 명문입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
국민교육헌장 서문
바로 우리의 존재의 목적, 사명에 관한 구절입니다.
적어도 이 세상에 태어나 육신의 호흡이 다하는 날까지 달려가야 인생의 로드맵을 그려 나가는 데 있어 반드시 생각해야 할 대전제는 우리는 과연 어떤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느냐의 명제로 귀결됩니다.
자신의 사명에 대한 대전제를 온전히 수립하게 되면서 그려지는 인생의 로드맵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 1막에서 그리는 로드맵은 마치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어릴 적부터 자신의 존재 목적과 사명이 확립되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대전제로 그려진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을 스스로 책임질 나이인 인생 60을 지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짐을 느끼게 됩니다.
나를 이 땅에 보내신 이의 존재를 알게 되고 또 그 주인의 뜻을 무시로 묵상하게 되면서 이제 새롭게 제대로 된 남은 인생의 로드맵을 그려 보기를 사모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도달하게 될 이 땅에서의 종착역이 결코 그 끝이 아니라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이 시간 내가 새롭게 그려 나가야 할 남은 인생의 로드맵은 지금까지 내가 그렸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로드맵임을 깨달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그려 나갈 남은 인생의 로드맵을 그려 나감에 있어 이전과는 다르게 두려움과 주저함이 없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그 로드맵은 나의 뜻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살아 계신 성령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려질 내 삶이 여정의 로드맵을 따라가면서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실 나침반과 같으신 주님께서 그 길에 선한 목자와 같이 동행해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내가 사모하며 그려 나갈 남은 인생의 로드맵은 늘 주님과 동행하며 그 여정 가운데 주님의 기쁨이 되고 그분께 영광이 되는 그런 존재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시도행전 20장 24절
첫댓글 부푼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2024년 한 해의 중간지점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그 가운데 묵상한 내 남은 인생의
로드맵과 그 영적 의미를 정리합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