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범죄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 #1

[현재야과거야]

게-하!

벌써 7월이야. 최근 들어 미투 운동이 뭔가 잠잠해진 느낌이지만, 여전히 성폭행과 범죄로 인해 피해 받고 있는 여성들을 도와주기 위해 글을 쓰게 됐어. 현재 나는 성폭행으로 검찰 수사 단계고, 이번 주 금요일에 대질심문을 받게 돼. 변호사가 있지만 내 스스로 알아보고 여러 변호사들, 인권운동가들, 피해자들, 판사 분들, 상담소 분들의 자문을 받고 아직도 공부 중이야. 내 꿈은 내 사비를 털어서라도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도와주는 일을 할 거야. 전문적인 느낌은 없지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먼저, 제일 중요한 '고소를 어떻게 하는가' 설명을 해 줄게. 

고소장은 파출소, 경찰서에서 접수할 수 있고, 곧바로 검찰에 접수도 가능해. 사건이 길어질 명분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바로 검찰청에 접수하는 걸 추천할게! 내가 선임한 변호사는 경찰에 접수하는 것보다 검찰에 접수를 먼저 하길 원했지만 나는 경찰서부터 시작되는 꼼꼼한 수사를 원했기 때문에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했어.

고소장을 접수하는 순간부터 나는 피해자가 되는 거고, 가해자는 가해자가 되는 거야.

접수 시, 바로 조사 가능해. 조사하다가 중간에 너무 힘들면 중단했다가 다음에 또 해도 돼. 

만약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남자수사관이면 여성수사관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 

상관없으면 그대로 수사 진행 가능해!

*그리고... 까다롭지만 피해자를 금전적으로 지원해 주는 보상제도가 있어. 난 아빠 월급이 일정 금액을 넘어가서 보상은 못 받았지만, 혹시 생계유지가 힘들다면 꼭 문의해 봐. 담당수사관 님께, '피해자보상수사관' 님 연결해 달라고 부탁해. 알아서 해 주셔.

고소장의 양식은 대충 이러해. 나는 수사관이 고소장 그렇게 열심히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열심히 안 썼어. 그냥 ~~언제 강간 당함. ~~ 언제 준강간 당함. 이런 식으로 작성했고, 추후에 변호사가 따로 고소장을 다시 작성한 것 같지는 않았어.

자, 이제 조사를 하겠지? 조사는 본인이 기억하는 그대로 진술하면 돼.

*단, 준강간(술 취해서 기억이 잘 안 남)이나, 기억이 잘 안 나는 상태면 굳이 애써서 대답 안 해도 돼. 수사 받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사관이 되게 꼬치꼬치 캐묻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억해서 대답 안 하면 내가 불리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근데 그냥 기억 안 나면 기억 안 난다고 하는 게 좋아. 나중에 검찰 조사 받을 때 까먹어 버려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애초에 준강간 같은 경우는 심신불능의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하는 게 좋아. (상담소 의견)

조사를 하면서 증거 제출이 가능해. 나 같은 경우는 모든 증거를 제출하지는 않았어. 경찰서에서 모든 증거를 제출하면 가해자가 반박할 요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일정 부분만 제출하고 남은 증거는 검찰청으로 지금 보내고 있는 중이야.

* 아, 그리고 정확하게 '니가 나를 폭행/강간 했잖아' 라는 카톡이나 음성메시지가 아니더라도 '너 왜 나한테 그런 나쁜 짓을 했냐'는 식으로 한 얘기도 정황상 증거로 포함돼. 그럼 걔가 미안하다고 얘기하겠지. 그게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렇게 가해자 조사도 끝나고 뭐 증인이 있으면 증인 조사도 하겠지? 그게 다 끝나면 수사관이 의견을 종합해서 추가적으로 조사를 해.

(ex 대질심문(쉽게 말하면 수사관 사이에 두고 삼자대면 하자는 거야), 거짓말탐지기)

아무리 가해자 새끼가 보기 싫어도 피하는 건 좋지 않다고 그랬어. (상담소, 변호사 의견) 만약 우울장애나 공황장애에 관련된 진단서를 제출할 수 있다면 거짓말탐지기는 피할 수 있어. 근데 웬만하면 피하지 마. 당당하게 조사 받고 오면 내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높아져.

이쯤 되면 제일 궁금한 게 '변호사'와 '상담소'의 중요성인데, 예를 들어 설명해 줄게.

원칙적으로 피해자는 변호사가 그렇게 쓸모있는 존재가 아니야... 근데 증거가 너무 부족하고 무고죄로 역고소 당할 상황이 보인다면 사선변호사 써. 로펌 말고 개인전문변호사 추천. 그런 상황 아니면 무조건 국선변호사를 쓰든지, 아니면 상담소에서 무료로 지원해 주는 변호사 쓰면 돼. 일단 변호사가 있는 게 나한테 마음이 편하니까, 있는 걸 추천할게.

상담소는 법률 지원, 의료 지원, 심리치료 지원을 해 주기 때문에 잘 이용하는 게 좋아. 의료 지원 같은 경우는 정신과 치료비 전액 부담해 주고, (지점마다 틀림) 암튼 도와주시니까 도움 받는 게 좋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진술의 일관성이야. 계속 왔다리 갔다리 하면 당연히 거짓말을 친다고 생각하시겠지? 게녀들 첫 조사 끝나고 집에 와서 조사 받았던 내용 하나하나 다 적어두는 게 좋아. 한~~~~~참 시간이 지나서 검찰 조사에 가면, 똑같은 진술을 다시 해야 되거든. 보통의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기억하겠냐 싶지.... 그래서 꼭 적어두는 게 좋아. 적어두지 않았으면 검찰조사 받기 전 기억을 상기시켜서 하나씩 끄적여 놔야 돼.

*성범죄는 명확한 증거를 잡는 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수사 자체도 난해한 편이야. 그러니 무고죄도 마찬가지야. 무고죄도 성립되기 엄청 어려워. 내 모든 근거를 반박할만한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가해자가 독을 품지 않는 이상 살았다하면서 그냥 넘어갈 뿐일걸.... 무고죄가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 하는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면 경찰관한테 수사를 받을 때 내가 가해자인가 싶을 정도로 타격이 큰 질문들을 많이 하실 거야. 근데 너무 상처 받지 말고, 이겨내자! 재판에서 가해자 변호사가 물어볼 걸 사전에 준비한다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마음 편해져. 어차피 경찰 쪽에서 꼼꼼히 수사 안 하면 다시 수사하라고 경찰서로 내려오기 때문에 ; 웬만하면 그냥 다 그러려니 하길 바랄게.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 형제 번호를 받고, OOO피의사건으로 이름이 바뀌어. 여기서 검사가 기소하면 나는 증인이 되는 거고 검사가 가해자를 상대로 재판을 하는 거야. 그래서 대질심문만 아니면 가해자랑 마주칠 일 없다고 생각하면 돼. 대질심문 너무 겁나면 가기 전에 정신과 진단 받고, 내역 따고, 약 처방 받고 약 먹고 들어가는 게 좋아. 그리고 대질심문 받기 전에 의사 쌤 소견서 제출하면, 조사 받다가 너무 힘들어졌을 때 조사 중단 요청해도 돼.

진단서는 경찰서... 에 제출하기 보다는 검찰청에 제출하는 걸 추천할게. 이건 그냥 추천만 하는 것 뿐이야. 강요 아님.

딱 첫 조사까지의 과정을 설명했어. 혹시라도 현재 사건 진행 중이거나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도움이 필요한 게녀 있으면 댓글 줘!

다음엔 합의와 민사소송, 구형과 실형에 대해 이야기 하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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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출한 증거가 상대방한테도 알려져? 녹취한건 보내지말껄 그랬나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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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보여 주는지는 모르겠는데
증거에 관련해서 왜 그렇게 했냐고 물어봐 조사관이 피의자한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