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침대에 누워 맞은편 벽을 보는데 벽걸이 에어컨 위 천장에 못 보던 손가락 길이의 가느다란 까만 얼굴이 생겼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상을 보내다가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얼룩이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천장을 훑어보다가 식겁하며 침대에서 광속으로 굴러 떨어졌다. 반대편 천장에 있던 얼룩이 지네가 되어 내 얼굴 바로 위 천장에서 꼬물꼬물 기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다지류 벌레에 공포심이 있는데 그 중 지네는 최악이었다.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얇은 책을 들고 침대에 올라갔다. 침대로 떨어뜨린 후 책으로 받아 변기에 버릴 심산이었다. 그러나 침대에 떨어진 지네는 순식간에 매트리스를 타고 내려가더니 침대와 매트리스 사이 틈새로 들어가버렸다. 상황은 설상가상으로 악화됐지만 지네를 퇴치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침대 주변 기물을 치우고 수색에 나섰다. 혼자 들기 버거운 퀸사이즈의 매트리스를 간신히 세워 확인하고 3등분으로 분해되는 침대를 해체해 발등을 찧어가며(십 년 감수했다. 허리 높이에서 놓친 침대가 발등으로 떨어졌는데 헐거워진 볼트가 이탈하지 않았더라면 필경 내 발등은 으스러졌을 것이다)지네가 들어갈 틈마다 샅샅이 확인했지만 지네는 종적이 묘연했다. 분명히 매트리스 밑으로 들어갔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침대를 재조립하면서 어처구니없는 틈새까지 철저히 봤지만 지네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환영을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침대 주변 가구와 침구가 제자리로 돌아와 집 안 풍경이 평온하지만 어디선가 지네가 기어나올 것 같아 내 마음은 좌불안석이고 내 걱정의 무게는 천만 근이다. 아! 도대체 지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첫댓글 어떡하죠? 잠은 다 잤네요 ㅋ
지금도 침대에서 몇 미터 떨어져 있어요^^
@이덕일. 나오면 잡아서 먹어 버리세요 몸에 좋아요
@지희 밑의 답댓글에 지네의 효능을 다 밝혔어요^^
어떻해? 스물스물 불안감^^
혹시 그놈이 나올까 침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답니당^^
@이덕일. 약국 가셔서 붕산가루 사다가 지네가 좋아하는 습한곳에 뿌리는 방법^^
또 다른 방법은 바퀴벌레살충제를 뿌려도 효과적이라네요,휴~~문제는 오늘밤 어케 주무시려나? 내도 덩달아 머리털이 쮸볏^^
@아름다운꿈 조언 고맙습니다.
주로 낙엽이나 썩은 나무 밑, 돌 밑에 사는 놈이 왜 집 안으로 들어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지네가 관절염, 위장병, 늑막염, 특히 정력에 좋다니 나오면 잡아먹어야 되겠습니다 ㅎㅎ
@이덕일. 헐~~ ㅋ 그래도 이런 웃음이나마 주시는 넉넉한 마음이 좋아보이시네요 ㅠㅠ
꿈속이 더 두렵습니다
차라리 잠이 들면 다행이지요^^
얼마나 놀랐겠나요....ㅠㅠㅠ
올들어 가장 놀랐습니다.
오데로 갔을까요? ^^
온몸이 소름이 쫙~~~
저는 님의 이름 때문에 소름이 쫙~~
예전 산본에 살던 애인과 동명이라 ^^
글 읽는 내내 온몸이 근질근질한것 같네요.ㅉㅉㅉ
저는 마음도 근질근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