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 고사성어와 사자성어가 자주 흘러 나온다.
조로남불,추로남불,위록지마 등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금뺏지를 달려면 위장전입이나
아파트 투기 등의 탈법 재주 뿐만 아니라 문자도 제법 알고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지난 15일 김태년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엄호하고 나섰다. 그는 추장관 아들의 군 병가 특혜논란에 대해
"다 엉터리"라며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전형적인 야당 발 위록지마"라고 주장했다.
위록지마(謂鹿指馬)란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을 이르는 말로,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서
남을 속이려는 짓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서 본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강압으로 사실인 것처럼
인정케 하여 위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을 일컫는 말이다. 위록지마는 중국의 역사서인 '사기' 가운데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기원전 210년 지방 순시에 나섰던 진시황은 사구(沙丘:지금의 항주 전단강 부근)라는 곳에서
갑자기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환관 조고가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를 죽이고 스물한살의
작은 아들 호해를 2세 황제로 삼았다. 호해가 황제로 즉위한 후 실권을 장악한 자는 환관 조고였다.
조고는 법률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진시황에게 발탁되어 늘 권력의 언저리를 돌던 인물이었다.
관료사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정보와 언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정보와 언론의 통로와 힘을 이용하여
2세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었다. 아무튼 정보가 일을 농단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조고는 꼭두각시 황제 호해에게, "천자가 '짐'이라고 자칭하는 것은 본래 천자의 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폐하는 젊으신데다 이제 막 즉위하셨거늘 어찌하여 조정에서
공경들과 더불어 국사를 결정하려 하십니까? 만일 일에 잘못이 있으면 군신들에게 폐하의 단점을 보이게 됩니다"
라고 조아렸다.
황제가 스스로를 칭할 때 '짐'이라고 표현한 것은 진시황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글자는 '징조'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황제는 국사를 함께 논의할 필요없이 신하들에게는 황제의 존재만 각인시키면 충분하다는 논리로
이를 알리 없는 어리석은 호해는 조고의 말에 그대로 따랐다. 그 결과 모든 정보는 조고를 통하도록 하여 막강한 권력이
조고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조고는 자기와 경쟁관계에 있던 승상 이사를 비롯한 여러 신하들을 죽이고 자기를 반대하는 중신들을 가려내기 위하여
한 가지 꾀를 냈다. 하루는 조고가 호해 황제에게 사슴을 한 마리 바치며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호해가 어이가 없다는듯 "뭐요? 왜 사슴을 말이라 하는 게요?"라고 말하며 옆에 있는 신하에게 물었다. 조고의 눈치를 살피던 어떤 신하는 사슴이라 대답했고, 어떤이는 잘 모른다고 답했고 또 어떤 이는 사슴이라 답했다. 그 뒤 조고는 자신을 따라 말이라 하지 않고 사슴이라 대답한 신하들을 터무니없는 죄를 씌워 처벌해 버렸다. 이때부터 신하들은 조고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