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 발의
지자체장도 검증 신청 가능해져
검증기간 8개월, 사업지연 야기
조합-시공사 갈등만 더 키울수도
앞으로 시장, 군수 등 지자체장도 공사비 검증에 나설 전망이다. 공사비 검증 신청은 현재 사업시행자(조합)만 가능하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에 지자체장이 중심추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다만, 공사비 검증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갈등만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재 국민의힘 국회의원(국토위 간사)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정부와 협의를 마쳤다. 업계가 주목하는 개정안 핵심 내용은 검증 신청자 확대다. 발의된 법안에는 시장·군수 등이 시행자에게 공사비 검증 계획 등의 제출을 요청하거나, 공사비 검증 기관에게 검증을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공사비 검증 신청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사업시행자)만 할 수 있다. 다만, 조합원 20% 이상 요청하는 경우, 공사비 증액 비율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등은 의무적으로 검증 신청을 해야한다. 개정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조합은 물론 지자체장도 직접 공사비 검증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당정은 쟁점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제도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시행됐다. 정부에서 지정한 공사비 검증기관은 한국부동산원이 유일하다. 부동산원따르면 검증 요청 의뢰건수는 2019년 2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이다. 올해도 9월까지 23건에 달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검증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어 넘어야할 산이다. 업계에 따르면 검증기간은 평균 8개월 가량 소요된다. 강제성도 없어 검증된 공사비에 대해 조합·시공사가 대립할 경우 사업이 더 지연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자체장까지 공사비 검증에 나서면 갈등만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앞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추가 공사비용 1조1385억원을 검증해달라고 요청했다. 부동산원은 이 중 1631억원만 검증했고, 추가 공사비를 377억원을 감액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나머지 금액은 여전히 미검증 상태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며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제도가 시행된지 4년이 지난 만큼 제대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당정은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김정재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와 이 부문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