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설화 지역명이 그렇게해선 생겼지 않았는가 하여본다
경북 풍기서 이제 죽령 고개를 넘어서 올라오다 보면 내려오다 보면 용부원 이라는 데가 있어.
거기 이제 다자고 할머니 사당이 있는데 이제 다자고 할머니의 이야기는 먼저 번에 했고 좀 내려오면 이제 대강면 면 소재지가 나옵니다.
거기 원래 본 이름은 장림리여. 그래서 장림면이라고 하고 예전에 그렇게 말하자면 그 장날이 생겨서 장도 서고 그랬었는데 그전에 그 이제 행정구역이 아마 일정 때인 모양이지 그 남면하고 이제 서면하고 합해가지고 이제 그렇게 이제 대강면이이 되었다는 거예여.
보여주신 내용은 전형적인 지명 유래담(구전설화)의 형태를 띠고 있네요.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해서 지명이 생기지 않았는가" 하는 유추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결합해 지역의 이름이 굳어지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보내주신 대목에서 흥미로운 역사적·설화적 포인트들을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1. 용부원과 '다자고 할머니' 설화
용부원(龍夫院): 과거 조선시대 공무를 수행하던 관리들이 묵어갈 수 있도록 나라에서 세운 숙박시설인 '원(院)'이 있던 자리입니다. 풍기에서 죽령 고개를 넘어 충북 단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죠.
다자고 할머니: 죽령 고개에서 도적 떼를 소탕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설화 속 인물입니다. 도적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다자고(다 잔다)"라고 외쳐 관군에게 신호를 보냈다는 유래가 있죠. 이처럼 험한 고갯길의 안전을 바라는 민간 신앙이 사당과 설화로 남은 케이스입니다.
2. 장림(長林)에서 대강(大岡)면으로의 변화
장림리(長林里): 원래 이름인 '장림'은 말 그대로 긴 숲이 있었거나, 혹은 말씀하신 대로 큰 장(場)이 서던 수풀 지역이라는 데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과거 교통의 요지로서 시장이 활성화되었던 곳입니다.
행정구역 개편의 역사: 말씀하신 "일정 때(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 대개편 때가 맞습니다. 당시 단양군의 군내면, 남면, 서면 등을 병합하면서 큰 언덕(죽령) 아래에 있는 지역이라는 뜻 등을 담아 대강면(大岡面)으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 한 줄 요약
어르신들의 구전은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조선시대의 교통 요지(원), 민간 신앙(사당),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행정구역 개편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소중한 구술 역사 기록입니다.
혹시 이 지역이나 다자고 할머니 설화와 관련해서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그런데 그 이제 그 지역 명이 그렇게 생겼는지 그래서 그렇게 되었는지 그건 알 수 없거니와 좀 그렇게 좀 그 이야기가 좀 유사하게 돌아간다 이런 말씀이여.
그러니까 예전 예전에 골짜기 거기 이제 그 대강면 용부원 골짜기가 하나 올라가는 거 중령 고개로 넘어가는 데 하고 저 사인암 쪽으로 이제 가는 골짜기 거긴 도랑물이 크지 이제 그래서 이제 말하자면 등골이라고 그래서 두음리를 지나가지고 괴평리인가 고평리를 지나서 사인암과 직티리를 지나서 황정을 지나가지고 황정리를 지나서 장정을 지나고 이제 거기 또 이제 이름을 잊어 먹었네.[아생 각나네 월산이라 그러지]
뱀을 뱀재를 넘어가는데 또 이제 그 마을이 또 있고 그런데 그래 이제 그 이조시대인지 뭐 어느 시절인지 뭐 알 수 없겠지만 뭐 그렇게 예전 고래 적에 전염병이 돌아가지고 온 마을에 사람이 다 죽다시피 했고 어느 한 집에 그렇게 두 오뉘만 남았다는 거지.
말씀하신 대로 구전설화라는 게 "이게 100% 역사적 사실이다"라기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지역의 지형이나 이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그렇게 이야기가 유사하게 돌아가는' 맛이 참 매력적입니다.
지금 말씀해주신 단양 대강면 일대(용부원, 두음리, 괴평리, 사인암, 직티리, 황정리, 장정리, 올산리 등)의 구비구비 깊은 골짜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구전설화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는 '남매 혼인 설화(인류 재창조 설화)'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 뱀재(올산) 골짜기와 두 오뉘(남매) 이야기
보내주신 고개와 마을 이름들을 보면, 정말 깊고 깊은 산골짜기 따라 마을들이 이어져 있는데요. 옛날에 무시무시한 전염병(호환이나 돌병)이 돌아서 온 세상(혹은 온 마을) 사람이 다 죽고, 오직 남매(오뉘) 둘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 설화의 전형적인 전개는 이렇습니다.
인류의 멸종 위기: 세상에 남은 인간은 오직 이 남매뿐이라, 대를 잇지 않으면 인류가 멸종할 위기에 처합니다.
남매의 고민과 천지신명의 시험: 하지만 남매끼리 결혼할 수는 없으니, 이들은 하늘의 뜻(천지신명)에 묻기로 합니다. 보통 두 골짜기나 두 봉우리에 각각 올라가서 시험을 치릅니다.
예시 1: 양쪽 고개에서 맷돌을 하나씩 굴렸는데, 아래에서 두 맷돌이 귀신같이 딱 맞물려 합쳐짐.
예시 2: 연기를 피웠는데 두 골짜기의 연기가 공중에서 하나로 합쳐짐.
결과: "이것은 하늘이 허락하신 인연이다"라고 받아들여 두 남매가 혼인해 다시 인간 세상을 번성시켰다는 결말입니다.
💡 구전 설화의 묘미
그 험하고 깊은 대강면 골짜기들과 뱀재(올산리 넘어가는 고개)의 지형을 보면서, 옛날 사람들은 '아, 저렇게 깊은 골짜기라면 옛날에 큰 난리가 났어도 저 남매 둘만은 숨어서 살았겠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붙이고 상상했을 것입니다.
지명과 지형이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들을 때 "어라? 진짜 그랬겠는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게 바로 구전설화가 가진 힘이지요.
혹시 이 두 오뉘가 그 뒤에 맷돌을 굴렸다거나 연기를 피웠다거나 하는, 그 뒷이야기도 혹시 기억나시나요?
그러니까 남매만 그래서 이제 남매가 그 아마 장정리 골 쯤 됐던 모양이여.
여기선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 전염병이 창궐해서 죽었으니 우리가 여기 그냥 버티고 있다가는 마져 죽을 것이니 이제 다른 데로 도망을 가서 살자 하고 두 남매가 길을 정처 없이 떠나게 되었는데 뭘 갖고 가느냐 하면은 뭔가 음식을 해먹으려 하면은 맷돌로 갈아야 된다는 거지.
그래야지 먹고살 수가 있다고 그래서 이제 동생 말하자면 누이는 맷돌을 이고 가고 오빠는 맷돌을 지고 가는데 그렇게 이제 정차 없이 길을 나서서 한참 이제 개울물 길가를 따라서 내려오면서 야 생각하길 야 이 누이야 우리가 이렇게 정처 없이 갈 것이 아니라 어디 그래도 살 곳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 그러면서 하는 말이 둘이서 하는 말이 우리가 여기서 그렇게 맷돌을 너가 머리에 이고가고 나는 하나 지고 가는데 어차피 이제 뭐 어디 가서 서로가 살아야 될 것인데 너하고 나하고 헤어져 살던가 네가 시집가고 나도 딴데로 말하자면 장가를 들어가고 그러면 같이 못 살 것 아니냐 그러니까 누이도 그 말이 맞거든.
그래가지고서 이제 하는 말이 너는 너하고 나하고 헤어지기가 말하잠 싫다면 우리가 한번 실험을 해보자 그러니까 동생이 어떻게 실험을 합니까?
실험을 해여 하고 오빠한테 물으니 우리가 맷돌을 여기서 똑같이 떼구르 굴려가지고서 맷돌이 한 군데 쩍 들어붙으면 우리가 같이 두내외에 말하자면 부부가 돼서 살고 안 그렇고 떨어지면은 너는 너 맷돌 갖고 가고 나는 내 맷돌을 갖고 헤어져서 가자.
그래서 이 좋은 사람 만나자 가서 살아보자 이렇게 이제 말을 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누이도 가만히 들어보니 그게 그럴 듯 하거든.
그래 가지고 글쎄 비알에서 그렇게 경사진 데서 맷돌을 둘이서 똑같이 하나 둘 셋 하고 딱 굴렸더니 아 이놈이 맷돌이 굴러가긴 따로 도망갈 줄 알았는데 한참 저만큼 굴러가 가지고 두 맷돌이 쩍 들어붙더라는 거지.
그래서 두 오뉘 남매가 두 내외가 돼서 같이 살게 되더라는 거야.
역시 제 짐작이 맞았군요! 말씀해 주신 이야기가 바로 한국 구전설화에서 아주 유명한 '남매 혼인 설화(맷돌 유래담)'의 생생한 현장 버전입니다.
구술해 주신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지역만의 독특하고 현실적인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정말 흥미롭습니다. 보통 교과서나 책에 나오는 맷돌 이야기는 그냥 "하늘의 뜻을 시험하기 위해 산꼭대기에서 굴렸다" 정도로만 짤막하게 나오는데, 어르신이 들려주신 이야기에는 당시 민초들의 삶과 고뇌가 아주 사실적으로 담겨 있네요.
짚어볼수록 흥미로운 이 이야기만의 묘미
가장 소중한 생존 도구, '맷돌'
피난을 가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오빠는 지게에 지고, 누이는 머리에 이고 간 것이 맷돌이라는 점이 참 절묘합니다. 전염병으로 황폐해진 세상에서 곡식을 갈아 가루를 내어 죽이라도 끓여 먹어야 산다는, 옛날 사람들의 가장 처절하고도 확실한 '생존의 지혜'가 맷돌이라는 도구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장정리 골짜기라는 구체적인 배경
그저 '옛날 옛적 어느 산'이 아니라, 대강면 장정리 골짜기라는 구체적인 장소가 등장하는 것이 구전설화의 진짜 맛입니다. 그 비알(비탈)지고 경사 가파른 장정리 골짝 어디메쯤에서 남매가 숨을 고르며 "우리 어찌 살까" 고뇌했을 모습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남매의 대화
막연히 신화적인 느낌이 아니라, 오빠가 "우리가 언젠가 헤어져서 각자 장가가고 시집가면 같이 못 살 텐데 어쩌냐" 하고 슬쩍 띄우고, 누이도 가만히 들으니 "그 말이 맞거든" 하며 수긍하는 대목이 아주 인간적이고 정겹습니다. 헤어지기 싫은 순박한 남매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맷돌 두 짝이 떼구르르 굴러가다 아래에서 **'쩍 들어붙었다'**는 표현이 정말 압권입니다. 아래위 짝이 맞아야 비로소 곡식을 갈아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맷돌처럼, 두 남매가 부부라는 인연으로 딱 맞물려 다시 인간 세상을 이어가게 되었다는 걸 이보다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가 없네요.
경북 풍기에서 죽령을 넘어 단양 대강면으로 이어지는 그 깊고 아름다운 골짜기에, 이토록 애틋하고도 거대한 '인류 재창조'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게 참 놀랍고도 재미있습니다. 귀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거기 단양에 적을 둔 활궁(弓)자(字)변(邊)에 성씨는 지금 말하면 안 되잖아 하는 그 성씨가 바로 그렇게 그런 식으로 돼서 시조가 됐다는 거지.
그 성씨 시조가 돼서 살게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 두음리인가 등꼴 거 지나가다 보면 그 도랑 건너 그 시조 사당이 아마 있지.그시조인지알수 없거니와 무슨 사당같은 것이 하나 있다고 ..
지금 내가 알기로는 그래서 그 단양에 본적을 둔 그 아무게 성 씨가 그렇게 이제 시조가 생겼다는 거야.
어째 내 이야기가 이상야릇하고 그럴듯하지 그래서 두 남매가 내외가 돼서 살게 되었다는 그래서 자손을 많이 두고 번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전설의 고향처럼 해 봤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또 다음에 이야기할까 합니다.
그래서 그 말하자면 대강면 본 이름이 생긴 것이 아닌가 말하잠.
*
님은 님인데 맞아 너도 같은 성씨고 나도 같은 성씨 그런 의미 아니더냐 이런 뜻이 되잖아.
그러고 보니까 여기 이야기 속에 성씨가 다 나왔구먼 그래.
*다음엔 일초선생 이야기를 할거다 일초에 고만 서울서 부산까지 간다는 이야기다
와, 어르신 이야기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탄했습니다. 진짜 '전설의 고향' 한 편을 생생하게 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아주 이상야릇하면서도 기가 막히게 그럴듯하고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에 성씨 힌트를 주시면서 "너도 같은 성씨고 나도 같은 성씨, 님은 님인데..." 하신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1. "활궁(弓) 자 변에... 님은 님인데"의 비밀
어르신이 "지금 말하면 안 되잖아" 하셨지만, 이야기 속에 힌트를 다 주셨습니다. 바로 단양 (아무개氏)의 시조 설화와 연결되는 말씀이시지요!
베풀 장(張) 자를 파자(破字)해보면 활 궁(弓) 자 변에 긴 장(長) 자가 붙습니다.
마지막에 말씀하신 "너도 '님'이고 나도 '님'이다" 하신 것은, 아무개 씨의 한자 뜻 중 하나이자 활시위를 당긴다는 의미의 '아무개'을 넘어서, 두 남매가 서로를 남편과 아내인 '님'으로 부르게 된 유래를 절묘하게 빗대어 수수께끼처럼 풀어내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단양군 대강면 두음리(등골) 근처를 지나다 보면 '단양 [아무개씨]'와 관련된 재실이나 흔적들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그 지역에 터를 잡고 번성한 성씨의 시조 이야기를 맷돌 설화와 엮어서 이렇게 구수하게 풀어내시니 이야기꾼이 따로 없으십니다.
2. 대강(大岡)면 이름의 또 다른 해석
마지막에 "그래서 대강면 본 이름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신 말씀도 참 깊은 여운을 줍니다.
남매가 온갖 고난을 겪고 맷돌을 굴려 '대단한 인연'을 맺고, 그 자손들이 번성하여 '큰 지경'을 이루었다고 해서 클 대(大) 자를 붙여 대강(大岡)이라 부르게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은, 실제 행정구역 한자 뜻을 넘어 구전설화만이 가질 수 있는 멋진 숨은 의미인 것 같습니다.
📢 "다음엔 일초선생 이야기를 할거다"
"일초(一秒) 만에 고만 서울서 부산까지 간다"는 다음 이야기도 벌써부터 너무 기대가 됩니다! 옛날 축지법을 쓰는 도사 이야기 같기도 하고, 번개 같은 기인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