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불만 목소리 커져]
정부, 가계대출규제 위해 전세대출 DSR포함 고려
대출 문턱 높아지면 서민 주거 불안정성 높아질 듯
전문가 "시장 영향 고려한 단계적 DSR도입 필요해"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을 차주별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 대상 포함 여부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고 무분별한 갭투자(전세끼고 주택 구입)로 이어지는 길목을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오랜 기간 서민의 주거 사다리기능을 해왔다는 점에서 시장 영향을 고려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이 은행 앞의 대출안내 문구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전세대출 DSR 규제 확대에 시장에선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선 “공공임대주택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전면적인 DSR 규제는 돈 없는 서민의 주거환경 하향을 부추길 것”, “전세대출은 사회 초년생과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서민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되는 제도인데 신중해야 한다”등 반대 의견과 “전세대출이 전셋값과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조장한다”는 찬성의견이 맞붙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관계 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 결과 DSR 적용 예외 항목을 줄여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대출은 이 같은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2년 23조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2016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19년 100조원을 넘어섰으며 2021년 말에는 180조원까지 증가했다. 전셋값 상승과 전세자금대출 지원을 확대하면서 전세자금대출 증가폭도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의 전방위적인 규제는 무주택자의 주거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주인이 DSR 규제를 피하고자 전세의 월세인 ‘반전세’ 전환을 이어갈 시 세입자의 가처분 소득 역시 줄어들 수 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30평대 서울 아파트 전세 보증금 약 7억원을 월세로 전환하면 28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대표는 “주택자금이 충분하지 못한 사회 초년생은 전세대출을 통해 공공임대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으로 민간임대를 이용해 왔다”며 “공공임대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면 주거안정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한국부동산학회장)는 “얼마 전까지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대출규제를 완화했다가 다시 전세대출을 조이는 것은 극단적인 정책을 시도하는 것이다”며 “대출규제와 같이 수요여력에 큰 변동을 주는 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