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이성경
엄마
엄마라는 호칭 뒤로 따라오는 답답함에
가끔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난 그렇게 살아왔어. 네 아빠 때문에.
네가 뭘 알겠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러면서 하는 말은
"쓸데없이 네가 뭘 한다고 해. 다른 사람에게 줘.
그런 건 뭐하러 해."
다른 사람에게 주라고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 채 피곤함에 치쳐
그저 주라고 한다.
얼마나 감언이설과 괴롭힘에 시달렸는지 내 것도
다른 사람이 달라면 주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도 무지한
엄마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를 이용해 내 것을 내놓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헤아릴 수도 없다.
내 것이란 글과 사진 또는 내 생각을 말한다.
내 것을 이용해 돈 벌이나 자신들의 이익 챙기는 일을
하겠다는 심산인 것을 엄마는 모른다.
일이 잘못되면 내 사진과 글과 내 생각이기에
죄를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그러다가 내 전부를 그들에게 주어야 하는 지도
알 수 없다.
"권사님, 따님 좀 불러서 시켜요. 교회에서
봉사도 하게 하고요. 고집이 세고 말을 듣지 않아
힘드시다면서요. 교회에서 다른 여자 집사들을 붙여
가르치면 살림도 잘 하게 되고 고분고분 해질 텐데
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세요."
"권사님, 남편 권사님이 그렇게 힘들게 하셨는데
왜 참고 계세요. 저희가 좀 도와드릴 테니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사세요."
드디어 교회 여자들이 출동, 간섭하기 시작하게
된 요인이 된 것.
엄마와 엄마가 교회에 털어놓은 식구들의 일상이
약점이 되어 반 협박으로 다가오지만 여전히 엄마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오히려 화를 낸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식구들을 향해.
그들이 그것을 빌미로 각종 인권 단체를 만들고
여자들이 남편에게 당하면 돕겠다며 나선 것인데
이유도 없이 그저 여자가 남편 때문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토로만 나와도 가정을 분리,
해체 시켜버리고 만다.
이 말을 엄마에게 직접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언제 그랬어? 내가 뭐하러 남에게 그런 말을
하냐?"
하지만 교회 식구는 남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어
핏줄인 식구들의 험담을 교회 식구라고 하는 여자들이
기도해 준다는 말에 넘어가 과감 없이 넘기고는 여전히
"교회에서 기도해주려는 거야."
그 말로 위안을 삼으려고 하니 정작 식구들과는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순진한 것도 아니고
믿음이 좋아서도 아니다.
식구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그저 홧김에 교회로 넘긴
것에 불과하니 좋아할 사람들은 그들일 수밖에.
그들의 친절한 말에 녹아 다 풀어놓는 식구들과의
일상. "
그러면서 하는 말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말을 해야 그들이 좋아하고 인정하지."
그 말이야 말로 그들이 내세우는 것이니
그 말에 그들에게 기대어 식구들의 것을 전부
갖다 바치거나 식구들의 것을 전부 버리는 동시에
그들에게 주는 셈이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다.
식구들의 좋은 점과 그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을.
"내 식구들의 고집은 당할 수가 없어서
말이 안 통하니 교회에서 어떻게 해 봐요."
그 말 한마디로 내 가족은 산산조각이 난다.
그 사실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오히려 생각할수록 속이 터지는 것은 나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돌아보면 내가 쓰기 시작한 글이
화근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내 글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알고는 자신들의 말도 써달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써달라고 하면서 내 글은
내 생각이 아닌 다른 이들의 생각으로 둔갑되어
난장판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내 식구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 내 식구들인 양
그려져 버려 그들의 모습과 내 식구의 모습이
통합이라는 말로 뒤엉켜 이상하게 변해 버린 것이니
그저 나오는 것은 어이없는 한숨뿐이다.
실상 그 일의 단초가 된 것은 지금은 생존하지 않는
시어머니의 불평불만에서 초래된 일이지만
엄마와 시어머니를 구분하지 않고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의 뒤죽박죽 험담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또는 내 글이 그들의 글이 되면서 식구까지 뒤바뀐
탓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내 식구인데 그 성격이나 행동은
다른 사람의 모습인 것이다.
여자들이 모이면 자신과 상관없다고
근거가 있든 없든 소설과 같고 눈덩이 같은 말들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는지 알 수 없다.
그 속에서도 내 식구들을 얼마나 많이 난도질
해댔을 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엄마의
"네가 그런 걸 어떻게 해.
네 시집에나 잘 하고 다른 사람이나 하라고 해."
자식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그 말도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크게 보면
전자화폐와 우리라이스가 원흉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니 생각하면 할수록 엄마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그 사업에 동참했던 교회나 종교 단체들이 잘
알 것이니 여기서는 줄이려고 한다.
어찌되었든 말주변 없는 엄마를 가르치는 것은
교회에서 친근감을 발휘하는 권사와 집사들이니
달라질 리 없어 식구들의 속만 타들어 갔고
그래서 결국
두 사업의 중심에 있던, 다시 말해 그 사업을 하게 된
아이디어를 냈던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어
욕을 먹는 것은 내 몫으로 넘어온 것.
그래 다 내 아이디어가 좋았던 내 탓이라 하면
그들이 알았다고 순순히 떠나갈 거라 믿고 싶어하는
단순무식의 엄마.
단순무식이 죄는 아니지만 죄를 덮어쓰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이제라도 엄마가 알았으면 좋을 텐데.
끝으로 뉴스에서 본 내용을 적어본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자신의 딸을 교회에 맡겼다가
교회에서 죽게 만든 여자가 있었는데 자신의 판단과
교회에서 저지른 그 결과가 전혀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믿음이고 신앙이었을까
아둔함과 미련함이었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
첫댓글 엄마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성경시인님의 글을 찬찬히 읽고 그속에서 고난과 고뇌들이 힘들게 했다는 느낌이 드네요. 힘 내시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응원드립니다. 추천드리고요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가짜 믿음이죠
가정에 엄마가 바로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