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장편으로 다시 태어난 소설
조정래의 소설 <황토>
이 소설은 원래 1974년 중편으로 발표한 소설이었다.
1970년 초 문학지 가뭄의 시대였다고 한다.
당시 작가들은 주로 단편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시절,
조정래는 장편으로 써야 할 이야기를
중편으로 발표한 소설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황토>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장편으로 다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조정래의 소설이 늘 그렇듯이
이 <황토>라는 소설 역시
한 여인을 통해 우리 역사의 슬픈 단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1. 3남매의 어머니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초이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약 20년 정도 되던 시기이고,
해방된 지 25년 남짓 되던 시기이다.
박태순, 박세연, 박동익.
이들은 3남매이다.
그들의 어머니는 점례.
아버지는 없이 어머니가 그들을 키웠다.
3남매가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맏이 태순이는 막내 동익이를 증오할 정도로 싫어했다.
동익은 그들과 다른 파란 눈을 가진 백인 혼혈아이기 때문이었다.
동익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은 태순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동익을 싫어하였다.
동익도 동익 나름대로 어릴 때부터 놀림과 멸시,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는 늘 챙 긴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곤 했다.
동익의 꿈은 에베레스트 정복이다.
자신도 인간이고,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나마 선생인 딸 세연은 동익을 보살피고 이해해 주었다.
그런 3남매를 보는 어머니 점례는 지난 과거를 돌아다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2. 3명의 남편
17살의 점례.
점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본인이 주인인 과수원에서 일하는 소작농이었다.
어느날 아버지가 일본인 주인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과수원 주인이 점례의 어머니를 성폭행하려고 했던 것이다.
점례의 아버지는 일본인 주인을 폭행한 사건으로 주재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점례는 엄마와 같이 주재소에 갔다가,
일본인 주재소 주임 야마다에게 눈도장이 찍히게 되었다.
일본인 주재소 주임은 점례를 자신의 첩으로 주면 남편을 풀어주겠다고
점레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했지만, 거절하였다.
그러자 점례의 어머니마저 주재소에 갇히게 되었다.
점례는 효도라는 이름으로 야마다의 첩이 되고 엄마, 아빠가 풀려났다.
야마다의 노리개가 된 점례.
악몽같은 날들이었다.
점례는 임신하여 아들까지 낳았다.
이 소식을 들은 점례의 아버지는 쓰러지시고, 얼마 못가 돌아가시게 된다.
그리고. 해방.
야마다는 야반도주 하고, 점례와 아들만이 남았다.
점례는 엄마와 함께 생활하였다.
아직 채 스물살이 되지 않은 점례.
....
멀리 사시던 큰 이모가 어느날 오셨다.
큰 이모의 목표는 점례를 결혼시키려는 것이다.
점례를 거절하였지만, 큰이모도 굽히지 않았다.
일단 자신의 집에서 며칠 쉬러 가자고 하였다.
점례의 아들은 엄마가 봐주시기로 하였다.
큰 이모네로 간 점례는 결국 이모의 뜻대로 하게 된다.
박항구라는 이모부의 친구분의 아들과 결혼하게 된다.
박항구의 아버지는 독립투사로 활동하다가 잡혀서 돌아가셨고, 어머니 역시 감옥에서 돌아가신 고아였다.
박항구는 점례를 마음에 들어했고,
점례 또한 남편 박항구를 따랐다.
점례에겐 분에 넘치는 행복한 시절이었다.
점례는 딸 세연, 세진을 연이어 낳았다.
그런데, 행복도 오래가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났고, 북쪽에서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남편 박항구는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어 있었다.
남편 박항구는 그동안 공산주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박항구는 앞장서서 자본가들을 처단하였다.
하지만, 박항구를 비롯한 공산주의자들도 오래가지 못했다.
북한군이 쫓겨가면서, 박항구도 급히 도망갔다.
점례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겨 두고.
부위원장의 아내인 점례도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인근 J시까지 끌려갔다.
점례는 세연은 큰이모에 맡기고,
아직 젖먹이인 세진은 데리고 갔다.
점례는 박항구의 행적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따.
며칠째 계속된 심문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딸 세진이 이질이라는 병에 걸려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이때, 미군장교의 도움으로 딸 세진을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미군장교의 도움으로 경찰서에 풀려나고,
미군장교의 집에서 식모로 일할 수 있었다.
병원에 세진은 병세가 호전되는 듯 했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필 돌았다.
한편, 그 미군 장교를 점례를 식모로 남겨두지 않았다.
미군 장교는 점례를 덮쳤다.
이후 미군 장교는 점례에게 이것저것 잘 해주었지만,
점례는 미군 장교의 첩 그 이상의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점례도 또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어느날, 미군장교는 한마디 말도 없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제 남은 점례에게 남은 것은
일본인 순사의 아들 태순.
도망간 공산주의자의 딸 세연.
미군 장교의 아들 동익.
뿐이었다.
하지만, 점례는 그들의 어머니였다.
점례는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하였다.
점례는 미군 장교가 주었던 물품들과 미군부대의 물품으로 장사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세 아이를 키웠던 것이다.
3. 그리고
점례는 자신의 과거를 딸 세연에게만 알려주기 위해 글을 쓰기로 한다.
어쩌면 태순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실체를 알게 될 지도 모른다.
그때 태순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
그리고, 파란눈의 동익은 이후 어떻게 살아갔을지 궁금하다.
몇 년 전인가 TV에서 동익같은 어떤 할아버지를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파란 눈의 이방인처럼 보이지만,
영어 한마디 못하는 할아버지.
한 평생을 색안경을 낀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상당히 주눅이 들어 있는 표정이셨다.
그 할아버지가 바로 소설 속의 동익같은 분이셨다.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 놓은 또다른 한 분류의 사람들.
제대로 사람대접 맞지 못한 사람들.
중요한 것은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는 이런 소수의 인권은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가?
지난번에 읽은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와 오버랩되면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책제목 : 황토
지은이 : 조정래
펴낸곳 : 해냄
페이지 : 290 page
펴낸날 : 2011년 05월 30일
정가 : 12,800 원
읽은날 : 2011.07.13 - 2011.07.15
글쓴날 : 2011.07.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