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일어난 건 두하였는 모양이다
흔들어 깨우는 두하에 이끌려 창 밖을 봤다. 햇살이 눈부시다. 그러니까 진눈깨비는 언제 사라졌는가.
병용한테 전화 해보란다. 시계를 보니 8 시다. 너무 일찍은 게 아닌가.
10 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일찍기는 하다.
그러나 오늘 테니스를 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복잡한 일이 있었다.
어젯밤에 테니스 가방을 영대 찦차에 두고 내렸기 때문에
오늘 테니스를 못한다면 영근가 출근길에 갖고 오든지 그걸 빠뜨리면 우리가 6 만원의 택시비를 들여 들어가든지 영대가 그 먼 길을 돌아 우리에게 다시 와야한다.
일단 염치를 무릅쓰고 전화를 했다. 예상대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거기서 나오는데 50분 가량이 소요되고 9 시 30 분에서 10 시 사이에 영근가 출근한다 했으니
늦어도 8 시 30 분까지는 영근와 연락이 닿아야 한다.
그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영근에게 전화를 했다.
잠결에 전화를 받는다. 어제 동기모임에서 술을 낫게 한 잔하고 새 2시가 되어서야 들어왔단다.
코트 사정을 물어봤다. 사실 테니스를 하지 않는 영근에게 그걸 묻는다는 건 일이 잘못 될 수도 있는게 아닌가.
잠시만 기다리란다. 그제서야 창문을 열어보는 모양이다. 날씨 좋단다. 약속 시간에 오란다.
그리고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날씨 좋은거야 우리도 익히 아는 바지만
어제 비로 코트가 오늘 되느냐 안되느냐가 문제가 아닌가.
하는 수 없었다. 병용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자 순번을 정하고 세면에 들어갔다
나는 반신욕을 위해 제일 마지막으로 눌러 앉았다. 어제 산행도 했고 백세주 1 소주 2 을 해치웠으니
허리를 위해 반신욕으로 몸을 풀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이상하리만큼 몸 컨디션은 좋았다. 취기도 그렇게 많이는 남아 있지 않았다.
온 몸에 온수의 열기가 퍼져 나가고 얼굴에서 뜨거운 땀방울이 흘러내릴 때 병용에게서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두하 목소리가 상기된 채 욕실 문을 열어젖히며 " 성조야! 된단다 " 힘주어 고함친다.
그 때부터 우리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울릉 북중학교에 도달하니 병용 혼자서 코트 솔질을 하고 있었다.
바로 옆 소나무에서 솔 잎파리를 코트 가득히 흘려 놓았기 때문에 조금 늦게 나온 영대마저 솔을 들고 분주하다.
오늘 날씨는 너무 따뜻하다. 어젠 겨울 한복판에 있었는데 오늘은 봄 한가운데 있는 듯하다,
난타로 몸을 풀자 울릉의 선수들이 하나씩 둘씩 나타났다.
조카 병용와 어울리는 선수고 보니 우리보다는 훨신 젊다. 난타 치는 공들이 확실히 싱싱하고
백드라이브를 구사하며 우릴 기죽이려 하고 있었다
사실 서로 실력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판의 열을 토한다는 건 어찌보면 재미없는 경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들도 아제 친구라 하니 일단은 자기네 보다 나이가 많을꺼고 잘치면 얼마나 잘치겠냐는 생각을 한지도 모른다
병용 말을 빌리자면 이들은 테니스를 좋아해 육지에 나가서도 공치고
경북 도대회에 나가서 2등의 성적을 거둔 바도 있었단다.
일단 통성명을 하였다. 병용은 울릉읍에서 2 명 북면에서 2 명 서면에서 2 명 총 6 명이 오늘 이자리에 왔단다
이제 울릉에서 첫 테니스 게임이다.
파트너로는 연웅이가 훨씬 낫지만 열기가 충만되어 있는 두하와 먼저 짝을 이루었다
그 쪽은 가장 젊어 보이는 두명이 나왔다.
듀스 코트의 친구는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러 있었고 애드 코트 사이드에 있는 친구는 키가 후리후리하고 선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하에게 얼굴이 허옇고 키가 큰 친구에게로 일단 공격하자고 주문했다.
서브는 그들이 먼저 넣었다. 두하가 바로 리턴을 퍼낸다. 나는 넷트에 바로 걸었다.
일단 서브 속도가 우리끼리 쳐오던 서브 보다는 훨씬 빨랐다. 간단히 1 게임을 내주었다.
우리 서브는 접전 끝에 내 서브를 가져왔다. 다음 그들 서브도 접전없이 그냥 1 게임을 내주었다.
두하 서브에서는 쉽게 따냈다, 리턴이 빠르고 고집스럽게 스트로크만 해서 포칭을 많이했기 때문이다
2 : 2 까지는 그렇게 팽팽히 갔다. 3 : 2 를 앞서 나갔다. 그러나 게임 내용은 거의 듀스 게임까지 갔다.
그러나 한 포인트 한 포인트 우리가 앞서며 최종 스코어는 6 : 2 우리의 일방적인 승리처럼 보였다.
두번 째 게임은 연웅와 내가 들어갔다. 그 쪽에서는 나이가 조금 더 들어보여서인지 전번 선수보다는
약간은 노련해보인다. 난타도 이리 저리 쳐본다. 슬라이스도 섞어본다.
처음 연웅가 리턴에서 몇 개의 에러를 내더니 이내 적응했다
그 게임은 일방적 게임으로 우리가 6 : 2 의 스코어로 쉽게 이겼다.
이제야 울릉 선수들이 우릴 알아본다. 잠시 휴식 물마시는 타임에 물을 건네주며
키 큰 친구가 고수네요라며 감탄한다.두하가 쉬면서 말이 많더니 내 선전을 많이 한 모양이다.
세번 째 게임은 에드 코트에 왼손잡이 선수가 나왔고 난 다시 두하와 짝을 이루었다.
왼손잡이는 항상 거북하다. 쉬운 상대라도 마음에 부담을 안고 게임을 해야하는 거 아닌가
내 짝이 두하인 것도 아까보다는 부담이다.
듀스 코트에 선 선수가 최연장자 같았고 폼도 약간은 엉성해보였다
그런데 게임은 곧 잘 했다. 공은 죽지 않고 계속 넘어왔다
처음부터 자기 서브를 지키며 4 : 4 까지 같이 갔다. 왼손잡이는 여태 다른 선수와 달리 포칭을 많이 하는 통에
두하가 리턴에서 애를 먹었다. 발리도 면이 좋아 별 실수가 없었다.
이제 마지막 서브를 주고 받아야하는데 여기서 브레이크를 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으로 간다.
두하의 로브가 기가 막히게 먹혀들며 한포인트 앞서기 시작했다.
연속적인 두하의 스트로크가 먹혀들며 서브를 쉽게 따올 수 있었다.
그것으로 게임은 끝나는 거 아닌가. 내 서브에서 그들은 속도는 만만한데 각이 좋아 쉽지 않다고 평했다.
오늘은 대체로 컨디션이 좋아 마음 먹은대로 공이 들어가기도 했었다.
이제 점심을 먹고 차를 타면 배 시간에 맞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쪽에서 새로운 조합으로 한 번 더 하고 싶어한다.
연웅는 배 시간을 이유로 그만하자했지만 코드가 같은 두하가 점심은 배 안에서 먹으면 되니
한게임 더 하란다 어차피 진수성찬이 아닐 바에야 여기서 먹나 배에서 먹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연웅더러 그렇게 하자고 했다,
마지막 게임은 내가 연속적인 게임으로 조금은 지쳐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꺽여 있어서인지 쉽게 우리를 앞서가지 못했다.
두하가 "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데이 " 그러자 마지막 게임에 나온 키 큰 친구가 우리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한다며 농을 하는 통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세번째 게임할 때 여성 회원 둘도 와 있었기에 웃음소리 속에는 남자들의 너털 웃음만 있은 것은 아니었다.
그 쪽에서도 최상으로 나왔고 내가 지친 때문인지 게임은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집중을 다해 타이브레이크에서는 많은 차를 내며 울릉에서의 원정 게임을 전승으로
마감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기네들이 좀 모자란다며 우릴 치켜 세워주면서 앞으로 많은 교류를 가지잔다.
그리고 겨울이라 대접도 못했다며 여름에 오면 울릉이 왜 좋은지 알게 대접해주겠단다
우리는 기념 촬영을 하고 그들이 시켜놓은 김밥 몇 줄을 입에 물고 아쉬운 작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선착장까지 오는 동안 병용는 테니스 실력도 그렇지만 연속해서 그렇게 게임을 할 체력에 더 감탄했다
두하도 연신 싱글벙글이다. 오늘 자기는 자기 서브 게임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며 기분 좋아한다.
어제와 같은 길을 오는데도 어제의 분위기와는 너무 다르다
맑게 개인 하늘에 초여름 같은 온기가 느껴졌다.
어제 본 기암들이 다시 머리에 투영되며 맑은 울릉의 풍경이 디지탈 사진처럼 선명하다.
옥 빛 파도는 햇볕에 다시 한 번 채색되어 그 맑기가 거울같다.
바닷물을 머금은 검은 바위들은 햇빛에 반짝이며 광을 더 내고있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울릉을 이제 떠나야한다.
선착장에서 영근를 만나 한 잔의 커피로 피로를 달래며
영근가 우리에게 베푼 깊고 넓은 배려를 한 몸에 안고 배에 올랐다.
배는 우리가 타기를 기다린 듯 이내 울릉을 벗어났다.
병용와 영대와 영근를 울릉에 남기고, 들어왔던 두 개의 바위섬사이를 다시 빠져 나왔다.
공룡같이 누워있던 울릉이 멀어질수록 우리가 2 박 3 일 동안 다녔던 울릉의 모습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는 울릉이 내 눈 앞에서 사라지는 1 시간 30 여분이 지날 때까지 멍하니 그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포항 선착장에 내린 우리들은
며칠간 꾼 울릉에의 꿈과 포항의 네온 불빛이 너무 달라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
별 말이 없었다.
첫댓글 손님 대접 확실하게 받고 오셨네요 ㅋㅋ
담백하고 진솔한...형님! 대단한 문장력 입니다.오새기가 바짝 쫄겠는데요...
수팔이는 누고?
수도입니더.
알거 읍스요.....가는 머 그리 중요 한 애가 아님니더....ㅎ
한 이름으로 가지 와 바꿨노? 헤갈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