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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는 것은 확실히 화살처럼 빠르다. 현역을 계속할지, 은퇴할 것인지로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다. 16세의 어린 나이로 프로에 데뷔했던 파올로 말디니가 올해 6월로 39세가 된다. “체자레 말디니의 아들”에 지나지 않았던 덩치 큰 소년이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어, 2005년에는 아들 크리스티안이 AC밀란 유소년 팀에 입단하였다. 마치 부자 3대가 밀란과 릴레이를 하듯이, 체자레에게서 파올로에게로 넘겨진 바톤을 이번에는 크리스티안이 넘겨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되돌아보면 오로지 밀란 한 팀에서 지낸지가 23년이었다. 1984-85 시즌에 프로로 데뷔하여 80년대 후반 아리고 사키 감독 하에 급성장을 이룩하고, 90년대 초반의 황금기를 유지하며 클럽에서 딸 수 있는 모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레프트백에서 센터백으로 보직을 성공하며 프랑코 바레시로부터 영예로운 주장 자리를 물려받아 주장완장을 팔에 차게 된 이후로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말디니의 등번호 「3번」은 바레시의 「6번」과 마찬가지로 은퇴 후에는 틀림없이 영구결번이 될 것이다.
밀란과의 계약이 올해 6월로 종료된다. 말디니 자신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공언했기에, 은퇴 후의 진로가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현역속행의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부회장을 필두로 한 밀란 수뇌부는 말디니에게 1년의 계약 연장을 제시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유능함을 높이 평가할 뿐만 아니라, 전력으로서의 유용함도 평가하여 계약 연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성기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기량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센터백으로서의 능력은 지금도 세리에A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이번 인터뷰에서는 확실히 말디니 자신이 선수 생활에 아직 미련이 많은 모습이었다. 위대한 밀란의 캡틴이 핏치에서 분투하는 웅장한 모습을 혹시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파올로가 프로로 데뷔했던 84-85시즌부터 거슬러 올라가보면 현재가 23시즌 째입니다. 정말 긴 시간을 이 세계에서 보내왔는데, 핏치 위에서 플레이 하고 싶은 욕구는 이제 없지 않나요?
믿어줄 지 모르겠지만 그런 욕구는 지금까지도 큽니다. 바꿔 말해서 한번도 그런 기분을 잃어버렸던 적은 없어요. 하지만 다음 시즌도 현역을 계속할지 어떨지는 별개의 문제에요. 욕구가 강하다 해도 말이죠.
요컨대 마음으론 계속하고 싶어도 계속할 수 없는 불안요소가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의지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이 자리에서도 그렇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 컨디션은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지 어떨지 알 수 없습니다. 현역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니까요. 때문에 결론을 좀 더 먼저 내게 되는 것이죠.
지금 기분은요? 현역속행과 은퇴, 둘 중 어느 쪽에 더 마음이 쏠려 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왼쪽 무릎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요. 이런 컨디션이 계속 된다면 은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6월까지는 결론을 낼 생각이지만요.
혹시라도 무릎상태가 좋아질 지도 모릅니다. 그 경우에는요?
큰 장애가 하나 사라지게 되는 거죠.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뿐입니다.
어쨌든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답을 내게 되겠군요. 그럼 화제를 바꿔 보도록 하죠. 정말 멋진 선수생활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돌아봤을 때 가장 큰 추억이었던 것은 무엇이죠?
추억이라…….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사실, 제 커리어를 되돌아봤던 적은 정말 한번도 없어요. 과거만 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은퇴하면 되돌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쉽게도 저는 아직 현역이에요.(웃음) 만약 이대로 경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된다면 프로생활의 커리어를 추억하는 것도 1년 더 미뤄지게 되는 거겠지요.
결론을 좌우하는 것은 몸 컨디션뿐입니까? 예를 들어 밀란의 부진이 파올로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나요?
그건 아닙니다. 문제는 정말로 몸 컨디션뿐이에요. 마음으론 현역으로 계속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다음 시즌이야말로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하고 싶으며,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금 상태가 최고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지금은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아까 말한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선은 눈앞의 시합에 전력을 다하고 싶네요.
세리에A는 인테르가 독주하고 있습니다. 밀란의 현실적인 목표는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는 4위겠죠? 밀라니스타도 유감스러워 하고 있겠어요.
예의 그 부정사건에 대한 패널티가 2차, 3차로 바뀌었던 것이 컸어요. 물론, 처벌에 대한 시비를 운운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럴 입장이 아니니까요. 단지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프리시즌에 전반기의 부진을 초래했던 좀 더 큰 요인이 있었다는 겁니다. 사건에 연루됐던 밀란은 아시다시피 이적 시장에서 스타트가 많이 늦었죠. 이탈리아 축구계를 크게 뒤흔든 칼치오 스캔들의 여파에 우리들도 당했던 겁니다.
승점 마이너스 8점에서 시작했던 세리에A는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뭐, 지금까지는 낙관하고 있어요. 팀 상태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요.
하지만 승리 사이클이 끝났다고 하는 견해도 적지 않은데요.
승리 사이클이란 건 끝났다거나 시작됐다거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경계선이 있는 것 같아도 사실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뭐, 어쨌든 밀란이 새로운 사이클을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제까지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그것보다도 이번 시즌 팀에게는 무시 못 할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전력적인 부족함입니까, 아니면 정신적인 면입니까?
전력적인 부분이죠. 바꿔 말해서, 부정사건에 대한 패널티가 어찌될 지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어요. 경우에 따라선 세리에 B로 떨어지게 되는 건지, 그런 중요한 사안이 개막직전까지 알 수 없었던 탓이 큽니다.
쉐브첸코가 떠난 영향은요? 특급 스트라이커가 팀을 떠난 후유증도 컸던 것 아닙니까?
물론입니다. 쉐브첸코 정도의 선수가 빠지면 데미지가 적지 않죠. 바꿔 말해서,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어쨌든, 지금 밀란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입니다. 물론 쉐브첸코가 그런 선택을 했던 것에는 이해를 하고 싶습니다. 그가 자신에게 내린 결정이니까 존중해줘야지요.
승리 사이클 얘기로 화제를 되돌려서, 밀란은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었지요? 파올로가 올해로 39세, 코스타쿠르타는 41세입니다. 프로 축구선수로서는 활발히 뛸 수 있는 나이는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아픈 곳을 찌르시네요.(웃음) 뭐, 당신이 말한 대로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나이와는 관계없이 감독이 요구하는 수준은 소화해 낼 수 있다는 생각이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요.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파올로와 콤비를 이룬 적도 있는 파비오 칸나바로가 2006년 발롱도르를 수상했습니다. FIFA 월드 플레이어와 더블을 이루게 되었는데, 이런 큰 상에 수비수가 수상한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로지 수비수로서 살아온 파올로의 솔직한 감상은 어떤가요?
파비오는 상을 받을만한 활약을 보여줬어요. 같은 수비수로서 이번에 높은 평가는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서는 유감이라는 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칸나바로와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활약을 국제무대에서 보여줬던 당신이 그러한 개인 타이틀과 인연이 없는 것을 애석해하는 것이죠.
뭐, 이런 건 타이밍도 있어야 하니까요. 전성기라고하는, 제가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시기에는 수비수를 뽑아주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생각해요. 포워드나, 다른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오해하면 곤란한데, 그 점을 칸나바로의 수상과 연관시키려는 건 아니에요. 그는 정말로 훌륭한 선수고, 그렇게 해서 수비수가 각광을 받는다면 그 포지션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지게 되니까 마음속에선 기쁘게 생각합니다.
파올로는 한일 월드컵을 끝으로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은퇴했는데 조금 후회하는 점은 없나요? 만약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할 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요?(웃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어이없는 생각은 안 해요.(웃음) 2002년에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것은 그 당시 저의 상태와 가족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때문에 후회는 정말 하지 않아요. 그리고 독일 월드컵의 아주리에서 제가 있을 곳이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리피 감독이 이끈 팀은 정말 잘 해주고 있었으니까요. 너무 잘 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에요.(웃음) 그 멤버였기 때문에 좋았던 거죠.
밀란에서는 온갖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파올로인데, 대표팀에서는 한번도 정점에 서보지 못했습니다. 94년 월드컵, 그리고 유로2000, 모두 준우승으로 끝났지요.
대표팀에서 결실을 이루지 못했던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실입니다. 축구선수를 그렇게 오래했는데도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끝나버리는 것도 있다고,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탄한다거나 슬퍼하는,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아요. 왜냐면 클럽이나 대표팀이나 몰두하는 건 똑같거든요. 타이틀을 따고 싶고, 딸 수 있다. 그런 기분으로 전진하는 과정은 조금도 변함없습니다. 아쉽게도 아주리에서는 결실을 맺지 못하고 끝났지만 저의 그런 자세라든지 과정에는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밀란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새로운 전력을 확실히 영입한다고 들었습니다. 영입 확률이 더 높은 쪽은 수비수라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은데요. 그렇게 되면 파올로의 라이벌이 늘어나는 건가요?
유감스럽게도 아무것도 답해줄 수 없어요.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한마디 해준다면, 입단하는 선수는 확실히 멋진 사람이라는 겁니다. 밀란은 보강 전략을 정말 확실히 세워두고 있어요. 그렇게 때문에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건 확실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전력을 다할 거에요. 한명의 선수로서, 시즌 마지막까지. 이 무릎이 제가 말하는 걸 들어준다면 좋겠지만요.(웃음)
첫댓글 ........말디니.. 단연코 당신처럼 밀란의 수비를 맡아줄 기량 높은 선수가 없어요. 단 한시즌만 더 밀란의 필드위에서 있어주세요.
현명하신 캡틴......ㅠ.ㅠ 맞아여 오늘도 잘하셨으면서....
진짜 멋있어요T-T 현명한 선택하시길... 그리고 크리스티안은 빨리 보고싶네요ㅎ 한시즌만 한시즌만.. 이러는건 저의 욕심인가요. 흑흑T-T
은퇴라는 말이 나올때부터 난 맘을 다잡고 있었어요... 얼마나 슬플까... 인생의 절반을 같이 했는데, 은퇴라니..~~은퇴경기 화려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아 정말..............이기적인 제 마음으로는 파울로 말디니.. 당신같은 레전드가 좀 더 뛰어주었으면 합니다.....열심히 돈 모아서 산 시로가서 레전드의 몸놀림을 보리라 다짐하고 있다구요!! 말디니가는 레전드야~ㅜㅜ
하악하악 말옹... 진짜 진짜 진짜 멋있어ㅠㅠㅠㅠㅠ
내년까지만.....더 큰 욕심은 부리지 않아요 제발 내년까지만...
ㅎㄷㄷ하네요. 무슨 카운트다운 하는 것 같아요ㅠㅠㅠㅠㅠ 말옹이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믿습니다ㅠㅠ 그저 뛸 수 있을 때까지만 뛰어주셨으면ㅠㅠㅠ
저번 이구아인 인터뷰도 너무 재밌게 잘봤습니다! 밀라니스따님 정말 감사해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말옹
진짜 말옹은 완소대상이 안 될 수가 없다니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