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 가을이었나요.. 사진을 막 시작할 무렵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생각보다 큰 키에 차분한 목소리.. 그리고 하얀 얼굴... 인물사진에 인자도 모르던 제게 모델이 되어주셔서 참으로 감사했었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연예인을 촬영한다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긴장만 했던 그때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제게 그러셨죠?.. 나중에 훌륭한 사진작가가 되면 그때 다시 한번 만나자고요.. 당신은 모르실거에요.. 당신이 기억하지도 못할 변변치 못했던 초보 사진쟁이는 그 한마디에 정말 큰 용기를 얻었다는걸.. 공교롭게도 당신이 세상을 떠나던 날 30살이란 나이에 챙피하게도 과로로 인한 호흡곤란증상에 의해 119에 실려 병원응급실에서 죽다가 살아났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문병을 온 지인에게 당신 소식을 들었지요.. 참으로 허무하더군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나 사람 사는게 참으로 힘들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한참 모자란 사진쟁이이지만, 언젠가 죽어라 열심히 사진을 찍다보면 꼭 만나리라 생각하고 은주씨.. 우리 구면이지요? 라는 말을 그때보다 훨씬 더 여유롭게 하고 싶었는데요...
퇴원수속을 마치고 돌아온 오늘... 당신에게 이렇게 짧은 편지로 나마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행여 다음 생애에 다시 태어난다해도 여러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2001년 어느날 인우와 태희의 사랑을 지켜보며, 비록 영화일지라도 사랑이 영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의 사랑하는 연인과 그렇게 사랑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그것만 기억해주세요.. 비록 몇 명의 사람들이 될 수 도 있지만, 당신은 그 사람들에겐 희망이 될 수 있었던 존재라는 걸요..
이제 모든 고민은 다 잊고...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당신의 못다이룬 꿈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팬으로서.. 그리고 한번 스친 인연으로서... 참.. 감사했습니다.... : )
첫댓글 한번 스쳐간 인연이라도... 누군가에게 계속 기억되고 잊혀지지 않는다는건... 참 행복한 일인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