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 토요일ㅡㅡ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금요일 저녁부터 생긴일이다
약 1개월여 전부터 집안의 화장실에 문제가 생겼다
분양 받은지가 12년이나 되는 아파트라서
변기의 손잡이 부분이 부러져서 힘없이 빙빙 돌고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릴라치면 도리없이 일일이 수조의 뚜껑을 열고 연결된 줄을 잡아당겨
물을 내리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고 있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화장실 바닥의 배수구에 물이 빠지지를 않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이 몸이 기계를 만지는 걸 싫어하고 시간도 없고 하여
불편을 참고 견디며 혀만 두드리고 있었는데...
사실은 일을 벌리기가 겁이났다는게 맞는 이야기다
생활지수가 낮고 살림을 전업으로 하는 상태가 아니다 보니
첫째 , 어디를 찾아가서 의뢰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고
둘째, 아래, 윗층에 시끄럽게 소음을 내는게 마음에 걸리고
셋째, 경비와 시간이 얼마나 들어야 하는지?? 가 걱정이 되어 차일피일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는데
지난 2일에 친정 부친의 기일에 내려온 여동생에게 걱정을 하니까
"언니야, 그거 별거 아이다. 철물점에 부탁하모 된다. 살림안하는 여자 포또내나? " 하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그냥 있었는데
지난 주 4일 ,금요일 퇴근을 하며 보니까, 아파트 관리 사무소 옆에
" 욕실 리모델링, 각종 수리" 라는 플렌카드가 걸리고, 각종 부속품들을 진열한 좌판이 벌어져 있었다.
'옳다구나. 저기 가서 얘기를 하면 되겠다 ' 싶어서 차를 주차시켜놓고 ,가서 주인을 찾으니
사람이 보이지를 않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봐도 보이지를 않아
곁에 서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
할 수 없이 근처를 살피다 보니 "수리를 의뢰할 사람은 장부에 접수를 해 놓고 연락처를 적어 놓으라" 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 노릇을 어떡하나? 내가 늘상 집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떡하지?'하며 궁리를 하는데
웬 아저씨가 옆에 와서 기웃댄다
그래서 답답해서 " 아저씨, 여기 주인 못보셨어요? 일을 부탁을 해야 되는데..." 라고 하니
그 아저씨도 의뢰를 부탁한 장부를 들여다 보며 " 세대에 작업을 하러 갔나?. 그런데 뭘 부탁하려고요?" 하며 묻는다
고장난 사연을 이야기를 하니까, " 어! 그거는 내 담당인데, 내가 관리 사무소에서 설비를 맡고 있거든요
오늘은 퇴근 시간이 다 되었고 경비실에 열쇠를 맡겨놓고 고칠 내용을 적어 놓으면 수리를 해 놓을게요"
라고 이야기를 한다
반가워서 얼른 " 어머나! 진짜요??? 그렇게 해 주실 수 있으세요?" 하니까
" 그럼요. 내가 여기서 벌써 12년째 근무를 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에 부속을 교체해야 되면 부속품값만 주면 됩니다" 라는 대답을 듣고 "경비실에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열쇠를 맡기고 동, 호수, 연락처를 적어 놓겠다 " 는 약속을 하고
집으로 들어 왔는데, 아차차!!! 생각을 해 보니 '내가 그 아저씨를 뭘 믿고?? 얼굴도 모르는데.... 하는 걱정이 생긴다
세상이 하 험악하다 보니 멀쩡한 사람 등신되기 일쑤, 걱정을 하다못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와 관리 사무소를 찾아 가보니 그 아저씨가 보이지 않아 다시 걱정이 덜컥 된다
사무실에서 근무중인 직원에게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고 인상착의를 설명하니 " 맞다" 고 하며 경비실에 열쇠를 맡겨 놓으래서
토요일에 조처를 해 놓고 출근을 했는데, 퇴근 때까지 가타부타 연락이 없어, DULA 체육대회에 바로 참석하려던 마음을 돌려먹고, 집으로 직행---경비실을 찾아가니 경비아저씨가 작업 일지를 보며 시간을 체크해 주고 열쇠를 돌려주며 "부속품 교체비용이 13.000 원 들었다" 고 돈을 달라고 해서 돈을 얼른 건네주고 집으로 확인을 하러 들어가니 변기의 부속을 교체하고 바닥의 배수구도 깨긋이 수리를 하고 청소까지 깔끔하게 해 놓고 가셨다
얼마나 고맙고 흐뭇하든지?? 체육대회에 기쁜 마음으로 참가하고는, 일요일에 마음먹고 바닥 배수구 점검차 목욕하고 손빨래까지 열심히 하여 바닥으로 물을 흘려 보내니 얼마나 깨끗하고 신속하게 잘 빠지는지???
우리가 일상에 있어 너무나 당연한 것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진심을 그대로 받지 못하는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든지????
험한 세상 탓인지? 내 옹졸함 때문인지??? ----괜히 의심하고 걱정한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운 하루였다
오늘 퇴근하며 그 설비담당 아저씨께 "고맙다" 는 인사를 전하고 음료수라도 한 박스 사다드려야겠다.
첫댓글 맞아요. 선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세상이 되었죠? 용감하게 일을 잘 처리하셨네요.. 물 막히면 정말 세상 살맛 안나요!
그런 고민이 있었군요. 앞으로 그럴 때는 네이버에 퍼뜩 물어보면 되는데. 물론 체육대회 때 OX 퀴즈처럼 오안내가 나오기도 하지만...... 글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속이 시원하겠습니다. 히히.
퇴근 시간이 임박하여 부랴부랴 올리다 보니 내 절절한 심정도 잘 안나타났고 오타도 있네요 ....알아서 챙겨 봐주이소. 설비 아저씨께 인사를 갔는데 결국 못만나고 직원에게 음료수만 전달하고 왔네요. 오늘 또 인사하려 가야하나???
윤 경희 단우님! 고마움을 알고 음료수를 챙겨 주는 윤 단우님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대구흥사단의 멋진 분이라 생각 합니다. 그리고 한 동안 불편하게 지냈던 욕실 수리가 잘 되었다니 축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