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에세이
월간 참좋은이들21
산경 김향기 발행인
서울 종로 탑골공원 근처에 가면 허름한 국밥집이 있다. 맛이 좋아서 유명하고 값이 싸서 유명하다.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맛이 변함 없고 1,500원의 가격 또한 변함없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통나무 식탁 위에 놓이는 반찬이라야 신 깍두기 한 접시와 고춧가루 소금이 전부인데 사람들이 연중 줄을 선다. 주로 공원에서 소일하는 노인들이 단골이 되어 소주 반병 곁들여 맛있게 먹는데 때론 넥타이 맨 신사들도 들락거리고, 문화예술인들도 자주 찾는다.
주머니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가난한 날이나 혹은 옛날 잔치 때 맛보았던 국밥이 그리울 때는 이 집이 딱이다. 만족도로 따지자면 호텔 뷔페음식보다 못할 것도 없다. 음식 쓰레기라고는 하나도 남기지 않게 하는 참 좋은 식당이다.
경복궁 역 인근에는 ‘고사머리’ 간판을 단 순대국집이 있다. 대개 4천원, 5천원 하는 순대국이 이 집에서는 3천원이다. 파격적인 가격이지만 구수한 국물맛과 나긋나긋한 고기맛이 일품이다. 가곡 ‘가고파’를 작곡한 김동진 선생의 친필을 담은 액자가 벽에 걸려 있는데 왠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김동진 선생이 이 집 단골이 된 것은 주머니가 허전해서였을까, 국밥이 입맛에 맞아서였을까. 아니면 주인 할머니와 딸의 구수한 인정에 끌려서였을까.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문을 닫는 식당이 많다고 하는데, 전략을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든 두 식당을 떠올리면서….
필자는 본지를 통해서 ‘자전거 공화국’에 대한 예찬과 소망을 몇 차례 쓴 적이 있다.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자전거를 즐겨 타고,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이 청계천변을 자전거로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글도 썼다. 그 이후 두 분의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언론 보도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든지 관련 법제를 정비한다고 난리다. 참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어느샌가 요즘 전철역 주변엔 자전거를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출근용 자전거가 넘쳐나게 되었다. 기름값이 비싸서일까.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서일까.
토인비는 ‘문명 앞에는 숲이 있으나, 문명 뒤에는 사막만이 남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도시화와 산업화를 통해 기형적으로 형성된 인류의 문명이 도리어 그 성장으로 인해 문명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다.
인류의 행복 증진을 위해 야기되었다는 산업화․기계화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과다배출을 그 부산물로 가져왔다. 기후변화는 수백 종의 산업 활동으로부터 기인한, ‘지구’라는 생명체에게 진 대표적인 인류의 부채다. 인류가 신용불량자를 벗어나는 지름길은 하루 빨리 빚을 청산하는 방법뿐이다.
얼마 전, 녹색연합은 인간이 지구생태계에 가하는 압력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생태파괴지수를 알 수 있는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을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조사를 통해 지수를 지구로 환산하고, 소비생활에 관한 의식조사를 병행한 것이다.
이 결과, 한국인처럼 모든 지구인이 살아갈 경우, 지구가 2.26개가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한국인의 소비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으며, 에너지사용 또한 이러한 흐름을 비켜갈 수 없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전력사용량은 5800kwh로, 우리의 경제 규모 2배인 영국을 앞질러 일본, 독일을 뒤쫓고 있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 세계9위, 석유수입 세계 4위, 석유소비 세계 6위를 기록하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대략 1Kg, 평생 내뿜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려면 592그루의 나무를 심어야할 정도다. <2004 환경보고서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한번 출근길에 자전거로 나서보자.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건강한 ‘자출족’이 되어 느끼며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