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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미스 다이어리] 008 - 금지된 로맨스
씬/ 카페 외경 (N)
씬1/ 카페 (N) - ENG
짠~하며 맥주병이 부딪히고, 미자 지영 윤아, 맥주 마시는.
윤아 : (마시곤) 왜 이렇게 늦었어?
미자 : (열받아) 왜 늦었겠니? 또 그 싸가지한테 잡혀갖구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어린 노무 자식이...
지영 : (OL, 어머! 하며 놀라 상체를 숙이고)
미자 : 왜? (하며 보다가) 어머! (같이 숙이고)
윤아 : 왜? (돌아보려는데)
지/미 : (다급) 보지마, 보지마. 티나, 티나.
두 사람, 윤아를 방패막이 삼아 보며.
미자 : 어머. 진짜네 진짜야.
지영 : 내가 뭐래? 진짜랬잖아.
윤아 : (같이 숙이는) 뭐가아?
지영 : (손으로 이마 괴며) 그냥 자연스럽게 슬쩍 봐. 너 뒤에 있는 남자하고 여자...
윤아, 자연스럽게 슬쩍 본다. 두 사람, 참 다정하다.
지영 : 우리 방송국 사람인데, (흥미진진) 남잔 유부남, 여잔... 처녀. 사귄대. (증오를 담아) 미!쳤!지!
윤아 : 남자 별룬데?
지영 : 여자두 별루야. 아니, 유부남이 처녀 좋아하는 거까진 이해한다 쳐. 유부남인 거 알면서 좋아하는 여잔 뭐냐고?
미친 거 아냐?
미자 : 미치기 까지야...
윤아 : (OL) 불륜의 묘미가 뭐야? 은밀하잖아. 티내면 안돼. 그래서 애가 더 타. 하물며 가질 수 없어. 얼~마나 자극적이야.
사람 죽이는 거지.
지영 : (실눈 뜨며) 어째... 너도 해보고 싶단 소리로 들린다?
윤아 : 난, 그런 골치 아픈 작업은 애초에 시작도 안해.
지영 : (갸웃) 잠깐. 아니 우리가 왜 숨어? 쟤들이 숨어야 되는 거 아냐?
미자 : (갸웃) 그러니까.
미자와 지영,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일부러 눈을 마주치려 한다. 마주쳤다.
지영 : (손 흔들며) 안녕~! (살짝 숙이며) 안녕하세요?
미자, 어정쩡하게 같이 인사하는데, 그쪽 남녀, 당당하고 해맑게 웃어 보인다. 지영, 살짝 황당해하다가.
지영 : (그쪽 보며 미소) 차... 웃는다야. 뻔뻔한 것들.
미자 : (외면하며) 입모양 읽혔어 너.
지영 : (찔끔)
윤아 : (그런 둘이 귀엽다)
씬2/ 버스 안 (N) - ENG
미자, 창밖을 보며 앉아 가는데, (차창 밖으로 간판처럼 ‘금지된 로맨스’이라는 타이틀이 흐르듯 지나가다)
미자 옆에 앉은 남자 잠에 곯아떨어져 계속 미자의 어깨에 머리를 떨군다.
미자 : (NA) 결혼적령기에 있는 여자들은 배우자를 고를 때, 여러 가지를 본다. 외모 성격 학력 재력...
미자, 쳐다보지도 않고 검지하나로 남자의 머리를 밀어 제자리에 놓으며
미자 : (이어지는 NA)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랑 로맨스가 가능할까?’를 본다.
그러나 유부남을 볼 땐 외모 성격 학력 재력... 다~~ 필요 없다. 한가지만 본다. 나랑 로맨스가 가능할까.
이번엔 남자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확 밀어버리는. 남자, 놀라 깨서 침 닦으며 두리번.
씬3/ 미자방 (N)
미자, 거울 앞에서 튜브탑을 입어보고 있다.
미자 : (NA) 어떤 조건도 보지 않고, 로맨스만 보는 관계. 그래서 유부남과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질 못한다. 바보들...
침울하게 거울을 보는 표정에서.
미자 : 이씨... 커보인다드니... (가슴 내려다보며) 하낫두 안 커보이네.
열받아 훌렁 벗는 액션에서 암전.
씬/ 집 외경 (D)
씬4/ 거실 (D)
산쵸, 2층에서 빨래꺼리 들고 내려와 할머니 방앞에 쌓아둔 빨래거리와 같이 한아름 들고 화장실 쪽으로 가면서
튜브탑을 떨어뜨린다. 바닥에 떨어진 튜브탑 컷.
잠시 후 그걸 줍는 손 컷. 영옥이다.
영옥 : 에으 저렇게 꼭 하나씩 흘리고 다녀.
영옥, 갖다주려다 ?근데 이게 뭐지?? 싶은.
씬5/ 할머니방 (D)
튜브탑에 양손을 넣어서 쭉쭉 늘려보는 컷.
영옥이가 뭔가 싶어 그렇게 하고 있다. 혜옥은 옆에서 갸웃거리며 살펴보고. 영숙은 관심없는 듯 방만 닦는다.
영옥 : 이게 옷이야 뭐야? 행주 같기도 하고...
혜옥 : 행주는... 그거잖아. 왜 스타킹만 신고 엉덩이 툭! 삐져나오게 입는 거. (허벅지에 선 그어 보이며) 이렇게 짧은 치마.
영옥 : (아항!) 미니스카트!
혜옥 : 어 미니스카트.
영숙 : (혼잣말) 말두 안돼...
영옥 : (일어나 치마처럼 대보곤) 빤스도 안 가려진다 이년아.
혜옥 : (일어나) 원래 젊은애들 컨셉이 보일랑 말랑이잖우, 것두 몰라.
영옥 : (그런가?) 고무줄도 없는데 이걸 어따 걸쳐?
혜옥 : 아무데나 걸리는데 걸치는 거야.
영옥 : 그러다 흘러내리면?
혜옥, 잠깐 갸웃하다가 배 바지 추키듯 팔 붙이고 엉덩이 흔들며 올리는.
영옥 : 차! 젊은애들이 (흉내) 이러냐?
혜옥 : ... 아닌가?
영옥 : (쭉쭉 늘리면서) 옷은 옷인 거 같은데...
영숙 : (구석에 있던 요강 들고 일어나) 그거 그렇게 늘려대면 못 써요, 에으.
영옥 : (퉁박) 어따 쓰는 건 줄은 알고?
영숙 : (나가며) 왜 몰라 그걸. 이으...
영옥 : (꽥) 뭔데??
씬6/ 방송국 화장실 (D)
미자, 대본에 띄어읽기 표시하며 읽는데, 지영, 후다닥 들어와 개인구역칸에 사람 있나없나 일일이 열어보며
지영 : 와, 미쳤어 미쳤어, 저거 간땡이가 붰어. (하다가 마지막칸에 사람 있자 놀라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자 : 왜애?
지영 : (사람 있으니까 작게) 내가 일부러 사람들 다~ 있는데서 어제 카페 얘기했더니, 와... 그 기집애그거... 강적이야.
쫄지도 않고 생글생글... 야아... 하여튼 남의 남자 넘보는 년들은 죄~다 잡아다 집단 처형시켜야 돼.
미자 : 남잔?
지영 : ??
미자 : 결혼해서 딴 여자 보는 남자는?
지영 : 그건... 여자가 족치면 돼. (샐쭉)
씬7/ 동네 일각 (D) - ENG
퇴근하는 부록, 초라한 가방, 초라한 외투, 초라한 표정.
뒤에서 뛰어오는 교복학생들에 스쳐 휘청한다. 죄송하단 말도 없이 뛰어가는 애들.
뭐라 요구하지도 않는 현식.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씬8/ 슈퍼 앞 (D) - ENG
사과를 담는 장사꾼의 노련한 손놀림. 돈을 들고서 그 손놀림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부록.
부록의 눈에 썩은 걸 넣는 게 띄었다. 살짝 눈빛이 움직이는 부록.
장사 : (건네며) 오천원이요.
부록, 돈을 주곤 봉지 안을 봤다가 장사꾼을 본다. 바로 따지지도 못하고 바라만 본다.
장사 : (OFF) 뭐 더 줘요?
부록 : 상한 게 들어갔는데...
장사 : (OFF, 무례한) 상한 게 어딨어, 상한 게. 동네 장사하면서 상한 거 갖다노면 누가 먹는다구!
부록 : (힘없이 바라보다가) ... 많이 파세요.
부록, 힘없이 돌아서 간다.
씬9/ 동네 일각 (D) - ENG
과일봉지를 들고 집으로 올라가는 부록. 무심히 걷는 부록의 얼굴 위로...
상사 : (E, 화나) 상 받을만한 작가를 미리미리 계약해놔야지, 상 받고 나서 계약하자면, 쉽게 할 꺼 같애요? 그 능구렁이들이?
평론 좀 보고, 노인네들 슬쩍 찔러보란 말에요. (혼잣말처럼) 에이! 머리가 굳었으면 몸으로라도 뛰든가!
부록, 멈춰서 길게 한숨을 쉰다. 어쩔 도리가 없다.
부록 : (E) 이름, 최부록... 나이, 쉰다섯... (한참 포즈 후) 쉰다섯해 동안.. 난... 이렇듯.. 작아졌다.
부록, 한숨 쉬곤 다시 걸어간다.
씬10/ 대문 앞 + 마당 (D)
#대문앞 부록, 봉지들고 축 쳐져서 계단을 내려온다.
대문 앞에 거의 다 왔을 즈음, 담벼락 안에서 빗자루와 함께 에잇!하며 내려칠 듯 나오는 영옥의 손.
부록, 허걱 놀라 뒤로 물러나고, 영옥, 부록임을 보자 뻘쭘.
영옥 : ... 왔냐?
#마당 영옥, 허탕이라는 듯 빗자루를 팽겨친다.
부록 : (들어오며) 무슨 일이신지...?
영옥 : 아 누가 자~꾸 집앞에다 쓰레길 버리잖아.
부록 : 추우신데... 제가 알아서 하께요. 들어가세요.
영옥, 에으!하며 들어가고, 부록, 빗자루를 똑바로 해놓고 대충 마당을 정리하는데.
영옥 : (OFF)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니까!
혜옥 : (OFF) 이게 맞대니까.
씬11/ 갤러리 (D) - ENG
윤아와 남자(30대 후반), 도면 보며 전문가처럼 스피디하게 회의하는. 남직원과 여직원도 같이 회의한다.
(*남자 : 풀하우스의 김성수 스타일로 세련되고 쿨하면서 선수인 유부남이다)
남자 : (도면 보며) 일층하고 이층을 꼭 터야 하나?
윤아 : 대형작품 전시할 일은 죽어도 없다면, 안 터도 되구요.
남자 : 트면 공사 기간은?
윤아 : 4주요.
남직 : 4주면 연말 전시계획에 차질이 있는데요.
남자 : (스탠드 달력 보며) 4주 후면 딱 맞는 거 아냐?
여직 : 작품설치 기간이 최소 3일이에요.
남자 : 후... (상체를 뒤로 젖히곤) 뭣 좀 마실까?
남/녀 : 예. (같이 나간다)
그제야 싱긋~ 윤아를 보는 남자. 단둘이 되니 굉장히 사적인 분위기 난다.
남자, 탁자위로 반지케이스를 던지듯 민다. 윤아, 얼결에 탁 잡아서 열어보면 반지다.
남자 : 도면 잘 뽑아서 주는 거야. 술 사.
윤아 : (뿌듯한 미소)
씬12/ 샌드위치 집 (D) - ENG
미자와 지영, 샌드위치 먹다 말고 충격받은 듯 멍한 표정이다.
보면, 윤아, 자랑스레 손을 펴 보이고 있는.
지영 : 청혼.. 받은 거야?
윤아 : 글쎄. 그런 거 같기두 하구...
미자 : 얼마나 봤다구 벌써... (뚱해서 아구아구 먹는)
지영 : 어떤 사람인데?
윤아 : 갤러리 갖고 있으면서 미술전시기획하는 사람이야. 미국에서 박사학위 땄고, 서른 여섯!
지/미 : 성격은? / (그 말에 새초롬히 보다가)
윤아 : 여태까지 봤던 남자 중에 최고!
미/지 : (다시 아구아구 먹는) / 외모는?
미자 : (또 새초롬히 보는)
윤아 : 끌려.
미/지 : (막 먹고) / (풀 죽는다) 좋겠다...
윤아 : 녹음 몇시에 끝나? 끝나고 나와. 소개시켜 주께.
미자 : (OL, 버럭) 난 어떡하구? 둘 다 애인있구, 둘 다 결혼하면, (꽥) 난 어떡하라구우~~~?
씬13/ 녹음실 (D)
현우와 지영, 밖에 있고, 성우들 녹음 중이다. 미자, 여전히 골난 표정.
미자 : (E) 그래, 가라, 가. 나만 남겨두고 다~~ 가.
성우1 : (OFF) 죄송합니다.
미자 : (기다렸다는 듯 대본으로 시끄럽게 부채질) 후...
순간 모두 황당해하며 미자 보는.
미자 : ??
지영 : (놀라서 입모양) ‘너 왜 그래?’
미자 : (성우1 가리키며) 죄송하다구... 다시 가는 거 아녜요?
성우1 : 대사야 대사. (대본 가리키며) 죄.송.합.니.다!
현우 : 차! 가지가지 하십니다, 최미자씨?
미자 : (눈치보며 꾸벅) 죄송합니다...
씬/ 집 외경 (N)
씬14/ 할머니방 (N)
혜옥 : (손뼉 치며, 크게) 아이구! 그거네!
TV 보던 영옥과 영숙, 진저리치며 놀라고.
영옥 : (언성 높혀) 아 깜짝이야 이년이...
혜옥 : 아우 이걸 내가 왜 깜빡했나 몰라.
영옥 : 니가 깜빡하는 게 한둘이냐.
혜옥 : (튜브탑 들고) 이거야, 이거. 내가 젊었을 때 이거 하면 되게 요염하다 그랬는데.
하며 튜브탑을 목에 끼우고는 올려서 머리띠처럼 한다.
혜옥 : 이렇게 머리에 하는 거야 이게. 왜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나이 애매한 애들이 젊어보일라구
이런 거 머리에 뒤집어쓰고 다니잖아.
영옥 : (홱 잡아빼곤) 이렇게 헐거운 걸 어떻게 머리띠로 써? 뭐 영숙이 전용 머리띠냐?
영숙 : (이런 씨이)
혜옥 : (갸웃) 하긴...
씬15/ 대문 앞 (N)
계단에 쪼그려 앉아 손전등으로 비춰가며 책을 읽는 부록.
영숙 : (노여운 OFF) 아니 왜 가만있는 사람을 걸구넘어져? 그게 그렇게 쓰는게 아니라구 몇 번을 말해?
영옥 : (짜증 OFF) 그럼 어떻게 쓰는 건데?
부록, 춥다. 바람이 분다.
그때 한 사내(40대)가 카메라 쪽에서 나와 쓰레기를 부록의 집 앞에 두고 가려고 한다.
부록 : (일어나며) 이봐요. 이봐요.
사내 : (??, 돌아선다)
부록 : 남의 집앞에 쓰레기를 버리면... 저 큰길에...
사내 : (OL, 무례) 여따 버려도 다 알아서 치워요. (가려는데)
부록 : (조금 크게) 이봐요!
사내 : (돌아서 본다)
부록 : ... (부르긴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남자, 체! 콧방귀 끼며 가버린다. 부록, 그냥 가는 남자를 바라본다.
손전등과 책을 대문 앞에 가지런히 놓는다. 그리고 쓰레기를 들고 골목을 돌아서 사라진다.
씬/ 카페 외경 (N)
씬16/ 카페 (N) - ENG
#윤아와 남자, 웃으며 앉아있는데,
정민 : (OFF) 어? 형!
돌아보면 정민 서 있다. 윤아, 으잉?
남자 : 어? 정민아! (반가워 손 내밀며) 야~~
정민 : 야~ (악수하다가 윤아 보고) 어?
남자 : 둘이 알어?
윤아 : 제 친구의 남자친구의 (정민 가리키며) 친구에요.
정민 : 별 사이 아니라는 거야. (앉고, 진지) 형! .. 진짜 반갑다!
남자 : (피식) 실없긴... 맨날 조깅한다더니 건강해 보인다?
정민 : 어. 좋아졌어. 담배도 더 깊게 빨리고. (또 진지) 형! .. 진짜 반갑다.
윤아 : (피식 웃는데)
정민 : 참, 요즘 형수님 강의 뛴다면서?
윤아 : (??)
남자 : 어. 청주까지 간다야. 죽을라 그래.
정민 : (진지) 형! .. 애는 언제 가질라구?
그 순간, 윤아 멍해진다. 모든 소리가 울리면서 작게 들리고 슬로우가 된다.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다.
뻔뻔하게 얘기하고 있는 남자 클로즈업.
윤아 : (E) 왜 당연히 총각이라고 생각했을까? 이 사람, 바람피는 거다. 난...?
그때 미자와 지영, 들어온다. 윤아, 티는 내지 않지만 절망적이다.
#남자 미자 지영 윤아, 넷이 술 마시는. 윤아만 빼고,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화장실로 걸어가는 윤아 모습 뒤로 화기애애한 테이블 걸리고. 윤아, 살짝 휘청 한다. 여기까지 슬로우.
씬17/ 원룸 (N)
드레스 룸. 거울보고 멍하니 앉아있는 윤아.
지영 : (OFF, 약간 취한) 진짜 괜찮드라 그 남자.
미자 : (OFF, 약간 취한) 오윤아처럼 살아야돼. 발랑 까지게 놀다가 이 남자다 싶으면 딱 잡는 거야.
그때 윤아 뒤로 미자 불쑥 보이며.
미자 : (맥주병 들고) 너, 나보다 먼저 결혼하면 죽~~어!
미자, 사라졌다가 갸웃하며 다시 고개 드미는. 윤아, 머리를 감싸 쥔다.
미자 : (다가와) 너 혹시... 내가 새끼치라고... 니 목 조를까봐... 디~따 조를까봐... 괴로워하는 거라면!
(등 두들기며) 많이 괴로워해... (돌아서는데)
윤아 : (OL, 얼굴 들고) 그 사람... 유부남이야.
미자 : (으잉? 충격인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씬18/ 원룸 거실
침울하게 앉아있는 셋. 미자의 딸꾹질 소리만 들린다.
윤아 : ... 나도 몰랐어, 유부남인 거.
미/지 : (보는)
윤아 : 오늘 알았어.
지영 : 그럼 너 속인 거야, 그 놈이? (불끈) 이러언~
윤아 : 속인 건 아냐. 그냥 당연히 싱글이라고 생각했어.
지영 : 그 놈 선수구만. 차...
미자 : (씨익) 그럼, 너 그 남자랑 확실히 깨진 거지? (하다가 머쓱) 미안... (변명) 난 나 혼자만 남을까봐 그래서... 미안...
(짐짓 유쾌하게 윤아 머리 때리며) 에으, 혼자 똑똑한 척 다 하드니...
지영, 기겁하며 미자에게 눈치주고.
미자 : (머쓱) 미안. 수습 안된다. (볼 때리며) 취했나봐.
윤아 : (착찹한 표정)
씬/ 집 외경 (N)
씬19/ 거실 (N)
어두운 거실. 미자, 취해 살금살금 올라가는데, 불 탁 켜지며,
부록 : (OFF) 이제 오냐?
미자 : (아씨 들켰다) 예... (하며 돌아서는데 비틀)
부록 : (이런! 술까지!) 여자가 술 마시고 밤늦게...
미자 : (OL, 답답하다) 위험한 거 없어요. 택시타면, 바로 집앞에서 내려요. (쿵쾅거리고 올라간다)
부록 : .. (2층에 대고) 꿀물. 타주랴? (하곤 씁쓸한)
부록, 힘없이 돌아서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 불이 꺼진다.
씬20/ 할머니방 (N)
불꺼진 방. 영옥과 혜옥, 곤히 자는데, 영숙, 부시럭거리며 여기저기 뒤진다.
영숙 : 어따 둔 거야 이걸... (자는 두 사람 흘기며) 에으... 거 모르면 아는 사람이나 쓰게 그냥 두지...
찾기를 포기하고 도로 이부자리로 오다가 혜옥이 복대처럼 배에 두르고 자는 것을 본다.
영숙 : 어머나? 결론은 복대로 냈네, 이거. (어이없어) 차. 늙으면 죽어야지...
씬21/ 거리 일각 (D) - ENG
#도시 외경부터 훑기 시작해서,
#미자와 지영, 커피 마시며 걸어온다.
미자 : 윤아는?
지영 : 약속 있대. 그동안 엄한 남자 만나느라 허비한 시간 벌충하려면 매~일 소개팅 해야지 또.
둘, 피식 웃다가 정면 보고는 표정 굳는. 윤아와 남자가 다정하게 온다. 뒤늦게 보고 살짝 당황하는 윤아.
남자 : (미소) 안녕하세요?
지영 : (쌀쌀맞게 외면하고, 윤아에게) 어디 가?
남자 : (약간 무안하고)
윤아 : (대답 못하는데)
지영 : 어디 가는 건데?
남자 : 영화 보러요.
지영, 같잖다는 듯 남자 보고, 미자, 일났다 싶은 표정.
지영 : 너 우리랑 영화보기로 했잖아. (윤아 잡아끌고) 얘 우리랑 볼 꺼에요. 그쪽은 와이프랑 보세요.
미자 : (지영이 눈치주는) 야아...
지영 : 뭐어? (윤아 잡아끌며) 가!
윤아 : (신경질적으로 손 빼며) 왜 이래, 촌스럽게?
지영 : (황당)
윤아 : ... 이따 집에서 봐.
윤아, 남자와 간다. 떨거지처럼 서서 보는 미자와 지영.
지영 : ... 촌스럽댄다.
미자 : ... (표정)
씬22/ 다른 거리 일각 (D) - ENG
지영, 핸드폰하며 걷고 있다.
지영 :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활 늦게 받어? (신나서) 윤아 미친 거 알어? 것두 유부남이랑. 걔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
하다가 정면 보고 그대로 굳는.
보면, 어떤 여자가 동직의 팔짱을 끼고 온다. 핸드폰 받던 동직, 지영을 보곤 떠덩!
지영 : (무표정) 미.쳤.어...
씬23/ 동네일각 (D) - ENG
부록, 어제보다 더 초라해 보인다. 부록의 침울한 얼굴 위로...
상사 : (E) 참나, 지금 이 작가가 될 꺼 같애서 계약하재요?
부록 : (E) 글이 따뜻하고...
상사 : (E, 짜증) 최부장 혼자만 따뜻하면 뭐하냐고요?? 부탁하는데, 제발 보는 눈 좀 키워요, 눈 조옴~~!
그때 어제 그 교복놈들이 또 달려가며 친다. 어제보다 심하게 휘청거리는 부록.
부록, 열 받았으나 뭐 어떻게 말하기도 전에 그 놈들 벌써 가고 없다. 점점 분해지는 부록.
씬24/ 대문 앞 (N)
가로등에서 틸다운 하면, 부록, 계단께에 앉아있다. 서럽다. 억울하다. 한계에 달한 느낌이다.
그때 부록의 눈빛이 일렁인다. 천천히 일어난다. 사내가 프레임 인된다. 쓰레기를 놓고 돌아선다.
부록 : (약간 힘이 들어간) ... 이봐!
사내 : (뭐야 싶은)
부록 : 여기다 쓰레기 버리지 말랬잖아!
사내 : 체. (돌아가려는데)
부록 : (폭발직전) 야!
부록, 천천히 사내에게 다가간다. 푹풍전야. 떨리는 손으로 사내의 멱살을 잡는다.
사내, 살짝 당황하며 이건 뭔가 싶은데 부록, 설움이 복받쳐 목소리가 떨린다.
부록 : 버리지... 말랬잖아.... 못 들었어...? 여기다... 버리지 말라구... (갑자기 모든 게 억울하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내가... 어제두... 어제두... 말했는데...
사내 : 왜, 왜 이래 이 사람?
부록 : (결국 눈물난다) 왜 내 말을 안 들어... 왜 안 들어...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여? 어어?
이씬부터 씬25까지 음악 깔린다.
씬25/ 부록방 (N)
부록, 한팔을 이마에 얹고 눈감은 채 누워있다. 모든 게 무너진 느낌이다.
저 방문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산쵸. 심각성을 느끼는지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그저 눈치만 보고 있다.
산쵸 : (어렵게) 저녁은... 드시고 주무셔야죠... 김치콩나물국 했는데....
쓸쓸한 부록의 얼굴에서..,
씬26/ 원룸 (N)
윤아, 침대 모서리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고민이 많은 표정이다.
그때 문 끄르는 소리나면서 미자가 술취한 지영을 부축하며 들어온다. 윤아, 얼른 침대에 누워버린다.
미자, 말리는데, 지영, 막무가내로 다가오며.
지영 : 야, 오윤아 너 일어나봐. 너 그 정도 밖에 안돼?
윤아 : ... (자는 척)
지영 : 논다논다 했드니 결국 거기까지 가냐, 어?
미자 : 야아...
윤아 : (그 말에 발끈해서 일어나) 그냥 차 마시고 밥먹고 영화 봤어. 그게 뭐? 그게 뭐?
지영 : 왜 유부남이랑 그 짓꺼리야? 왜 그 남자 와이프랑 해야 되는 걸 니가 가로채?
윤아 : 일하는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것들이야.
지영 : 일하는 사라암?? 그 남자 좋아하잖아. 아냐?
윤아 : ..니가 무슨 상관이야?
지영 : 왜 상관이 없어? 한집에 사는 친구가 유부남을 만나는데, 내가 어떻게 내 남자친구를 꼬신 여자를 욕할 수 있어?
윤아 : ...!!
지영 : (격앙된) 맘 같아선 그 기지배 머리채를 잡아서 땅에 패대기치고 깔고 앉고 싶은데! 내 친구도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해!
너두 그러는데!
윤아 : ...!! (미자를 보는)
미자 : (응. 동직 오빠 바람폈어)
씬27/ 변호사 사무실 (N)
정민 : (절도 있는 박수 세 번치고) 그 여자... (엄지로 자기 가리키며) 넘겨!
동직, 나름 심각하게 있다.
동직 : 나 심각하다.
정민, 가방에서 DVD 꺼내 슬쩍 주며.
정민 : 넘겨!
동직 : ... (슬쩍) 봐보구.
동직, 가지려는데 정민이 힘줘 잡고 있다.
정민 : 죽~~여버려!
동직 : 달랑 이거 하나냐?
정민 : (잠깐 포즈)
정민, 가슴께에서 씨디 한 장 꺼내준다.
정민 : 내일 당장 약속 잡아라.
퇴근하려는 듯 정리하는 정민.
씬28/ 미자방 (N)
미자,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다.
미자 : (NA) 솔직히 고백한다. 나도 유부남 좋아했었던 적 있다.... (추억에 젖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만날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내 짝으로 점지해놓은 남자가 틀림없다고.
그 남자도 섣불리 결혼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런 착각에,
발아래에 접혀진 이불을 발끝으로 끌어당기려고 들썩일 때 마다.
미자 : (NA) 착각에! 착각에! 에이씨...
일어나 이불을 끌어당겨 눕고 다시 진지하게 나레이션.
미자 : (NA) 그런 착각에 빠졌다. ...똑똑한 윤아는 안 그럴 줄 알았다. 역시 사랑에 똑똑은 없다...
씬29/ 할머니방 (N)
불꺼진 방. 영옥, 혜옥, 곤하게 자고 있다. 영숙, 요강에서 일보고 있음 (치마에 요강 안보임)
영숙 : (영옥,혜옥에게) 쯧쯧쯧.. 무식허믄 용감하다고... (주섬주섬 치마 추스르곤 자리로 돌아와 누우며) 아 사는 집들 가면
변기에 이렇게 옷 입혀논 거 못 봤남? 눈들은 뒀다가 어따 쓰는지. 쯧쯧쯧...
요강 보면 튜브탑이 옷처럼 입혀져 있다.
씬/ 동네 외경 (D) - ENG
씬30/ 동네 일각 (D) - ENG
출근길. 뛰어오가는 교복입은 아이들. 분주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 그 틈에 무덤덤한 얼굴의 부록 보인다.
부록 : (NA) 이름, 최부록... 올해 나이 쉰다섯...
카메라 멈춰서 멀어지는 부록의 뒷모습을 담는다.
부록 : (NA) 오늘도 난.... 더 작아져 간다...
사람들 점점 많아지고,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부록의 뒷모습에서.
씬/ 갤러리 외경 (D)
씬31/ 갤러리 (D) - ENG
윤아 남자 남직원 여직원, 회의 마무리한다.
윤아 : (서류 챙기며) 그럼 내일부터 공사 시작하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남녀직원들 나가자마자
윤아 : (대뜸) 내가 좋아하는 거... (보고) 알고 있었죠?
남자 : ...
윤아 : 알면서 왜 그렇게 잘해줬어요? (차가운 미소와 눈빛) 결혼도 했으면서.
남자 : ... 결혼과 동시에 로맨스는 사라지는 건가?
윤아 : ... 한 사람과 오랫동안 로맨스를 즐기고 싶어서 하는 게 결혼이죠.
남자 : ...
윤아 : 내일부터 다른 사람이 나올 꺼에요. (일어나는)
남자 : 앞으로 이 일 재미없어지겠군.
윤아 : 재미는, 집에서 찾으세요.
윤아, 링반지를 테이블 위에 슬쩍 던지고 돌아선다. 또르르 테이블 위를 굴러가면서 슬로우.
남자를 등지고 당당하게 걸어나오는 윤아에게 시원함과 착찹함이 보인다.
씬32/ 방송국 화장실 (D)
지영, 변기 뚜껑을 내리고 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가 번뜩 고개를 들면 독기 어린 표정.
지영 : 너어, 간땡이가 붰지? 나, 딴 건 몰라두, 어렸을 때부터 내 밥그릇 건들면, 돌아. 빡! 돌아. (일어날 듯 위협적) 알어??
윤아 : (OFF) 그래서?
지영 : (아우 깜짝이야! 뒤로 나가떨어지고)
윤아, 화장실 문에 기대어 있는데, 지영, 빼꼼히 나와 보는. 미자, 그보다 조금 떨어져 서있고.
지영 : (살짝 안심) 여긴... 왠일이야?
윤아 : 그래서 그 여자 떨어지겠니?
지영 : (미자를 보면)
미자 :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씬33/ 안이 보이는 카페 (D) - ENG
카메라 밖에서 안을 비춘다. 미자 지영 윤아, 여자1을 만나고 있다. 그 여자 별로 기죽지도 않고 당당하다.
지영, 분해 들이댈 듯 하자, 윤아, 말리며 미자와 지영에게 뭐라뭐라한다.
미자, 알았다며 지영을 일으키고, 지영, 안 내키지만 봐준다는 식으로 휙 일어나 나간다.
나와선 미자와 지영. 지영은 씩씩대며 어쩔 줄 몰라하는데, 미자는 여자1을 설득하는 윤아를 본다.
미자 : (따뜻하게 보는 시선, NA) 내키는 대로 살 순 없다는 걸... 윤아는 알았을 것이다. 끌리는 대로 살 수 없다는 걸.
때론, 참는 것도 매력적일 때가 있다. 그 걸, 여자에게 말해주고 있을 꺼다.
차분히 설득하는 윤아. 이제서야 눈을 내리까는 여자1.
그런 둘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미자의 모습에서 코드. F.O
씬34/ 에필로그 - 미자방 (D)
F.I 미자, 탱크탑을 입고 외출 준비중인데, 영옥 영숙 혜옥, 미자 주위에 빙 둘러서서 천천히 돌며 위 아래를 훑어본다.
미자,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할머니들의 시선에 괜히 주눅 든다.
미자 : 왜...요?
할머니들, 갸웃거리다가 눈빛으로 대화한다.
가리키며 ‘이렇게 입는 거야?’ ‘아니지 않어?’ 하며 여전히 갸웃거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