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0월20일
젊음의 노트
시골에서 들깨를 베고 하수구 배관을 다시 묻는 작업을 이틀에 걸쳐서 했다. 하수구 작업은 1년 전부터 생각한 것이라 마무리를 못 했어도 반은 작업을 한 것이라며 남편은 한시름 놓은 듯하다. 이제는 한창나이도 아닌데 그렇게 밥 먹는 것까지 잊어버리고 일하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된다. 모자도 쓰지 않고 흔한 선크림조차 바르지 않는다. 얼굴은 타서 구릿빛이다. 그런 남자 편에서 서 있는 나는 하염없이 가냘픈 채송화다. 일을 안 해도 힘들다.
대구에서 남편 대학 동기 모임이 있어서 펼쳐놓은 일은 접어두고 시골집을 나섰다. 모임이 없으면 아마 일을 더 했을 것이다. 상주 시내에 사시는 형님이 묵은김치를 싸 주셨다. 몇 가지 반찬과 열무김치를 챙겨서 주신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이렇게 챙겨서 주는 사람이 없어서 허전했는데 손위시누이가 엄마처럼 챙겨 주신다. 왈칵 눈물이 고이는 것을 참았다. 잘 먹겠다고 몇 번이나 인사했다. 들깨 작업을 함께 못해서 미안하다고 족발까지 사서 주신다. 나는 어떻게 갚아드릴까?
대구에서 친구 병문안을 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다행스럽게 크게 걱정하지 않을 정도였다. 재활병원에서 열심히 치료받는 중이다. 아내와 딸이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다. 대학 다닐 때 동아리가 어떻고 담배는 중학교 때부터 피워서 이제는 지겨워서 끊었다는 이야기까지 아직도 청춘이다. 머리는 희끗해도 마음은 그대로다. 어서 털고 일어나서 함께 여행을 다니길 간절하게 기도했다. 근처 옛날 통닭집에서 간단하게 생맥주를 마시고 헤어졌다. 연말 모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