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19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기시다 총리에 가려진 여성),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AP연합뉴스© Copyright@국민일보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이 참여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9일 히로시마에서 개막했다. G7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세와 세계경제, 핵 군축·비확산 등을 주 의제로 삼아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대응 방침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한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비롯한 G7 정상들은 이날 첫 일정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의 안내를 받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평화기념자료관을 시찰했다. 정상들은 이곳에서 생존 피폭자를 만나 대화한 뒤 원폭 위령비에 헌화했다.
히로시마는 1945년 8월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자료관에는 피폭자의 유품과 피폭 전후의 모습 등이 전시돼 있다.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G7 정상들이 함께 기념관을 둘러본 건 처음이다. 원폭을 투하한 미국 정상의 방문은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일본 외무성은 “정상들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오전에 열린 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 의제는 세계경제였다. 기시다 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G7이 결속해 국제질서를 지켜내겠다”면서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지켜내고 G7을 넘어 국제적 파트너와의 관여를 강화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오후에는 인공지능(AI), 핵 군축·비확산 문제를 논의했다.G7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도 합의했다. NHK 방송에 따르면 정상들은 수출 제한 대상을 ‘침공에 중요한 모든 품목’으로 확대하고 제조·건설·운송 분야 등의 종사자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금속과 다이아몬드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관련 성명에서 “러시아군의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수 없이는 평화가 실현될 수 없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1일 방일해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국영 매체에 “매우 중요한 일들이 정상회의에서 결정되기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회의 둘째 날인 20일에는 개발도상국·저개발국과의 협력, 반도체 공급망 강화 등 경제 안보, 개도국의 식량·보건·개발 문제, 기후·에너지·환경 세션 등이 진행된다. 21일에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 구축,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폐회 등의 세션이 열린다. 기시다 총리는 마지막 날 회의 성과를 발표한다. G7에 맞서 중국은 이날 산시성 시안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외부 세력의 국정 간섭과 색깔혁명(민주주의 개혁 운동) 책동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