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사랑산악회] ☆… 함양의 삼봉산, 지리산 연봉의 장관을 조망하며…(1)
* [서울]-[함양]→ (인월 방향 24번 국도-1023번 지방도로)→ 오도령(悟道嶺)→ 산신각→ 오도산 능선길(지리산의 장관, 27km 연봉의 파노라마)→ 오도산(1,035m)→ 9부 능선(헬기장, 점심)→ 삼봉산(1,186.7m)→ (하산길)→ 삼봉산 능선→ 등구재→ 지리산 둘레길→ 창원생태마을→ 동구(洞口) (승차)→ 함양(함양집 별미 ‘어탕국수’)→ (귀경, 함양 저녁 8:30 출발)→ 서울 군자역 도착(밤 11:50)
☆… 아, 봄이다!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든, 사람이 제 각각 어떻게 살아가든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이렇게 화사한 봄날을 열고 눈부신 꽃들을 피운다. 이 즈음 삼사월, 남쪽에서는 나라의 일꾼을 뽑는다고 몸살을 앓듯이 선거를 치르고, 북반부에서는 익지도 않은 인간을 영웅으로 만든다고 로켓을 쏘아 올리며 광기를 부리는 사이, 저 개나리는 무리지어 노랗게 맑은 눈을 떠서 길목을 단장하고, 곳곳에서 터지는 하얀 벚꽃은 숨이 막힐 정도로 만발하고 있다. 사실 봄을 말하자면, 서울이 아니라 남도를 이야기해야 하리.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어느덧 봄바람은 거기서 온다고 했으니 말이다. 길이 멀고 가야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장엄한 지리산의 거대한 산채를 바라며 남도의 봄기운을 안기 위해 우리는 남으로 남으로 내달렸다. 지리산 천왕봉 아래, 최고의 절경이라는 칠선계곡으로 들어가는 소위 ‘지리산제일관문’이 있는 경상남도 함양의 삼봉산을 산행지로 잡은 것이다.
☆… 일요일 아침 8시, 서울 군자역을 출발하는 차 안에는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목련꽃 같이 환한 얼굴들이다. 그런데 오늘 따라 자리의 수보다 대원들이 넘쳐흘렀다. 예약을 하지 않고 오신 분들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회장님과 총무님 그리고 산행대장님은 대원들을 위해 기꺼이 바닥에 앉아, 그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안쓰럽지만 다른 사람이 앉을 수 없는 자리, 그렇게 천 리길을 오고 가는 것이다.
☆… 오전 10시, 경부고속도로 청원 <죽암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우리의 관광버스(선진항공, 기사 김태수)는 일로 남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동쪽으로 백두대간 덕유산 줄기를 끼고 남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백두대간의 육십령터널을 지나면 경상남도 함양의 권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남도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88고속도로(대구-광주)를 만났다. 광주 방향으로 진입했다. 함양 땅이다. 함양은 북으로 덕유산 줄기의 육십령에서 뻗어온 영취산 백운산이 솟아있고, 서쪽에는 백두대간의 줄기인 봉화산과 여원재가 남원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으로는 지리산의 장대한 산줄기가 동서로 자리하고 있으니 사실 함양은 동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백두대간으로 싸여 있는 산중 고을이라 할 수 있다. 삼봉산은 남북의 백두대간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함양의 중심에 솟은 산이다.
☆… 함양의 출입문인 톨게이트를 지나 읍내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눈부신 벚꽃이 화사한 봄 햇살을 받아 그 순결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함양읍은, 한가하고 평화로운 봄기운이 흐르는 남도의 고을이다. 이렇듯 자애로운 햇살이 봄의 진경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채워오는 것이다. 우리의 버스는 함양읍에서 동서로 이어지는 24번 국도를 따라 남원시 인월 방향으로 향하다가 난평리를 지난 곳에서 좌회전하여 1023번 지방도로 들어섰다. 갈지자 모양의 지안고개를 넘고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오도재(혹은 오도령, 해발 773m)에 도착했다.
☆… 오도령(悟道嶺, 오도재)은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제자인 인오조사(印悟祖師)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득도한 연유로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오도령(773m)은 서쪽의 삼봉산과 동쪽의 법화산(997m)이 이어지는 지리산의 관문으로 함양읍과 마천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옛날에는 지리산의 벽소령과 장터목을 거쳐 온 남해·하동 등지의 해산물이 이 고개를 지나 전라북도·경상북도·충청도지방으로 운송된 육상 교역로였다. 지금은 왕복 2차선 도로의 고갯마루에 완강한 성벽처럼 축성을 한 후, 그 아래 자동차가 통행하는 두 개의 아치형 문을 내고 그 위에 누각을 올려 ‘智異山第一門’(지리산제일문)을 내걸었다. 옛날에는 금대산 금대암에 목조로 있던 관문을 2006년 이곳에 복원하여 세운 것이다. 오늘의 관문은 아주 빛나는 성채처럼 그 규모도 크다.
☆… 이곳은 예부터 지리산의 넘나드는 길목의 마지막 쉼터로,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걸음을 멈추며 지리산의 장관을 관망하며 두류산의 아름다운 산수를 노래했다. 지금은 관문 주위의 잘 조경된 언덕배기의 잔디밭에 당대 선유시인들의 작품이 갖가지 형상의 빗돌 위에 새겨져 있다. 우선 문루의 남쪽에 보한재 신숙주의 시비 <두류산을 바라보며>가 있다.
天極頭流倚半空 (천극두류의반공) 아득히 두류산이 하늘 중턱에 솟았는데
湖南一望彩雲中 (호남일망채운중) 호남을 바라보니 고운 구름 속에 싸였구나.
試登樓上憑軒看 (시등루상빙헌간) 누상에 올라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니
千古蒼顔面回同 (천고창안면회동) 천고의 푸른 산이 굽이굽이 한결같구나.
☆… 오도령의 북쪽에는 휴게소와 주차장이 갖추어져 있고 가장자리 난간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발아래는 오도령을 오르는 굽이굽이 휘돌아 올라오는 구절양장의 도로가 보이고 고개를 들어 멀이 바라보면 우리가 지나온 함양읍내와 그 뒤의 덕유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 문루 주위에는 수많은 시비가 갖가지 조형으로 서 있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금재 강한의 <두류산책>이다.
頭流山色吟窓裡 (두류산색음창리) 두류산(頭流山)의 고운 경치 창안에서 읊조리니
鳴玉灘聲醉枕間 (명옥탄성취침간) 명옥탄(鳴玉灘) 여울물소리 흥미롭게 젖어드네.
自有林皐娛歲月 (자유림고오세월) 임고(林皐)의 세월 이렇듯 즐기고 있으니
更無魂夢到塵寰 (갱무혼몽도진환) 다신의 꿈속에라도 세속으로 나갈 소냐.
☆… 다음은 조선시대 전기의 문신이려 대학자인 일두 정여창(鄭汝昌, 1450~1504년)이 쓴 <지리산>이다. 정여창은 성리학의 대가로서 경사에 통달하고 실천을 위한 독서를 주로 하였다.
風薄泛泛弄輕柔 (풍박범범농경유) 바람은 한들한들 가볍게 너울대고
四月花開麥已秋 (사월화개맥이추) 사월 봄날에 꽃이 피는데 보리는 이미 누렇구나.
看盡頭流千萬疊 (간진두류천만첩) 두류산 수많은 봉우리들을 모두 다 구경하고
孤舟又下大江流 (고주우하대강류) 큰 강물에 배를 띄워 고툐히 아래로 흘러가누나.
☆… 관문의 왼쪽, 삼봉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거목의 당나무와 산신각이 있다. 당나무는 오가는 길손들이 안녕을 비는 역할을 하면서 이곳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 신라의 제10대 구형왕(仇衡王)은 서기 532년 신라가 침공하자 선량한 백성을 전쟁의 제물로 삼을 수 없다하여 나를 신라에 양국(讓國, 나라를 양보함)하고 9만 대군을 거느리고 이곳 함양의 제한역(蹄閑驛) 아래 와서 머물렀다. 그리고 오도재 너머 촉동[오도재 바로 아래 골짜기]에 대궐터를 잡아 역사(役事)를 시작했으나 적을 방어하기 어려운 지형이라 지리산 칠선계곡으로 들어가 추성(楸城)을 쌓고 피란하였다. 그때 9만 대군이 머물렀던 곳을 대군지(大軍地)라 하며 구만동(九萬洞)이란 마을이 형성되었고 활개미라는 곳은 활을 쏘며 무술을 연마하던 곳이다. 촉동에는 빈 대궐터가 있고 추성에는 석성과과 대궐터, 파수대, 뒤주터 등 옛날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곳 오도재는 하동에서 마천, 구례, 하동으로 통하는 고갯길이었는데 구형왕의 왕후인 계화부인(桂花夫人)이올라와 재단을 쌓고 망국의 한과 선왕들의 명복을 빌었다. 그로부터 이곳에 성황당이 생기고 지나는 길손이 기도하며, 주민과 무당들이 지리산 천왕신(天王神)을 모시고 제를 지내게 되었다. 산신각은 그것을 기려 복원한 것이다.
<계 속>
첫댓글 편히 산행을 하시며 즐겨야되는데 제가 부족해서 짐을 드려 죄송합니다
특히 이번 산행에서 발생한 여러문제점 좀더 노력해서 시행착오를 줄이
도록하겠습니다.항상 옆에계셔서 저는 뭐라 표현할수없을 만큼 든든한
마음으로 일 할수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인드립니다.그리고 이번 산행
에서 염려 끼친점 거듭죄송합니다..항상감사합니다.
고문님 후기글이 올라와야 비로소 마무리가 됩니다~감사합니다~
언제나 산행후 이렇게 좋은 글과 사진을 올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행복하세요,,,,,건강하시고요,,,,,,,,,,,!!!!
아~ 봄소식이 ... 하늘은 더없이 맑았군요 함께하고팠으나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우복대장님의 명 코스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없는자리가 제겐 행운이 따라주지 않더군요 ㅠ
다행이 고문님의 산행기로 위로받고 많이 배우고 느끼고 함께 걸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