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집 「고독 느낀 피부」는 특별한 기교나 어려운 낱말, 개념 등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일상적인 단어를 통해 고독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극단적인 상황 묘사나 난해한 구성 없이 우리가 평상시 보고 듣고 접하는 모든 것을 소재로 삼고 있음에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매력인 셈이다. 또한 흔하고 평범한 소재 속에서 끌어올리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시인의 발상이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식사를 하고 치우고 TV를 보고 물건을 사고 잠을 잘 것이며,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인간관계에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도 내일이면 또다시 출근 지하철을 탈 것이다. 그렇게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용기 있게 다른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한숨을 내쉴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겐 정말 시가 필요한지 모른다. 시인들은 삶의 갈피에 숨은 반짝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언어의 그물로 건져 올린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빛처럼, 시는 삶의 틈 사이로 찾아드는 작은 기쁨과 위안을 포착하여 우리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그래서 시를 읽는 한, 삶은 결코 뻔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비록 같은 일상을 반복할지언정, 시가 선물하는 순간의 반짝임을 담아가는 만큼 삶은 나아지고 충만해질 것이니까 말이다.
- 본문 詩 「부치지 못한 편지」 중에서
슬픈 가슴으로
사랑의 낱말을 찾아
찬 눈물로 마무리 한
사연事緣 깊은 문장
지워지지 않는
네임펜namepen으로 쓰여진
내 마음에 얽힌 단어
사랑
아픔의 지우개로
깨끗이 지웁니다
우체국 소인消印이 찍힐 수 없는
분홍빛 편지지엔
정성 깃든 숨결로 얼룩져
그 임의 얼굴 아롱댑니다
미래에
다시 태어날 때
접어서 띄운 편지
부재중인 당신 품속에
오롯이 전달되지 못할까
(정선호 시집 / 136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0,000원)
첫댓글 대박 나셔요.
출간을 상당히 많이 하시는편인듯한데, 비법 좀 알려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