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전문가가 알려주는 환율 비밀 노트
“식량을 통제하는 자는 사람을 지배하고, 에너지를 통제하는 자는 대륙을 지배하고, 화폐를 지배하는 자는 세계를 지배한다. “키신저의 말이다. 이는 달러화를 통제하는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미국은 셰일 가스로 에너지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식량도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다. 달러건 위안이든 어느 통화가 기축 통화가 되든, 비 기축통화국들은 환리스크 관리는 숙명이다. 환리스크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선물환과 NDF, 통화 선물옵션시장, 외화 자금, 스와프 등도 알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국은행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2022년 1분기 외화 거래 및 환산의 외환 차이 수익과 비용이 2조 6천억 원과 2조 4천억 원에 달한다, 환리스크 관리가 중요할 텐데 인위적인 헤지보다는 원재료 수입과 물품 대금 지급하도록 결재하는 네추럴해지 Natural Hedge를 선호한다. 삼성전자도 외환 포지션을 스퀘어링해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단다.
달러의 가격이 쌀수록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환율이 낮은 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왜 환율을 올리려고 하는가? 이는 환율이 일반 물건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화폐의 가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화폐는 다른 물건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로서 기능을 지닌다. 달러가 올라가면 달러를 가진 개인은 좋아지겠지만 국가 경제에는 물건이 덜 팔려 도움이 안 된다. 이것이 논리학에서 인용되는 구성의 오류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도 있다. 영국은 패권 지위를 미국에 넘긴 지 70년이 지났어도 1파운드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설정한 것은 국가 자존심의 문제다.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 환율 예측도 예외는 아니다. 난다 긴다 하는 투자 은행도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환율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라는 모델이 통계학적으로 ‘랜덤워크 random walk’ 모델이라 부른다. 외환 거래는 현물환과 선물환으로 크게 나뉜다. 현물환 거래가 일어나는 시장이 현물환시장이다. 선물환 거래는 계약과 결재 시점이 다르다. 농작물을 입도선매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봄에 계약하고 가을에 수확할 때 결재하는 방식이다. 현물환과 선물환에서 환은 달더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물환은 즉시 매입이고 선물환은 1년 후에 매입한다고 보면 된다. 선물환율은 미래환율의 예측치란 오해를 하기 쉽다. 미래환율에 대한 예측은 현재의 환율에 녹아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여기에는 늦게 지급하는 만큼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즉 선물환율은 일정 기간 이후 달러의 가격으로 결재를 나중에 함으로 발생하는 매도자의 순손실을 원화를 늦게 받아서 생기는 이자 손실-달러를 늦게 지급함으로 생기는 달러 이자=원화 금리-달러 금리이다. 선물환은 달러와 원화를 서로 빌려주는 거래다. 선물환을 판자는 넘길 달러를 유보하고 있으니 상대방에 일정 기간 빌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선물환의 중요 변수는 원화와 달러의 금리 차임을 알 수 있다. 현물환율이 변하면 선물환율도 변하지만, 선물환 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여러 변수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 현물환율의 변동에 대체로 관심이 적다. 이 금리 차이의 거래를 ‘스와프포인트’라고 한다. 차액 거래 선물환은 선물환 거래의 만기가 도래해 결재할 때 손익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 원금을 인도하지 않고 그 손익의 차이만을 정산하는 방법을 NDF(차액 결제 선물환)라고 한다. NDF는 ‘Non Deliverable Forward’ 약자다. NDF는 결재일에 원화의 개입이 없이 달러로만 결제한다. 원금 교환 없이 차액만 결제한다. 주로 이용하는 사람은 원·달러 선물환 거래를 하고 싶지만, 원화를 구할 수 없어서 거래하기 어려울 때와 거래할 원금이 없어도 거래하고 싶은 경우에 NDF를 많이 사용한다.
NDF와 외환위기 발생 사례를 보자. 평상시에 NDF로 투기 또는 투자하면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손실도 있다. 우리 경제 지표가 침체 전망이 발표되면 NDF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수요자든 투기자든 NDF 선물을 사두려 한다. 그러면 선물환율은 오르고 NDF를 판, 은행들은 이튿날 이를 헤지하기 위해 달러를 매입한다. 뚝심 센 놈이 이기는 게임에서 환율이 치솟아 버리면 은행은 위기를 맞는다. 이런 상황을 우리나라는 3번 겪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다.
통화선물 시장은 선물환시장과 같은 원리로 거래되는 시장이지만, 선물환은 양자 사이 거래인 반면, 통화선물은 불특정 다수와 선물환을 사고, 팔 수 있다. 선물환시장은 최소단위가 100만 달러로 커서 개인의 접근이 어려우나, 통화선물시장은 1만 달러의 거래로 일반인의 접근도 쉽다. 선물환은 신용도 높은 은행끼리 거래라 증거금 또는 마진없이 거래하나 선물시장은 거래소에서 증거금을 받는다. 계약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20%의 보증금을 예치한다. 환율은 매일 변하니 통화선물의 가치도 매일 변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증거금이 바닥나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이를 ‘증거금 추가 납인 요청’ ‘마진콜 margin call’이라고 한다. 통화선물은 본인의 자금보다 5배 선물을 매입할 수 있다. 이익과 손실도 원금의 5배를 볼 수 있어 위험이 큰 거래이다. 환율이 이익을 볼 수준으로 유지하다 불리하게 돌아서면 증거금을 추가로 내도록 마진콜을 받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은행도 마진콜을 당하여 증거금을 납부 못 하면 통화선물은 강제 청산을 당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가 이 마진콜에 대응하지 못해 무너졌다.
통화옵션은 보험으로 외화를 특정 기간에 특정 환율에 사거나(콜옵션) 팔(풋 옵션)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손해 보험은 보험료를 내고 큰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상해주는 대가로 옵션도 보험료를 받는데 이를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영어로 보험료는 프리미엄이라 하는데 우리나라는 보험료라 번역하지 않고 프리미엄이라 쓴다. 누가 가입할까? 미국에 유학비를 보낼 부모와 수입 계약을 하고 수개월 뒤에 송금할 업체들이다. 이들은 현재의 환율이 1,000원인데 1,100원이 넘으면 보상해주는 옵션을 산다. 그러면 1,200원이 넘어도 1,100에 사도록 보상을 받는다. 콜옵션은 환율이 오르면 보상해주는 보험으로 이해하면 된다. 풋옵션은 반대로 특정 환율에 팔 수 있는 권리다. 위 옵션의 프리미엄이 50원이면 살 때 50원을 지급해야 한다.
통화 옵션의 본래 목적은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 ”미운 놈이 있으면 옵션을 가르쳐주라“는 얘기가 있다. 통화옵션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좀 안다고 잘못된 방식으로 활용 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옵션을 사는 사람은 프리미엄이 손실의 최대 폭이지만, 옵션을 파는 사람은 무한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콜’이든 ‘풋’이든 옵션을 사는 것은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보험사고가 한번 나면 보험금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위험을 분산시킨다. 그런데 일반인이 보험을 판다고 생각해보자. 당장 보험료를 받는 것은 좋지만 사고가 터지면 집안이 망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인은 보험을 팔지 않는다. 그러나 옵션이 일어날 수 있다. 옵션을 매도한 사람은 작은 보험료를 챙기는 대신에 다른 사람의 위험을 떠안기 때문에 손실이 무한정 커질 수 있다. 개인투자가가 망한 경우는 옵션을 매도한 경우다.
‘키코’의 비극은 개인 수출기업의 옵션 매도에서 출발했다. 이런 위험을 알고 개인이 옵션 매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파생상품의 거래는 복잡하게 얽혀 자신도 모르게 옵션을 파는 보험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키코KIKO’;Knck-in Knck-out 사태는 대표적인 예다. 전형적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는 수출기업에 인기를 얻었기에 이 사태에 많은 수출기업이 큰 고생을 했다. 복잡하니 생략한다. 1,200원 이상 환율이 오른 예는 없었기에 콜옵션을 2배로 거래했다. 100만 달러는 2백만 달러로 거래한 셈이다. 환율이 1,200대로 오르자 1,000원으로 행사가격을 정한 키코는 4억을 물어주고 환율 상승으로 2억을 벌어 결국 2억의 손실이 발생한다. 1,300원으로 환율이 오르면 3억의 손해가 난다. 2008년 ‘리먼브라더’ 사태로 환율이 1,570원이 되자 많은 수출기업이 키코로 쓰러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키코는 수출기업이나 개인이 사면 안 될 상품이었다. 당시 금융기관도 몰랐을 수 있고 설마설마하다 100년에 한 번 일어난다는 대형 위기에 크게 당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022, 09.11
환율 비밀 노트-2
최재영 지음
시공사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