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의 로컬기업 '성심당'은 향토기업이다. 60년을 맞이하여 '성심당'의 정신을 남기고자 책을 펴냈다. 특이한 점은 통영에 기반을 둔 로컬출판사 '남해의봄날'에 의뢰한 점이다. 대부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장사가 되는 대도시나 대형을 추구한다. 그러나 '성심당'은 여기에서 차별성을 둔다. 오직 지역을 살찌우며 지역에 이익을 환원하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정신으로 기업을 유지해 간다는 점이다.
영화 <국제시장> 첫 시작의 배경은 '흥남부두'다. 피란민들을 기적적으로 실어나른 스토리가 영화의 시작을 알리듯 <성심당>의 창업자 임길순은 흥남부두에서 피란하여 거제도로, 거제도에서 진해로, 진해에서 지금의 대전으로 무일푼으로 처소를 옮긴다. 그리고 오기선 신부가 건네 준 밀가두 두 포대로 진빵 장사를 시작하여 제2대 경영자 임영진의 <성심당>이 이어져 내려 오고 있다.
<성심당>의 정신은 포콜라레에서 시작되었다. 개인을 넘어 기업과 산업의 영역에서 더 높은 차원의 재화의 공유를 실천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윤의 일부를 제공하지만 결코 이들을 수혜자로 여기지 않는다. '모두를 위한 경제' (Economy of Communion). 뿌리는 가톨릭 신앙에 깊게 닿아 있지만 종교를 초월하여 구체적인 사회 문제를 붙들고 싸름하는 실천적인 프로젝트다. 회사 수익의 15%는 무조건 인센티브로 직원에게, 20%는 사회 환원 기금으로 낸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성심당>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일명 무지개 프로젝트다. 빨강은 재화를 통해 올바른 경제 활동을 한다. 사랑과 나눔의 문화를 이룬다. 정확한 회계와 재무관리를 상징한다. 주황은 우리는 성심인이다. 화사에 자부심을 갖는다를 상징한다. 노랑은 법률과 윤리 기준을 지킨다. 기업 경에에 있어 책임감과 정직성을 지난다는 뜻이다. 초록은 정직한 재료와 환경보호로 인간의 존엄성을 갖는다. 정직한 식자재 사용으로 건강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뜻이다. 파랑은 조화롭고 따뜻한 가정 같은 환경을 조성한다. 성심인의 미소는 성심당의 유니폼이다는 뜻이다. 남색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 자기 계발에 힘쓸 것을 나타내며 보라는 성심 가족으로 생각의 일치와 공유를 이룬다.
2대 경영자 부부인 영진과 미진은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전에서 귀한 존재로 자리 잡는 것이 아직은 성심당이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전국에서 대전을 찾아오고, 그렇게 대전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대전 시민에게 빚을 진 성심당의 도리라고 여긴다. 제법 크게 성공한 동네 빵집이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는 이유이다.
"만든 지 네 시간 지난 빵은 안 판다" .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침 식사를 책임질 정도로 신선한 빵을 고집한다. 성심당의 소통은 정직한 노동 위에서 이뤄진다.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할 때는 말단 직원에게 미루는 대신 간부들이 먼저 나서서 떠안는다.
성심당은 지금의 대전 은행동 153번지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가 창업자 임길순님의 '성당의 종소리'였다고 한다. 업계 최초로 포장빙수를 시작했고 생크림 케이크를 내놓았다. 발렌타인데이 이벤트로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야기의 갈등 구조에 몰입하는 이유는 현실 자체가 갈등의 연속이며 한 사람, 한 조직, 한 공동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 또한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대전 사람들이 <성심당>을 내 가족처럼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전을 사랑하는 기업, <성심당>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과 함께 하는 성심당은 대전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라고 한다. 혹시 대전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쯤 성심당을 방문해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