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서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분야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등 관련 업체가 미국시장에서 얻을 이득에 비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입을 피해가 훨씬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형차에 유리한 세제 개편은 가뜩이나 심각한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더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3800cc 그랜저 이익률 5%…1600cc 베르나 1%
부품 원산지 비율 낮춰 ‘미국산 일본차’ 수혜
배출가스 허용기준 완화로 대기질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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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기다리는 현대차 4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차량 전용 선적부두와 야적장에 미국 등지로 수출될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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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과연 ‘실익’ 챙겼나?=이번 협상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요구한 것은 관세 철폐와 원산지 규정 강화 등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미국 정부가 물리는 승용차 관세(2.5%)와 트럭 관세(25%)를 뜯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배기량 3천㏄를 폐지 기준으로 제시해 실리를 챙겼다.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주로 3천㏄급 이상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3천㏄ 미만 차량의 관세를 없애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국이 관세 즉시 철폐 품목을 3천㏄ 미만 승용차로 국한한 것은 바로 이런 실리 계산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 업체들이 얻을 이익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시장에서 중·저가 차로 인식되는 현대·기아차가 3천㏄ 미만 승용차를 수출해 벌어들이는 이익은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시장에서 3천㏄ 미만은 중·소형급으로 분류된다. 현대차의 국외영업담당 직원은 “소형차의 경우 거의 이익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랜저(수출명 아제라)와 같은 대형차를 많이 팔아야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시장에서 2만4500달러에 판매되는 3800㏄ 그랜저의 경우 이익률이 5%대이지만, 1만420달러에 팔리는 1600㏄ 베르나(수출명 엑센트)의 이익률은 1%에도 채 못 미친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4.5%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이익을 대형차 판매에서 벌어들이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은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물량의 40% 가까이는 3천㏄급 이상이다. 3년 뒤에 3천㏄ 이상 차량에 물리는 관세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생각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2010년이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70%로 높아진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원화절상과 현지생산 등을 감안할 때 제한적인 승용차 관세인하에 따른 이득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최대 수혜자는 ‘미국산 일본차’?=협정이 발효되면 관세 8% 폐지와 특별소비세 5% 인하 효과를 합쳐 미국차와 더불어 미국산 일본차 가격은 10% 가까이 낮아지는 여력이 생긴다. 이 때문에 협상 전부터 자동차 업계에선 최대 수혜자는 미국산 일본차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김학주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가 수익을 많이 내는 점을 겨냥해 미국산 일본차들이 들어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일본차는 지금도 국내 수입차 가운데 1위를 달릴 정도로 우리의 기호도와 맞고 기술적으로도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진 만큼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며 “미국산 일본차의 수입을 우려해 원산지 규정 강화를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미국산 일본차의 유입을 막기 위해 부품 원산지 비율이 70%는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이 비율은 50%선으로 낮게 책정됐다. 협회의 한 간부는 “원산지 규정을 통해 일본차의 유입을 막으려 했으나 실효성이 없어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미국차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크게 완화해 준 점과 자동차 세제 개편 요구를 수용한 점을 특히 우려했다. 환경연합은 “차 몇 대 더 팔려고 환경주권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우리로서는 큰 실익도 없는 3천㏄ 이하 승용차 관세를 없애려고 수입차에게 안방 문을 활짝 열어준 꼴이 됐다. 무관세와 특소세 인하를 앞세운 수입차 공세에 밀려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겉으로는 이번 협상 타결을 지지하면서도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이유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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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길 넓어질 도요타 미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한 도요타자동차 매장에 2007년형 세단 아발론이 전시돼 있다. 3일 도요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 판매량이 3월중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덴버/AP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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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7-04-04 오후 07:19:30
기사수정 : 2007-04-04 오후 10:59: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