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별거 아니네
급부레크를 밟았으나 늦었다.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온 사슴은 미처 피할
겨를 도 주지 않고 차와 정면으로 부딪치며 길에 나동그라졌다. 말로만
듣던 일이 K씨에게 닥친 것이다. 차에서 내려 보니 사슴은 즉사했고 차도
우그러 졌다. 미국에 이민 온지 일년도 안 된 그는 예상치못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 몰랐다.
그냥갈까? 그러나 영 찝찝했다. 한국에선 귀한 사슴이기에 이곳에서도
보호받는 소중한 동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동물을 죽여 놓고 뺑소니
친다는 것은 준법정신 이 투철한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화를 걸기로 했다.
귀가 닳도록 들어서 아는 번호 911, 그러나 전화해서 운전하는데 사슴이 뛰어
들어 치고 말았다. 사슴은 죽고 내 차는 찌그러졌다." 라는 말을 어떻게 영어로
한단 말인가.
노천명의 <사슴>이라는 시나 올리 존스돈의 만화 영화를 보면 사슴은 더없이 사랑
스러운 동물이다, 한국에서 사슴농장이나 가야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버지니아
주에 와 보니 한국과 달리 지천에 널린 것이 사슴이었다.
그 귀한 동물이 떼 지어 거리를 활보하고 담이 없는 미국 집 정원에 서슴없이
들어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며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얼굴을 보아도
어디 하나 날카로 운데 없는 순한 동물, 모가지가길에서 슬픈 짐승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
그 아름다운 사슴이 사람을 가장 많이 다치게 하는 동물로 변했. 버지니야 주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늑대나 이리가 줄고 먹이사슬이 무너져 사슴이
급속도로 늘었다. 시도 때도 없시 도로로 달려 나오는 사슴 때문에 교통사고가
일어나 미국에서는 일 년에 차량 수리비가 10억 불 ((약 1조 1천억 원) 다치는
사람 만 명, 죽는 사람이 이백여 명에 이른다. k씨도 그중 한 사람이 된것이다.
그는 911에 전화를 걸어말했다.
"루들프 꽥!"
겨우겨우 있는곳을 설명했다 경찰이 달려왔다. 그는 차에서 내려 말했다.
"루돌프....,
그러고는 머리로 쭈그러진 차를 박는 시늉을 했다 신기하게 경찰이 잘 안아들었다.
영어 별거 아니네.
(강헌 선집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