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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humor)’는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거나 심리적 안녕을 주고,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한다. 학습을 돕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언어가 다른 나라들에서 유사한 유머들이 공존하기도 한다. 유머가 인간에게 중요한 기능을 하며, 이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행동 연구 방법(Behavior Research Methods)’에 발표된 논문은 생후 1~2개월 사이에 아기들이 이미 유머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만 한 살이 되기 전에 유머를 시도한다고 보고했다. 이후, 만 4세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다양한 유머를 구사하고, 언어 발달이나 사회적 규율과 같이 발달 단계의 특징을 반영하는 식으로 발전해 간다고도 전했다.
영아기 유머의 발달
유머가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발달하는지는 체계적으로 연구된 적은 없지만 이미 생후 1년 동안 아기들이 “까꿍” 소리에 까르르 웃고, 간지럼을 타거나 우스꽝스러운 몸짓이나 얼굴 표정을 보고 웃는다는 것 등은 알려져 있다.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진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유머가 언제 어떻게 나타나고, 발달해가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그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체계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설계했다. 생후 0-47개월 사이 연령의 700여 명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 부모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것이다.
연구진은 먼저, 아이들이 이해하는 다양한 유머의 종류를 부모들을 통해 보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수집했다. 그리고 ‘영아기 유머 조사(Early Humor Survey)’라는 이름의 리스트로 작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연구에 사용될 설문 20개 문항으로 준비하고 이를 부모들에게 평가하게 했다. 이 설문 결과를 분석하는 한편, 실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확인하는 실험과 분석도 실행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객관성을 갖는지 확인하는 실험과 부모의 문화적 배경이나 성별, 교육 정도, 아이들에게 형제, 자매가 있는지 등의 요소가 결과와 상관관계를 갖는지 확인한 것이다.
설문은, 숨바꼭질이나 우스꽝스러운 얼굴 혹은 목소리, 수저의 뒷부분을 사용하는 경우와 같이 물건을 잘못 사용하는 일, ‘자동차’를 ‘바나나’로 부르는 식으로 잘못된 단어를 쓰는 일, “고양이는 다리가 다섯 개야”라는 식으로 개념이 뒤섞인 이야기를 하는 일 등 구체적인 예를 들어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유머를 구사하는 수준을 범주별로 평가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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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1~2개월 무렵 시작해 만 4세까지 계속 발달해
분석에 의하면 아기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간단한 형태의 유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유머를 이해했다는 보고 중 가장 어린 연령은 이미 1개월 무렵이었다. 2개월 된 아기들의 경우 50%가 숨바꼭질이나 간지럼 태우기, 우스운 몸짓과 같은 형태의 유머를 알아듣기 시작했다. 11개월 이전에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유머를 스스로 시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1살 이후로는 물건을 줬다가 뺏거나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상대의 반응을 동반하는 유형의 다양한 유머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2살 이후로는 대변이나 냄새나는 발과 같이 터부시 되는 주제들을 언급하고 엉뚱한 단어로 대답하고 놀리는 등 유머에 언어 발달이 반영되었다. 3살 이후로는 고양이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거나 일부러 버릇없는 행동을 하고, 소금을 설탕통에 넣어두는 등 사회적 규율을 유머에 이용했다. 유머의 이해와 구사가 발달 단계별 특징을 나타낸 것이다.
연구의 의미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유머에 대한 이해가 이미 1~2개월 경에 시작한다는 것과 영아기 시기별로 유머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모가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연구진은 이를 아이들의 교육 체계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초기 교육 과정이 주로 놀이 형태로 이루어지는 만큼 아이들이 발달 단계에 따라 구사하는 유머를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각 과정을 꾸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