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바보인가! 요즘 나는 작업하다 무료해지면 김현철 <현마에 유쾌한 오케스트라>를 본다. 아마 정식으로 지휘를 전공한 사람 연주였다면 심심하다고 내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았겠는가. 분명 김현철은 개그맨이지만 지휘자로 활동한지 어느덧 3년이 되었지만, 그는 지휘를 공부하지 않은 탓에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일이 많다. 언론에서 조차 김현철은 악보조차 못 읽는 까막눈으로 여기지만, 그는 지휘자용 악보가 너무 빽빽하여 고개 돌려 보기가 어려워, 그냥 스스로 고안한 악보 표기법으로 통째로 외워 지휘하는 곡만 벌써 30곡이 넘을 정도로 클래식 애정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알고보니 그는 외모완 다르게 클래식 매니아임을 알고 어느 방송에서 ‘김현철의 어설픈 클래식’ 코너를 진행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남을 웃기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하듯 개그맨도 쉽지 않다. 하지만 개그와 분야가 전혀 다른 클래식을 대중들과 이렇게 소통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임에도 김현철은 잘하고 있으니 역시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어쩌면 그는 개그맨보다 지휘하는 일이 더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김현철처럼 비전공자이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프로도 못하는 일들을 적합하게 끼를 발산하고 있는 분이 주변엔 생각 이상으로 많다. 덕분에 소수 클래식 팬 외엔 대부분 고전 음악과는 담쌓아 사는데, 김현철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만의 특별한 공로다.
그는 그동안 분명 바보 이미지가 더 강했던 개그맨이었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을 보면 바보라 할 수 없다. 악보를 통으로 암기하는 일은 지능에 관한 일이라면, 그가 스스로 ‘지휘자’라는 말을 공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일은 김현철다운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는 자신을 정식 음악 코스를 밟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 예의로 그냥 ‘지휘 퍼포먼스’라고 불러왔다.
바보 이미지로 활동해온 정준하도 김현철만큼 반전이 많은 사람이다. 정준하는 SNS에서 자기 소개 글로 대놓고 '20년 차 바보'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1년에 단 6명만 취득할 수 있다는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거머질 정도로 보통 이상의 사람이었다. 바보로 아는 그에게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한도전’에서 정총무로 활동할 때, 대충 눈 짐작으로 전체 음식값을 정확하게 계산하질 않나,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코드-비밀의 방' 프로그램에서도 그는 카이스트 출신도 풀지 못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여 그 날 오픈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람들은 평소 잘 웃으면 머리에 나사 하나가 빠진 바보인 줄 안다. 하지만 바보라고 여겼던 사람들은 행동은 분명 다른 사람보다 둔할지 몰라도 내면은 어린아이같은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그들의 생각은 단순하지만 순수하기에 어떤 과거 일이든 묶이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 이 순간에 그들이 얼마나 자유하고 있음을 적어도 스스로 똑똑하다 여기며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헛똑똑이들은 죽어도 모르는 영역이다. 물론 바보는 자신을 우습게 여기지도 않기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또한 자기 유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는 일은 결단코 하지 않기에 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들은 현재를 온전히 즐기며 살아가기에 언제나 웃는 모습을 보게된다.
바보와 반대개념 사람과 여기에 차이가 있었다. 바보는 왠만해서 화를 내지 않는다. 만약 화를 낸다면 그는 이미 바보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그들과 무엇을 같이 해도 어린아이를 대하듯 긴장되지 않고,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하니 바보에게 사람이 붙을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도 힘이 있어서 사람이 많은 모이는 이들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은 그들은 힘이 빠지면 바람 빠진 풍선이 됨에도 똑똑한 이는 안다해도 이미 늦었다.
생각해보라. 언제나 웃고 있는 그들이 바보인지, 아니면 얼굴엔 미소를 머금지만 매사 자기 것만 챙기는 개인주의자가 바보인지 웃음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세상살이는 장애물 경주처럼 이제 숨 좀 쉬겠구나 하면 또 다른 장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때론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었겠는가. 하지만 지난 날을 생각해보고 오늘의 자신을 잠시라도 생각한다면, 내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기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래서 “마지막 웃는 자가 진실로 웃는 자다” 라는 속담은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가 있다” 라는 성경 말씀과 댓구를 이루고 있는 것은 마지막 내 호흡이 멈추는 그 날, 웃질 않고 그 분 앞에 설 수가 없기에 현실적인 장애물 앞에서도 내 영혼을 생각한다면 의식적인 웃음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결국 바보와 지혜의 차이는 지능이 아니라 웃음에 있었다. 그러므로 진짜 바보는 웃지 않는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 거울은 단 한 번이라도 먼저 웃을 수가 없다. 내가 웃어야 거울도 웃는다는 만고진리의 법칙은 여전히 지금도 적용되고 있기에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가슴깊이 터저나오는 웃음이 불가능한 것은 그동안 뿌렸던 씨앗들이 삶이 웃을 수 없게 만들었는데 어찌 얼굴에 웃음이 나타나겠는가. 빅토르 위고는 “웃음은 인류로부터 겨울을 몰아내 주는 태양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웃음은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로 여겼다. 그래서 지금 웃는다면 그는 이미 승리한 자다. 오늘 웃어야 마지막 그 날에도 웃을 수 있기에, 다른 어떤 것보다 웃음이 나오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오늘도 설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