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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날입니다.
새벽 5시.... 일어나 씻고 출발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아바시리에서 아사히다케까지... 꽤 먼길을 가야하고 들를 곳이 많아 서두르기로 한 거지요.
이번 여행은 대체적으로 아침에 일찍 출발하고 저녁에 가급적 일찍 숙소에 도착해 쉬는 쪽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5시30분... 정확하게 집합입니다만.... 출발하려다보니 노토로코 맵코드도 전화번호도 아무것도 없네요. -_-;;
"쓰미마셍~"하고 프론트에서 사람을 부르니 연세 지긋하신 분이 나오시는데 이른 아침임에도 조금도 귀찮다는 표정없이 노토로코를 찾아 전화번호를 적어줍니다.
어제 여직원도 그렇게 상냥하더니... 친절도 면에선 이번 숙소들 중에서 으뜸상을 주고 싶군요.
어제 텐토산 전망대에서 보았던 아바시리 호수위로 해가 떠오릅니다.
아바시리 주변에는 호수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해적호인데 비해 이곳 아바시리코는 담수호라는게 특징이네요.
겨울철에는 호수가 꽁꽁 얼어 빙어 낚시를 하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곳입니다.
하루를 여는 시간... 부지런한 새들이 먼저 날개짓을 하며 호반 위를 가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주어질지 설레는 마음입니다..
반만 그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텐토산도 호수의 분위기에 한 몫 더하는군요.
아바시리코를 지나 도착한 이곳은 노토로 호수입니다. 해적호이고요~
이곳 노토로코는 매년 9월 중순이되면 이렇게 산호초들이 묽게 물들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있지요.
우리가 찾기 이틀전에 산고초 마쯔리가 있었더군요. 그말인즉은 우리가 한참 절정일 때 찾았다는 거.
일부러 때를 맞춘 것처럼 어쩜 이렇게 시기도 딱딱 맞아 떨어질까요?
마치 빨간 양탄자 위를 걸어가는 느낌입니다. 레드카펫... 이럴 줄 알았음 드레스를 준비해 올 걸 그랬습니다.^^
일출의 찬란한 빛을 받아 실제로는 더 예쁜 빛이었음에도 사진으로 그 색이 너무 어둡거나 날아가버리네요.
사진을 찍는 분들이라면 욕심이 날만한 풍경입니다. 실제로 전문 장비를 갖춘 진사님 두 분이 열심히 찍고 계시더군요.
일명 퉁퉁마디라고도 하고 우리에겐 함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요. 약재로도 많이 사용되고요.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귀한 몸이라 1921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하네요.
일본에서는 산호를 닮았다고해서 산고초라 불리는데...
예전에 산호초의 색을 더 빨갛게 하려고 추진했던 정책이 잘못되며 산호초 군락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현재 지역 관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 복원 중이라고 하네요.
새벽에 일어나 피곤하실텐데도 순간순간 여행의 참 맛을 즐기고 계시는 멋진 우리 멤버들... 이십니다.
能取湖サンゴ草群落地 (노토로코 산고초 군락지)
0152-47-2301 / 개원시기 : 8월 중순~10월 중순. 노토로코 산고초 마쯔리 9월 중순 / 입장료 : 무료
39번 국도를 타고 소운쿄방향으로 가며 제가 잠깐 운전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큰 차인데다 낯설다보니 다른 분들이 불편하셨던가 봅니다.
결국은 만디님에 의해 강제 퇴거 명령을 받았습니다. 다시 조수석으로...ㅠㅠ
오늘 아침을 해결하려 했던 미치노에키 [온네유 온천]입니다. 저는 미치노에키(휴게소) 안에 온천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온네유 온천 지역이 있는 미치노에키라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더군요.
그것은 차치하고 문제는... 미치노에키가 문을 열지않았다는 겁니다.
어쩐지... 미치노에키 오기 전 화물차들이 세븐일레븐 편의점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결국 우리도 차를 돌려 세븐 일레븐 편의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침이라 아무래도 국물이 필요할 것같아 컵라면... 아니 컵 우동으로 식사를 대신합니다. 사진으로보니 참 처량하군요.
그래도 맘씨 좋은 울 성님들께서는 "일본 편의점에서 먹는 컵라면도 맛있네!" 라네요.
같이 여행을 다니며 알게 모르게 상대를 먼저 배려하시는 모습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데다 어설프나마 음식을 섭취하고나니 자꾸 졸음이 쏟아져 조수석의 예의가 아님에도 깜박깜박 잠이 들고말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열심히 달리시는 만디님~ 오늘은 무려 800km 가량을 이동하는 날입니다.
소운쿄방향과 오비히로 방향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있는 다이세츠 댐에서 차가 멈춥니다.
잠깐 내려 사진도 찍고 온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한번 해보고요...
이곳도 물이 많이 빠졌네요. 다이세츠 연봉들이 감싸듯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곳은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되려는지 나무들이 살짝 노란 빛을 띠는군요.
다이세츠댐에 대한 설명도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잘 적혀있는 안내판입니다. 저수량은 삿포로 돔의 약 42배에 달한다네요.
그래도 손가락 열개까지만 셈이 되는 저로서는 그것이 어느정도인지 잘 가늠이 안됩니다. -_-;;
제 나름대로 다이세츠 고겐(고원)이라 짐작하는 산자락에는 벌써 단풍들이 알록달록 물들어있네요. 마치 하늘색 캔버스 위에 그려놓은 유화 같습니다.
오후에 우리가 올라갈 아사히다케도 저런 모습이기를 내심 기대해봅니다.
이곳 미쿠니도게는 일부러 오비히로 방향 273번 국도로 빠져 약 20분 정도 들어온 곳입니다.
이미 우리가 지나온 비호로토게 그리고 시레토코토게와 더불어 홋카이도의 절경 고개 순위에서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곳이지요.
이곳도 맵코드없이 지도만 보고 들어온 곳이다보니 생각보다 멀게 느껴져 잘못 온건 아닌지... 걱정이 되더군요.
누구하나 뭐라 한 것도 아니건만 너무 제 욕심을 앞세워 일정에 무리수를 둔 것 같아 멤버들 눈치가 좀 보였던 곳이네요.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전체적인 풍광도 시원하게 펼쳐져 멋있기도 하지만 차들이 마치 숲 위로 달리는 듯한 도로 때문이기도 하지요.
바로 이런 모습.... 하지만 우리는 이 모습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휴게소에서 오비히로 방향으로 좀 더 내려가야하는데 우리는 오비히로가 아닌 소운쿄 방향으로 가야하거든요.
그냥 이 사진으로 본 셈 치지요. 쿨럭~ ^^;
어쨌든 우리는 홋카이도 3대 절경 고개를 다 올라와 보았습니다.
그때 유리알님께서 핸드드립이라며 커피를 주시기에 한 모금 마시는데... 갑자기 눈이 커집니다.
저~~엉말 맛있네요. 이번 여행에서 마셨던 커피 중 단연 베스트입니다. 알고봤더니 직접 로스팅까지 하는 제대로 된 커피집이더군요.
길가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면서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한 커피를 내리다니 대단한 프로의식입니다. 카레와 소바, 아이스크림도 가능하다네요.
의외의 선물같았던 가게였습니다. 엄지척!!
三国峠休憩所 (미쿠니휴게소)
0156-44-2224 / 08:00~17:30 / 동계휴업 / http://www.kamishihoro.jp/place/00000058
다시 차를 돌려 소운쿄 방향으로 갑니다. 39번 국도지요.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오바코 (大函) 표지판이 보이고 도로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주상절리 오바코가 있습니다.
굳이 일부러 들를 정도는 아닙니다만 도로에서 내려가면 바로 있으니 잠시 들러봅니다.
이곳 소운쿄를 겨울이 아닌 시기에 오는 것은 처음인 것 같군요.
몇년 전 처음 아이들과 2월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어찌나 춥던지... 정말 제가 체감했던 최고 추위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협곡이다보니 홋카이도의 타 지역에 비해 더욱 기온이 낮은 곳입니다.
두개의 폭포가 나란히 있는 부부폭포 중 부드러운 곡선으로 떨어지는 아내, 은하폭포입니다.
은하폭포와 유성폭포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부동암입니다.
남편인 유성폭포입니다. 호쾌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을 담아야하는데 멀리서 찍다보니 그 위용이 제대로 담기질 못했네요.
일반적으로 은하폭포와 유성폭포만 보게되지만 알고보니 상류부터 6개나 되는 폭포가 연이어 흘러내리고 있네요.
그래서 아이누어로 폭포가 많은 강이라는 뜻의 소운베츠가 소운쿄의 어원이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한겨울에는 이 강의 물을 가지고 얼음을 얼려 빙폭축제가 열리기도 하지요.
그리고 오늘 일정을 일찍 시작했던 가장 큰 이유... 처음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었지만 제가 정말 꼭 가고싶었던 홋카이도 가든쇼의 메인회장인
'다이세츠 모리노가든'을 찾아갑니다. http://www.hgs.co.jp/ja/
여기에서 저의 결정적인 실수... 다이세츠 모리노 가든과 휴게소 기타노 모리 가든을 착각했답니다.
네비도 기타노 모리가든으로 찍어 도착했보니 아무리 봐도 가든쇼가 열릴 것 같지않더군요.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된 듯하여 다른분들은 내리시지 마시라 하고는 얼른 매장으로 뛰어 들어가 물어보니
에그머니나.... 휴게소에서 20~30분을 더 산길로 들어가야 한다네요.
다이세츠 모리가든의 전화번호를 네비가 인식하지를 못해 한참을 헤맨 뒤에 힘들게 찾아온 가든쇼장입니다.
입장료가 1500엔이나 하지만 모리노 가든에서 프리미엄 티켓이 가능하다기에 그걸 이용할 생각이었던 게지요.
하지만 티켓 역시 휴게소 기타노 모리가든에서 사용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가든쇼는 사용불가.
그것도 모르고 매표소에서 왜 프리미엄 티켓이 안되냐고 박박 우겼네요. -_-;;
계속된 운전으로 피로가 쌓인 만디님은 차에서 쉬시기로 하고 여자들 끼리만 돌아봅니다.
'다이세츠 모리노가-덴'은 대설산을 눈 앞에서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 자리잡은 숲 속 정원으로
자연 그대로의 나무들을 살리며 500여 품종이 넘는 화초들이 피어나는 그야말로 '숲의 정원'이라는군요.
화려한 관상용 정원이 아니라 좀 더 자연 상태에 가까운 야생화들 위주로 심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가든은 관광객의 시선으로 보자면 좀..... 아니 많이 허무합니다. ㅎㅎ
하지만 이곳 다이세츠 모리노가든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은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들이 아닌가 싶네요.
제일 먼저 만난 것은 산엔 (山宴)
호수를 중앙에 둔 山神들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그 다음은 축제의 날 (祝祭の日) 마치 비누방울들이 날리고 있는 것 같군요.
또 한편으로는 숲 속에 떠오르는 거울 풍선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거울 풍선 속의 나무들이 모두 한바탕 축제를 여는 듯... 방울 하나 하나가 자기의 숲을 담고 있군요.
숲의 식탁 (森の食卓)
숲 속의 하얀 테이블과 하얀 들꽃 광장. 금방이라도 숲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성대한 잔치라도 열 것만 같아요.
작품들 중 제일 유명한 숲의 실로폰(森の木琴) 입니다. 어찌보면 이것 때문에 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위쪽에 보면 연주용 나무공을 자판기에서 뽑을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역시 자판기 왕국다운 면모...
위쪽에서 나무공을 굴리면 공이 굴러 내려오며 연주를 하는 거지요.
실로폰의 총 길이는 22m, 사용된 건반의 수는 413개. 실로폰의 각도는 12도.
인비저블 디자인 연구소가 아사히카와 가구와 홋카이도 임업시험장과 협력하여 이 지역의 나무를 가지고 만들었다는군요. (나름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숲 속에서 울리는 부드러운 나무의 음색이 듣는 이들의 영혼까지 정화시키는 듯합니다.
NTT 도코모 광고에 나와 칸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까지 한 작품이라는군요.
마지막에 공이 멈추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48번이나 촬영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숲의 실로폰이 연주하는 바흐의 칸타타 147번을 한번 들어보시죠~^^
체프들의 축배 (チェプたちの祝杯)
체프는 아이누어로 물고기.그 체프들이 수천년에 한번 말문이 열리는 대 연회를 재현한 것이랍니다.
숲의 심장소리 (森の鼓動となる)
대설산의 神 불곰의 골격을 테마로 한 작품. 심장의 중심에 사람이 들어감은 곧 숲과 사람을 잇는다는 의미라네요.
그리고 가든쇼의 표지에 장식된 사진... 바로 그 곳 '드레스 정원 칸테' (ドレスガーデン カンテ)
이건 아무래도 컴퓨터의 힘을 빌린 게 분명합니다. 전망대와 사람이 이런 비율로 나올 수가 없어욧!!!
사진 찍기 좋은 곳은 이미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진사가 자리잡고 있어 우리는 멀리서 찍어봅니다.
"관유서님~ 그쪽 방향이 아니라니까요!" ㅎㅎ
별로 드레스 같아보이진 않지만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와 뒤 쪽의 대설산을 배경으로 유리알님도 여신 포즈 한 컷!
실은 ... 뒤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포즈를 잡을 여유가 없었어요. ㅠㅠ
들꽃들과 어우러진 대설산.... 참 예쁘네요. 바쁜 일정이지만 조금 무리해서라도 들르길 잘했습니다.
건초더미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변신.^^
비록 형형색색의 화려함은 없지만 자연 속의 은은한 꽃향기가 퍼지는 그 곳
꽃과 자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홋카이도 가든쇼가 열리는 다이세츠 모리노 가-덴 추천드립니다.
http://www.daisetsu-asahigaoka.jp/garden.html
첫댓글 오♡♡♡~ 작년 9월이 살아 옵니다.
감사합니다. 제 생애의 최고 여행중 하나 라고 말합니다. 파워님 고마와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야말로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배꼽인사)
컴퓨터에서 보시면 사진들이 시원시원해 좀 더 새로우실 거에요. 꼭 컴퓨터로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