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숨은 진짜 사랑을 만나다
드라마 <밀회>(12~14회) 촬영지
누구나 인생의 전환이 찾아온다. 그것은 어떤 우연한 만남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그저 귀에 익은 한 마디 피아노 선율일 수도 있다. 그래서 홍천강변 한옥으로 떠난 여행은 밀월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오혜원(김희애 분)과 이선재(유아인 분)의 사랑의 첫걸음이다.
[왼쪽/오른쪽]혜원과 선재가 다붓한 아침을 맞던 장락원의 작은 방과 마루 / 별궁길 핸더스. 혜원이 선재에게 자신의 모습을 내보였던 친구의 공방이다.
숨어 있기 좋은 방
잠실에서 가평군 설악면까지는 버스로 약 40분이 걸린다. 설악면에서 다시 한옥펜션 장락원까지 택시를 타고 15분 남짓 더 들어간다. 차 한 대가 지날 만한 좁은 비포장도로는 끝날 듯 끝나지 않으며 덜컹댄다. 그 끝자락 즈음에 ‘ㄱ’자형의 한옥펜션 장락원이 있다. 길과 숲과 한 걸음 떨어진 강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외딴 집이다. 오혜원과 이선재가 처음 떠난 여행지다.
장락원은 성춘재와 천리재로 나뉜다. 각각 독립된 공간으로 초입에 천리재가 있고, 5분 남짓 걸어가면 성춘재가 나온다. 1980년 올림픽선수촌을 지을 때 풍납토성에 있던 고택을 이전해왔다. 천리재는 100년, 성춘재는 200년의 시간을 간직한 건물이다. 성춘재는 ‘ㄱ’자형 안채와 ‘ㅡ’자형 사랑채로 이뤄져 있다. 사랑채는 벽돌로 쌓아올린 벽면이 눈길을 끈다. 두 건물 사이 마당에는 잔디를 깔았고, 한쪽에는 바비큐장도 있다. 안채와 사랑채에는 방이 각각 3개씩 있다.
천리재는 보산방과 벽송산방이 한몸을 이룬다. 각각 방 3개와 2개 그리고 공동 주방을 갖췄다. 이 가운데 <밀회>(12회)의 촬영은 보산방의 가장 작은 방에서 이뤄졌다. 드라마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시간이고 공간이다. ‘당분간 만나지 말자’던 혜원은 어느 날 불현듯 선재를 찾는다. 된장찌개 한 그릇을 나눠먹은 두 사람은 버스와 택시를 타고 밤길을 달려 서울을 벗어난다. 작지만 오붓한 온돌방에서 선재는 혜원을 위해 90년대 히트 가요를 찾고, 20대의 추억이 없다던 혜원은 간신히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을 떠올린다. 그리고 혜원의 표정은 행복에서 추억으로, 다시 회한으로 변하며 기어이 눈물이 되고 만다.
[왼쪽/오른쪽]벽돌이 인상적인 장락원의 성춘재(사랑채) 전경 /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락원 성춘재(안채)의 작은 방
[왼쪽/오른쪽]혜원과 선재가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을 듣던 자리 / 두 사람의 여행에 낭만을 더한 등나무 그늘과 마루
“산다는 게 다 그렇다잖니?” “아직 안 늦었어요.”
두 사람이 머물던 방은 담장 쪽으로 방과 붙은 마루가 놓여 있다. 등나무가 곱게 그늘을 내린다. 방안의 혜원과 마루의 선재가 평온한 일상의 아침을 맞던 자리다. 담장 너머로 초록빛 나무들이 흔들리고, 그 너머에 홍천강의 물소리가 아련하다. 간간이 강변에서 웨이크보드를 즐기는 이들의 함성이 들린다. 두 사람 사이 대화의 소재가 됐던 에어컨 실외기도 여전하다. 하지만 인적 없는 고요한 장소다. 가끔 새가 울고, 또 가끔 바람이 분다. 뒤쪽으로는 소나무들이 무리 짓는다. 숲길을 산책하기에도 좋다. 두 사람도 이 길을 따라 걸었던가. 어쩌면 그들에게는 나란히 걷는 길보다 세상을 벗어나 가만히 머물고 싶었던 공간이었을지 모르겠다.
[왼쪽/오른쪽]<밀회>의 주요 촬영지인 장락원의 천리재 전경 / 혜원과 선재가 다정히 식사를 준비하던 천리재의 주방
숨겨둔 사랑, 서울의 공간
장락원 여행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혜원 친구의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다(<밀회> 13회). 북촌 한옥마을 내 별궁길 골목 안에 자리한 핸더스(HANDUS)다. 핸드(Hand)와 어스(Us)의 합성어로, 핸더스는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의 기억을 연결하고 공유한다는 의미다. 이곳은 ‘ㅁ’자형 한옥을 개조한 공간이다.
대문으로 들어서 왼쪽은 극중 두 친구가 작업을 하고 있던 자리다. 본래는 공예전시실이자 편집숍이다. 선재와 혜원이 이야기를 나누던 곳은 대문 오른쪽 작업실이다. 실제로 작가의 작업실로 쓰이는 곳이다. 혜원은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 선재에게 ‘선재가 몰랐으면 했던 자신’을 보여준다. ‘생계 때문도 아니고 지고한 가치를 위해서도 아니고, 오직 상류사회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거 하나로 이를 악물었던’ 그녀의 지난날이다. 그녀는 선재에게 그 모든 사실을 전하며 허망한 꿈들을 하나둘 떠나보내지 않았을까.
핸더스는 지난해 한나래그릇작업실로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전시실과 공예 편집숍, 그릇 공방을 겸한다. 마당을 비롯해 곳곳에 그릇과 공예 전시물이 놓였다. 한나래 작가의 그릇은 식물을 모티브로 한다. 식물의 겉모습보다는 그 결을 그릇에 담았다. 혜원을 닮은 듯 외유내강하다. 개방된 공간이라 편하게 작품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다.
[왼쪽/오른쪽]혜원이 선재에게 자신의 쓸쓸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핸더스의 작업실 / 마당에는 한나래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왼쪽/오른쪽]입구 쪽에서 바라본 본뽀스또의 메인홀 / 본뽀스또에서는 준형과 혜원 부부가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찍었다.
드라마에는 이밖에도 강남의 카페와 레스토랑도 자주 등장한다. 혜원의 남편 강준형(박혁권 분)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혜원을 설득하던 장소는 본뽀스또다(<밀회>14회). 그는 돔페리뇽을 주문하고 혜원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본뽀스또는 청담동 골목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아어로 ‘좋은 장소’라는 의미다. 중견 디자이너 강희숙이 운영하는데, 이탈리아 북부의 파스타와 스테이크, 와인 등을 낸다. 실내 디자인은 가나아트센터, 인천국제공항 등을 설계한 장 미셸 빌모트가 맡았다. 혜원과 준형의 식사 장면을 촬영한 메인홀은 아이오니언 기둥과 샹들리에가 고대 신전을 연상케 한다. 위층에는 이탈리아 도시의 이름을 딴 프라이빗 룸이 자리한다. 와인을 곁들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본뽀스또는 2013년 이탈리아 정부가 전 세계 우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인증하는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에 선정됐다.
대치동에 자리한 카페엠도 <밀회>(12회)에 등장했다. 혜원이 조인서 교수(박종훈 분)를 만나 선재의 독일 유학을 상의하던 장면이다. 실내의 정면에는 라이브 연주가 가능한 무대를 갖췄다. 매주 금요일 저녁 9시에 뮤지션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극중 음악가로 나오는 조인서 교수의 색깔과 조화롭다. 2층에는 프라이빗 룸을 갖췄다. 각 공간별로 방문객의 취향에 맞춰 꾸몄다. 지하에는 마리아칼라스 홀이 위치한다. 다채로운 클래식과 재즈 공연이 열린다. 음악과 함께 <밀회>의 여운을 누려볼 만하다. 부와 명예보다 값진 사랑, 음악이 그 본래의 의미를 전할 수 있으려나.
‘밀회’는 ‘남 몰래 모이거나 만남’을 의미한다. 어쩌면 혜원에게 밀회란 은밀한 대상과의 만남보다, 자신 안에 숨겨둔 진짜 감정과 마주하는 순간을 일컫는 말은 아니었을까. <밀회>의 촬영지는 여느 촬영지와 조금 다르다. 안판석 PD의 섬세한 연출이 어우러져 숨은 디테일이 다시금 말을 건다. <밀회>의 인상이 기억에 깊이 남았다면 한 번쯤 찾아볼 일이다.
[왼쪽/오른쪽]혜원과 조인서 교수가 선재의 독일 유학을 상의하던 카페엠 /카페엠의 2층은 여러 가지 테마의 프라이빗 룸으로 꾸며져 있다.
여행정보
장락원
주소 : 경기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로 914
문의 : 031-584-7279, www.jangnakwon.com
핸더스(한나래그릇작업실)
주소 : 서울 종로구 북촌로1길 30-4
문의 : 02-722-5064, hpottery.blog.me
본뽀스또
주소 : 서울 강남구 선릉로 152길 33
문의 : 02-544-4081, www.buonposto.com
카페엠
주소 :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315
문의 : 02-558-8796
1.주변 음식점
서호식당 : 장어구이 / 경기 가평군 설악면 유명로 2342 / 031-584-0446 / korean.visitkorea.or.kr
들풀(가평농원점) : 한정식 / 경기 가평군 설악면 한서로124번길 16-12 / 031-585-4322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유명산자연휴양림 : 경기 가평군 설악면 유명산길 79-53 / 031-589-5487 / korean.visitkorea.or.kr
SKY펜션 : 경기 가평군 설악면 유명로 1746-10 / 031-585-1111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