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99]白玉軒(백옥헌)이개(李塏)28, 이화(梨花)
梨花 배꽃 李塏 이개 1417-1456
院落深深春晝淸 원락심심춘주청
梨花開遍正冥冥 이화개편정명명
鷪兒儘是無情思 앵아진시무정사
掠過繁枝雪一庭 략과번지설일정
정원은 깊고깊어 봄낮 맑은데
배꽃 활짝피니 정녕 아득하여라.
꾀꼬리란 놈 정이라곤 조금도 없어
무성한 가지 스쳐가자 온 뜨락 흩날리는 눈.
梨花(이화) = 배꽃
院落(원락): 울안에 따로 막아 놓은 정원(庭園)이나
부속(附屬) 건물(建物). 굉장히 큰 집
深深(심심): 깊고 깊음
梨花(이화): 배나무꽃
開遍개편=활짝피니 遍=두루 편
冥冥(명명): 드러나지 않고 으슥함. 아득하고 그윽함.
鷪兒앵아=황앵아 [黃鶯兒]- 꾀꼬릿과에 속한 새.
몸길이는 약 25센티미터이며 참새만 크기이다.
온몸이 노랗고 정수리에 검은 띠가 있으며, 꽁지와 날개 끝은 검다.
숲속에서 벌레를 잡아먹고 살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울며
5~7월 사이에 알을 낳는다
儘(다할 진): 다하다. 다 없어지다. 다만 ~뿐
儘是(진시): 전부[온통] …이다.
掠過(약과): 빠르게 휙 지나감.
掠= 노략질할 략. ② 스치다 ③ 서법(書法)의 한 가지 ④ 베다
서법(書法)의 한 가지. 획을 왼쪽 아래로 긋는 법.
李塏(이개)
1417년(태종 17) ~ 1456년(세조 2)
조선전기 집의, 집현전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
<개설>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청보(淸甫)·백고(伯高), 호는 백옥헌(白玉軒).
제6대왕 단종을 위해 사절(死節)한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이다.
이색(李穡)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중추원사 이종선(李種善)이다.
아버지는 이계주(李季疇)이며, 어머니는 진명례(陳明禮)의 딸이다.
<생애 및 활동사항>
태어나면서 글을 잘 지어 할아버지의 유풍(遺風)이 있었다.
1436년(세종 18) 친시 문과에 동진사(同進士)로 급제하고,
1441년에 집현전저작랑으로서 당나라 명황(明皇)의 사적을 적은
『명황계감(明皇誡鑑)』의 편찬과 훈민정음의 제정에도 참여하였다.
1444년 집현전부수찬으로서 의사청(議事廳)에 나가
언문(諺文: 國文)으로 『운회(韻會)』를 번역하는 일에 참여해
세종으로부터 후한 상을 받았다. 1447년 중시 문과에 을과 1등으로
급제하고, 이 해에 『동국정운』의 편찬에 참여하였다.
1448년 지대구군사(知大丘郡事) 이보흠(李甫欽)이 조정에
사창(社倉)의 설치를 주장했을 때 백성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였다. 1450년(문종 즉위년) 문종이 어린 왕세자를 위해
서연(書筵)을 열어 사(師)·빈(賓)의 상견례를 행할 때에 좌문학(左文學)의
직책으로서 『소학』을 진강(進講)했는데, 문종으로부터
세자를 잘 지도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1453년(단종 1) 10월에 수양대군(首陽大君)이 단종을 보좌하던 대신
황보인(皇甫仁)·김종서(金宗瑞) 등을 살해하고 정권을 쥔 이른바
계유정난을 일으켜 이 거사에 참여한 공신을 책정할 때,
환관 엄자치(嚴自治)와 전균(田畇)이 공로가 있다는 이유로
공신에 기록하고 봉군(封君)까지 하려고 하였다.
집의로서 좌사간인 성삼문(成三問)과 함께 환관의 폐해가
망국패가에 이르게 한 옛날의 예를 들어서 이들에게는
재백(財帛)으로 상만 내리고 공신과 봉군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힘써 아뢰었다. 이 해 12월에는 글을 올려
근일에 시정(時政)의 몇 가지 일로써 여러 번 임금에게 아뢰었으나,
한가지도 윤허를 받지 못하므로 사직하기를 청했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1456년(세조 2) 2월 집현전부제학에 임명되었다.
이 해 6월에 성균관사예 김질(金礩)의 고변으로 성삼문 등
육신(六臣)이 주동이 된 상왕의 복위 계획이 발각되었는데,
박팽년(朴彭年)·하위지(河緯地)·유응부(兪應孚)·유성원(柳誠源)과 함께
국문을 당하였다. 이 때 이개는 작형(灼刑)을 당하면서도 태연했다고 한다.
성삼문 등과 함께 같은 날 거열형(車裂刑)을 당했는데,
수레에 실려 형장으로 갈 때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臨命作
죽음에 임하여 짓다
우정처럼 중할 때는 사는 것도 크거니와 / 禹鼎重時生亦大
홍모처럼 가벼울 때는 죽는 것이 영광이라 / 鴻毛輕處死猶榮
새벽까지 잠 못 이루다 문을 나서 떠나가니 / 明發不寐出門去
현릉에 우거진 송백들이 꿈결 속에 푸르네 / 顯陵松柏夢中靑
“우정(禹鼎: 夏나라 우왕이 9주의 쇠를 거두어 9주를 상징해 만든
아홉 개의 솥)처럼 중하게 여길 때에는 사는 것도
또한 소중하지만·홍모(鴻毛: 기러기의 털, 즉 아주 가벼운 물건의 비유)처럼
가벼이 여겨지는 곳에는 죽는 것도 오히려 영광이네·새벽녘까지 잠자지 못하다가
중문 밖을 나서니·현릉(顯陵: 문종의 능)의 송백이 꿈속에 푸르고나!”
이 때 이개의 매부인 전 집현전부수찬인 허조(許慥)도
단종 복위의 모의에 참여해 자결하였다.
사후에 남효온(南孝溫)이 당시 공론(公論)에 의거해,
단종 복위 사건의 주도 인물인
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성원·유응부 등 6인을 선정,
「육신전(六臣傳)」을 지었다. 이 「육신전」이 세상에 공포된 뒤
육신의 절의를 국가에서도 공인,
1691년(숙종 17)에 사육신의 관작을 추복(追復)시켰다.
이개의 작품으로는 몇 편의 시가 전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방안에 켜져 있는 촛불 누구와 이별을 하였기에 겉으로 눈물 흘리고
속 타는 줄 모르던가 저 촛불 나와 같아 속 타는 줄 모르는구나.”라는
단가(短歌)가 있다.
1758년(영조 24) 이조판서에 추증되고
노량진의 민절서원(愍節書院),
홍주의 노운서원(魯雲書院) 등에 제향되었다.
시호는 충간(忠簡)이다.
원문=동문선 제2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東文選卷之二十二 / 七言絶句
梨花 (이화)- 이개(李塏)
院落深深春晝淸。
梨花開遍正冥冥。
鶯兒儘是無情思。
掠過繁枝雪一庭。
원은 깊고 깊어 봄 낮이 맑은데 / 院落深深春晝淸
배꽃은 가득 피어 자욱하구나 / 梨花開遍正冥冥
꾀꼬리는 참으로 무정하여 / 鶯兒儘是無情思
번성한 가지를 스쳐 지나가니 온 뜰에 눈일러라 / 掠過繁枝雪一庭
원문= 이선생유고(李先生遺稿) / 시(詩)
이화(梨花) 《대동시림(大東詩林)》에 보인다.
깊고 깊은 별당에 봄날이 맑은데 / 院落深深春晝淸
배꽃이 활짝 피어 자욱하구나 / 梨花開遍正冥冥
꾀꼬리는 애당초 정이 없어서 / 鸎兒儘是無情思
꽃가지를 흔들고 가서 온 뜰이 눈이더라 / 掠過繁枝雪一庭
ⓒ 한국고전번역원 | 조동영 (역) |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