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란 저 《풍운의 도시, 난징》 보고사, 2019.10
지난 19일에 대구에 간 길에 한의원을 하는 이질녀 의원에 들렸더니 위와 같은 책을 한 권 선물로 주었다. 이 책 후기를 읽어보니 그 이질녀가 책의 저자가 남경에 가서 늦게 공부를 하는데(남경대학 중문과 석사), 딴 친구들과 더불어 경제적인 지원을 좀 한 모양이다.
책은 읽어 보니, 매우 내용이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이도 있으며, 문장도 매우 잘 흘러가서, 딴 일을 모두 접어두고서 한 차례 통독을 하였다.
나도 10여 년 전에, 겨울 방학 기간에, 한 달 반쯤 내자와 같이 남경대학 외빈숙사에 가서 지내본 일이 있는데, 그 때 비록 이름이 있다는 여러 관광지를 틈틈이 찾아 다녀보기는 하였는데, 어떤 곳은 매우 규모가 대단한 곳도 있어 놀랍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지만, 겨울 하늘이 사뭇 시커멓기만 하고, 온 시가 도처에 초고층 건물들을 짓느라 분잡하다는 느낌이외에는, 당초에 기대하였던 아늑한 전통 문화도시일 것이라는 추측은 아주 허망하게 깨어져 입맛이 개운치 않았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요즘은 도시가 좀 정비가 되었는지, 또는 겨울 말고 딴 계절은 좀 하늘이 청명한 날도 더러 있는지, 아주 매우 이상적인 역사도시로서만 이 컴컴하고 소란스러웠던 도시를 아주 밝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니 내가 이 도시에 대하여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나며, 언제 한번 다시 거기 가서 이전에 가졌던 좀 삐딱하게만 보려고 하였던 고약한 인상을 좀 지우고 왔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다음에 알라딘에 개재된 이 책 소개를 좀 전재하여 두고자한다.
알라딘 책 소개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기획되었다. 그 첫 번째로 소개된 '난징'은 중국사에서 10개 나라의 수도였을 뿐 아니라 수도가 아니었을 때에도 문화 중심지였다.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이 수도로 정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난징은 남북조 시대를 거치면서 남조 귀족 문화의 중심지이자 당시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중화민국의 수도로서 중일전쟁 때 처참하게 파괴된 난징대학살, 난징위안소까지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중국사와 한중의 관계사를 중점으로 서술했으며, 난징박물관, 총통부, 부자묘, 진회하 등 관광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다루었다. 이 책을 통해 모르고 지나칠 뻔한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깊숙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1부 남경에 갈 이유
최치원이 다스린 고을
범려와 부차의 남경성
진시황의 방문
오강에 지는 영웅
달을 따러 강물에 뛰어든 이백
왕안석이 소동파와 화해한 곳
삼국지의 또 다른 배경, 손권이 키운 도시
2부 천오백 년 전 선진국의 수도
육조의 도읍
싸우면서 교류하던 남북조 시대
검정 부츠를 신은 멋쟁이 백제 사신
불심본색 양무제
주작교와 오의항
황제보다 더했던 문벌의 세도
왕희지와 그 벗들
도연명이 전원으로 돌아간 까닭 더 보기
중국 인물화의 고향
중국 근세의 시작, 남당
3부 강대국 명나라의 도읍지
2만 3천 고려군의 원정
홍건적 출신 황제, 명 태조 주원장
3억 개 벽돌로 쌓은 성
남경 황궁을 본뜬 북경 자금성
명효릉
조카 황제와 삼촌 반란군의 남북 내전
정화의 원양 함대 출발지
대보은사 유리탑
구름무늬 비단
주지번과 허난설헌
4부 서양식 근대화가 시작된 곳
그 많은 아편을 누가 다 먹었을까
태평천국의 도읍지
금릉기기제조국
총독과 총통
손중산의 남경 임시정부
군정, 훈정에서 헌정을 향하여
분단국 중국
5부 한국 항일 운동의 본거지
조선 유학생과 금릉대학교
아나키스트 유자명과 동류실험농장
남경의 의열단원 이육사
김구와 김원봉의 조선군관학교
김학철과 정율성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윤세주
김구와 김원봉의 남경시대
6부 피눈물을 흘린 땅
본때를 보여준 남경대학살
요한 라베와 국제안전구역
열여덟 살 위안부는 황군 장병에게 주는 선물
남경의 731부대
펄 벅의 중국 사랑
7부 진회하 이야기
부자묘와 공원
선비와 기녀
진회팔염
금릉요리와 진회팔절
남경의 집밥
후기
저자 소개
신경란
태어난 대구에서 열여덟 해를 지낸 후 객지살이를 시작해 지금까지 여러 도시를 떠돌았다. 서울과 베이징을 거쳐 난징에서 지낸 십여 년 삶이 이 책을 쓴 원동력이 되었다. 서울에서는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했고, 중국에서는 번역 일을 주로 했는데, 현재는 <한서>를 열심히 번역 중이다. 궁금증 풀릴 때까지 뒤지고 뒤지면 제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집단지성의 문명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