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문화 개선을 위한 소소한 생각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몇백만 원짜리 중고차에서부터 수억 원에 이르는 최고급 승용차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종류도 많지만, 자동차의 용도는 기본적으로 같다. 편리한 이동 수단이요 수송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부를 과시하기 위해, 또는 과시 목적은 아니어도 개인 기호에 따라 값비싼 승용차를 몇 대씩 둔 이들이 있다. 그렇다 해도 혼자서 한꺼번에 몇 대씩 운전하고 다니지는 못한다. 어차피 사용하는 차량은 한 대일 뿐이다.
자동차를 사용할 때는 지켜야 할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을 잘 지키는 운전 습관을 들인다면,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 아주 요긴한 동반자가 될 수 있고, 운전 문화를 한 단계 더 성숙시켜 나갈 수도 있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에서 우선 멈춤으로 늘 보행자를 먼저 생각하는 운전자, 차선 변경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운전자를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는 운전자, 양보해 주어서 고맙다고 비상등을 깜빡이며 인사하는 운전자, 급차선변경이나 급제동으로 다른 운전자를 놀라게 했을 때 미안함을 표시하는 운전자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다.
반대로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때 다른 운전자들을 짜증 나고 화나게 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자체를 흉기로 변하게 하여 타인의 목숨은 물론 운전자 자신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도 있다. 과속운전, 무질서한 끼어들기, 급차선변경과 급제동 같은 난폭운전,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 등은 주위에서 곧잘 볼 수 있는 그릇된 운전 습관들이다. 특히 음주운전과 졸음운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마찬가지다.
우리의 운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급한 이런 점들 외에도 바꿔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는 주행 차선과 추월 차선의 구별 없이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것이다. 차선의 준수는 특히 국도나 고속도로에서는 엄격히 지켜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추월 차선이 주행 차선이기나 한 듯이 줄기차게 추월 차선으로만 가는 차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차선 변경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운전자에게 조언해준다면서 ‘무조건 1차선으로만 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되면 뒤따라오는 차들이 제 속도를 낼 수 없어 차량이 정체 상태를 빚게 된다. 이로 인해 추월 차선이 아닌 주행 차선으로 추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동차 문화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이런 모습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운전하는 차량에 해당하는 차선을 타고 가다가 앞차를 추월할 때만 추월 차선을 이용하고 즉시 다시 자신의 주행 차선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차량으로 인한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한 가지는 좌우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방향지시등은 차선을 변경할 때나 교차로에서 반드시 작동해야 하는 도구다. 그런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다니는 차량이 갈수록 마치 유행을 타듯이 느는 추세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변경하면 옆 차선을 타고 가는 운전자에게 큰 위협이 된다. 또 교차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으면 맞은편 차량 운전자는 반대편 차량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게 된다. 삼거리 교차로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우리의 운전 행태를 보면 자동차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뒤떨어진 측면이 많다. 경찰의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숙한 운전 문화를 가꾸고 확산하기 위해 모든 운전자의 노력이 요구된다. 모든 교통 법규를 잘 준수해야 하겠지만, 특히 노골적으로 무시되다시피 하고 있는 국도나 고속도로에서의 차선 지키기와 교차로에서의 방향지시등 켜기는 반드시 지켜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