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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종교 사이언톨로지 (Scientology) 무엇이 길래?
공상과학 소설가의 이론이 ‘800만 신도’ 종교가 되기까지
글쓴이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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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10-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 부부의 이혼, 이들의 파경에는 톰 크루즈가 맹신한다는 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홈즈가 이혼을 결정한 것은 크루즈가 딸 수리를 억지로 사이언톨로지 교인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라는데, 이처럼 ‘사이언톨로지’라는 생소한 종교가 톱스타 부부의 이혼사유로까지 거론되면서 사이언톨로지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하고 있다.
사이언톨로지는 1952년 미국의 론 허버드(1911∼1986)가 창시한 신흥종교다. 해군장교 출신의 공상과학 소설가였던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탐독해 1950년 ‘심리요법:현대 정신건강 과학’이란 책을 냈는데 오늘날까지 많은 독자가 읽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관련 강좌까지 붐을 타자 유사 건강단체들과의 차별화 과정에서 ‘사이언톨로지 교회(Church of Scientology)’가 창설됐다. 사이언톨로지가 단순 정신건강 과학을 넘어 영혼불멸, 환생, 외계인과의 소통, 성직자의 의례와 면세혜택 등을 갖춘 하나의 종교로 탈바꿈하게 된 건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다.
즉, 원래 사이언톨로지의 핵심은 심리요법이다. 인간에겐 ‘기억의 상처’라는 영적 상처가 있는데, 이 영적 상처는 정신적 충격으로 생겨 의식에 지속적 영향을 주어 만병의 근원이 되므로 이를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요법을 우주화한 것이 ‘전이된 영혼 이론’으로, 영혼은 본래 불멸이고 천상적 존재인데 물질적 우주에 갇혀 있어 능력을 잃었지만, 그들을 맑게 함(Clear)으로써 영적 상처가 치유된단다.
한국어로 번역된 ‘사이언톨로지, 사고의 기초는 “사이언톨로지는 삶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정확한 기술을 제공하는,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종교”라고 적고 있다. 이 책은 “사이언톨로지는 ‘정신에 대한 연구’라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심리학”이라며 “공학처럼 정확하고 확실한 기본 원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초보 신도들을 ‘깨끗해지기 전’ 단계인 ‘프리클리어(Preclear)’라고 칭하고 그들을 돕는 존재를 오디터(Auditor)라고 정의한다.
훈련을 통해 인간은 자아→가족→단체→인류→동물→우주→영혼→무한의 8단계 욕구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상의 단계에까지 오른 인간은 죽을 때 그 영혼이 신생아에 옮겨가기 때문에 무한대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 교리의 일부다.
스스로를 ‘심리학’이라고 주장하는 사이언톨로지를 종교로 봐야 할지에 대해 한신대 김윤성 종교문화학 교수는 “경험적 영역을 넘어서는 궁극적 존재를 믿는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로 종교에 해당한다”며 “유일신 혹은 여러 신을 섬기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이성·과학의 힘을 신성시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과학적 힘’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사이언톨로지교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종교가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외계인과 관련된 것이라는 정도는 알 것이다. ‘사이언톨로지’란 이름에 외계인이 따라다니게 된 것은 창시자인 론 허버드의 독특한 영혼이론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에겐 모두 ‘테탄(Thetan)’이란 외계 영혼이 붙어있는데, 이는 7,500만년 전에 ‘제누(Xenu)’라는 우주 독재자를 피해서 외계인들이 지구로 도망쳐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허버드의 독특한 외계 영혼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생에까지 이어진다.
그는 죽음의 순간 일어나는 일을 이렇게 설명한다.“영혼(Thetan)은 자신에게 육체가 없음(죽었음)을 발견한 후 즉시 새로운 육체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임신한 여자를 발견하고 새로 탄생하는 아이들 속으로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어머니에게서 출산한 지 2~3분 뒤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영혼이 육체에 들어가는 시간은 아이가 첫 호흡을 하는 순간이다. 이것이 바로 사이언톨로지교에서 말하는 죽음의 매카니즘이다.”
이처럼 황당한 이론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사이언톨로지교의 창시자 론 허버드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허버드는 한 마디로 공상과학 소설가이자 여행가, 사진작가,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다. 1940년 ‘더 그린 갓’이라는 모험잡지에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모험소설, 미스테리와 서스펜스 작가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대표작으로는 소설 ‘공포’를 비롯해 ‘완벽한 SF소설’이란 찬사를 얻었던 1940년 작 ‘최후의 등화관제’,열성 신도인 존 트라볼타가 주연을 맡기도 한 ‘배틀필드’ 등이 있다.
허버드가 LA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1954년 처음 교회를 건립하면서 사이언톨로지의 역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50년만에 전 세계적으로 160개 국가에 800만 명의 신도를 가진 거대 종교집단으로 탈바꿈했다.
할리우드 별들, 사이언톨로지에 빠지다
이런 화려한 변신 뒤에는 신흥종교의 신도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다닌 존 트라볼타나 톰 크루즈 같은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의 역할이 컸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허버드는 신흥종교 전파를 위해 유명 인사들을 끌어 모으는데 안간힘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일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허버드는 1954년 스스로 작성한 계시록을 통해 전도활동을 했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월트 디즈니와 그레타 가르보, 어네스트 해밍웨이, 마릴린 디트리쉬 등 유명 인사들을 측근으로 삼으려 노력했다가 실패한 것이다.
해군제독의 아들로서 왕성한 공상과학 소설가로 활동했지만 할리우드 인기스타와 대중들에게는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허버드를 도와준 이가 그의 후계자 데이비드 미스카비지로, 사이언톨로지 2세대다. 그는 20년 넘게 허버드를 도왔다. 미스카비지는 지금도 사이언톨로지가 운영하는 종교 테크닉 치유센터(RTC: Religious Technology Center) 원장으로 있으며, 영화 제작자 및 작가, 그리고 유명 배우들을 상대로 전도활동을 벌이고 있다.
톰 크루즈는 사이언톨로지 신도 중에서도 ‘하드코어’에 꼽히는 할리우드 스타다. 교단 내 2인자로 꼽힐 만큼 내부적으로도 큰 영향력이 있을 뿐 아니라 2005년엔 한 번에 3억 달러를 사이언톨로지 부흥을 위해 기부해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그가 사이언톨로지를 통해 오래도록 앓아 온 난독증을 극복했다며 신도들을 상대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는 비공개 연설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된 적도 있다. 톰 크루즈는 교주 론 허버드의 오른팔로, 후원금을 모으거나 다른 신도들의 사업을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도 앞장서 왔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유명 연예인에는 존 트라볼타도 있다. 트라볼타의 맹목적 사이언톨로지 신봉은 지난 2009년 자폐증을 앓고 있던 그의 아들이 욕조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하면서부터 세간에 알려졌다. 트라볼타 부부는 자폐증 증세에 대한 의학적 치료를 금하는 사이언톨로지 교리에 따라 영적 치료만을 고집하며 아들을 방치해 문제가 된 것이다.
더스틴 호프만과 제니퍼 로페즈, 윌 스미스, 줄리엣 루이스, 커스티 엘리 등도 할리우드의 유명한 사이언톨로지 신도들이다. 뮤지션인 칙 코리아와 에드가 윈터, 사망한 프레드 머큐리를 비롯한 그룹 ‘퀸’의 멤버들,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인 리사 마리 프레슬리 역시 같은 부류다. 게다가 최근에는 신비주의 열풍을 타고 많은 배우들이 사이언톨로지의 신도로 이름을 올리면서 출세하기 힘든 할리우드에서 손쉽게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성공 등식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교단이 스타들에게 제공하는 엄청난 특전도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및 뮤지션들을 끌어들이는 미끼라는 해석도 있다. 일례로 사이언톨로지가 스타들만을 위한 휴양시설로 건립해 운영하고 있는 ‘골드 베이스’의 경우, 중무장한 경호원들의 엄호 아래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며 사적인 시간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전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때 신도였다가 교단을 떠난 이들에 대한 사이언톨로지측의 집요한 협박과 공격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다.
사이언톨로지에서는 예비 신도들의 은밀한 비밀들을 모두 파헤치고 고백하게 하는 입교과정이 있는데, 교단의 관계자들이 이를 전부 녹음했다가 신도가 탈퇴의사를 밝힐 경우 세상에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것이 공개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은 한 번 사이언톨로지에 입교하면 떠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쏟아지는 비난, 종교인가 기업인가
물론 사이언톨로지교의 성공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이언톨로지가 의지할 데 없는 나약한 영혼들의 돈을 뜯는 사악한 심령술사에 비교되기도 하는데, 한 때는 ‘종교의 탈을 쓴 채 세계를 지배하려는 기업집단’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독일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원인은 사이언톨로지 교단의 특유한 기업적 행태로,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사이언톨로지교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을 뿐만 아니라, 세입자들에게 가한 가혹한 요구로 사회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단이라 불리는 많은 신흥종교들이 그러하듯 사이언톨로지교도 ‘돈’이라는 아킬레스 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부유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많은 저명인사들은 매년 엄청난 돈을 사이언톨로지교에 기부하고, 그 중 많은 돈이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집단소송과 비방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또 신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헌금은 물론 거짓말 탐지기를 변형한 심리 치료기 ‘E-Meter’를 대당 4,000달러에 판매한 자금으로, 세계 각국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데 사용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돈줄 중 하나인 E-Meter는 사이언톨로지 입교과정에서 쓰이는 테스트 기계다. 사이언톨로지에 입교한 사람들은 우선 무료로 개인 특성 테스트를 받는데, 그 중 ‘오디팅(Auditing)’ 단계에서 ‘E-Meter’를 가운데 놓고 ‘오디터(듣는 사람)’와 신도가 마주 앉는다.
이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치유해가며 본격적인 수행이 시작된다는 것이지만 1991년 5월 타임지 기사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을 마치는 데 드는 비용이 자그만치 1인당 20만∼40만 달러 정도다. 일각에서 사이언톨로지를 ‘부자들을 위한 종교’, ‘종교의 탈을 쓴 영리 집단’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비난 중에서는 “신도들에게 막대한 돈을 내도록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이언톨로지를 믿었다가 탈퇴한 사람들이 만든 ‘사이언톨로지의 거짓말(www.scientology-lies.com)’이라는 웹사이트에는 막대한 헌금을 강요당하다 자살한 신도의 이야기를 보도한 타임지 기사부터 사이언톨로지를 탈퇴한 신도들이 겪은 협박사례까지 나와 있다. 하지만 사이언톨로지 측은 이같은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창단 이래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한 일이 한 번도 없으며, 수익 또한 상당 부분을 마약퇴치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 운영 등에 써왔다고 주장한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사이언톨로지 교단은 여러 나라에 약물중독 치료센터를 건립했다. 또 제3세계 국가에서는 구호 및 환경단체 지원사업 등을 펼치며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얼마 전 트위터에서 사이언톨로지를 비판했다가 융단폭격을 받은 바 있다. 머독은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스의 이혼소송에 대해 언급하며, 사이언톨로지에 대해 “기괴하고 섬뜩한 종교”라는 견해를 밝혔다.
심리치료에서 출발해 초자연적 치료와 영혼의 윤회 등을 신봉하고, 사람들을 청명한 상태로 만들어 전쟁과 범죄, 마약 등을 사라지게 한다는 목표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사이언톨로지. 1989년에 사망한 교주 론 허버드는 “내가 원한 사이언톨로지는 이런게 아니다”, “내 밑에 있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이용하여 순수한 사이언톨로지의 이론을 상업화 했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전해진다. 현재 헐리우드에는 45% 가량의 종사자들이 사이언톨로지의 신도라고 하며, 문어발처럼 뻗어나간 사이언톨로지의 손길은 아직도 배우를 지망하는 청년들과 처녀들을 신도로 빨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