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환경 등단작가 문학상 ․ 우수상 ――――――――
임 승 현
생년월일 : 1951. 12. 23
등단지 : 국보문학(2012.7.25)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졸(경영학석사)
지리산 시낭송 최우수 문학상 수상(2012.8)
감자골 아침 못 백일장 수필부문 수상(2012.10)
독도의용수비대정신계승백일장 운문대상수상(2012.10)
네이버 아름다운 우리시공모전 50인선 당선(2013.02)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포곡로 159
■ 사람과 환경 등단작가 문학상/시 봄의 향연
□ 사람과 환경 등단작가 문학상 ․ 우수상 ――――――― 봄의 향연
나는 오늘 잔칫집에 가서 걸게 한 상 받았네
두릅나물, 취나물, 돌나물, 고사리 등
온갖 이름 모를 봄나물이 차려졌네
개미들이 소 한 마리 끌고 와 내 상다리가 휘어졌네
나는 둠벙의 개구리와 함께 겸상을 했네
산새들이 풍악을 울리고 꽃들이 소고춤을 추었네
벌과 나비는 부지런히 다니며 손님상을 차렸네
나는 오늘 산에 가서 봄에 취했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하마터면 다 벗을 뻔했네
□ 사람과 환경 등단작가 문학상 ․ 신작 ――――――――― 교차로에만 오면
눈에 환한 길을 지나는 교차로에서
어느새 나는 잔머리를 굴린다
신속히 가라는 통과 중인 특권을
나는 통과 전에 특권자가 된다
무사히 건너 면책특권을 받으면
버스 안에 떨어져 있어도 누가 줍지 않을
동전 한 닢 벌었다는 쾌감이 밀려와 히죽거리지만
통과 전에 신호등이 바뀌면
행여나 빨강 딱지 날아올까 봐
한동안은 꿈에서조차 불길에 쫓긴다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와 숙제는 언제나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했고
아버지 술이 담긴 주전자를 들고 걸어온 길은
아득히 멀어 가다 서다 앉아서 절반을 마셔
양조장 주인은 맥없이 도독 놈 소리를 들었다
자식들에게 인생은 서두르면 넘어지는 것이니
늘 앞 뒤 잘 보고 여유롭게 살라고 가르치면서도
내 안에 조급증은 교차로에 오기만 하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사람과 환경 등단작가 문학상 ․ 신작 ――――――――― 명상
어둠이 떠나는 시간 명상의 약을 먹으니
햇귀가 호수 위에 금빛 가루를 뿌리며
밤새 드리워진 물안개를 걷어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끊임없이 달려들어
눈에서는 악어가, 입에서는 독사가 튀어나왔다
해거름에서야 내 안에 폭풍이 잦아졌다
세상의 흙먼지를 털어 내기 위해 뒷산으로 갔다
내 귓속으로 산새들이 날아들어 와
일제히 한목소리로 산을 가져가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는 도중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길을 물었다
할머니 손을 잡고 가는 길에 촛불이 켜졌다
□ 사람과 환경 등단작가 문학상 ․ 신작 ―――――――――― 똥 꿈 바람 잘 날 없는 물속을 아무리 들여다본들 돈이 보일까마는 돈 줍는 꿈처럼 깨고 싶지 않은 꿈은 없었고 호주머니가 터져 차비를 잃어버려 캄캄한 밤 상엿집 앞을 지나다 귀신 울음소리에 도망치거나 훈련소 매점에서 남들이 먹고 있는 빵 냄새를 맡다가 침을 삼키는 꿈처럼 깨고 싶은 꿈은 없었다 지금껏 꿈보다 해몽이라고 여겼지만 내 꿈은 팔자소관을 거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도 평생 딱 하나 믿을 수 있는 꿈이 있는데 그 꿈을 꾸는 동안은 더럽고 굴욕스럽지만 그날은 메마른 영혼에 물비늘이 일었다 일등병이 해안 경비 중, 살이 찢어지는 한풍을 막아내기 위해 다섯 벌이나 되는 거지 옷을 벗다가 종종 똥을 싸버린 보상으로 몇 만 원이라도 꼭 들어왔고 아예 똥통에 빠져 버릴 땐 몇 십만 원이 꼭 들어 왔다 한데 대장암 수술을 받고 난 후로는 그런 꿈은 두 배나 잦아졌지만 맨 날 허탕이다
한데 대장암 수술을 받고 난 후로는 그런 꿈은 두 배나 잦아졌지만 맨 날 허탕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 했다 다시 꿈보다 해몽을 더 잘하자 이제 똥 꿈을 꾸지 않아도 평생 내 발목을 붙들 돈이 들어오려고 바닥을 치는 징조임에 틀림없다 이제껏 나갔으니 들어 올 일만 있다 노을빛은 황혼 때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 사람과 환경 등단작가 문학상 ․ 신작―――――――――― 모시 짜는 여인
(*2012년 네이버 아름다운 우리시 50인 선정 당선작)
여인은 모래를 씹어서 금실을 만든다
태모시의 올을 섬세하게 쪼개기 위해선
끊임없이 부리를 송곳처럼 날카롭게 갈아야한다
한필의 말이 시원한 여름을 달리기 위해선
석 되의 침을 석 달간 발라야한다
혹시 바람이라도 들어 실이 끊어질세라
여인은 세상을 닫은 움집에 갇혀 있어야한다
베틀소리가 어둠의 강을 건너 갈 때 쯤
호롱불이 깜빡 거린다
간밤에 채운 기름이 다 탔다는 신호다
동살이 찾아왔으니 이제 아침밥을 지을 때다
오늘은 서둘러서 감자를 다 캐야한다
곧 무더워지니 속히 모시 짜기를 마쳐야한다
폭포를 실고 온 산바람이 모시적삼에 스미니
지아비와 시어미의 여름밤이 꿀처럼 달다.
□ 사람과 환경 등단작가 문학상 ․ 신작―――――――――― 가족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당선 시)
가족은 온몸이 귀다
그래서 듣기를 좋아한다
가족은 온몸이 눈이다
그래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가족은 온몸이 입이다
그래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족은 온몸이 사랑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좋다면 다 주고싶다
바라볼수록 곱고
들을수록 달콤하고
말할수록 감미롭고
손을 잡으면 더 싱싱하고
껴안으면 더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