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그리는 인물화가
허성 초대전
광장동 문화의 거리 등에서 벽화를 제작해 오면서, 인물화를 비롯한 그림 공부에
더욱 집중적으로 매진해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듯하여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글 | 허성 작가노트
[2009. 11. 2 - 11. 30 인갤러리]
[인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200-1 T.02-391-1058
내가 소싯적 학교 수업시간에 줄거리와 대사를 써넣은 만화를 끄적거리고 있다가 선생님들에게 걸려서 압수를 당하고 불려 다녔거나, 스무 살 청년 시절에는 영화잡지 ‘스크린’의 부록으로 나온 달력에 매달 한 사람씩 등장하는 찰스 브론슨, 캔디스 버겐, 올리비아 핫세, 로버트 레드포드, 알랑 들롱, 스티브 맥퀸,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등의 서양배우들을 정성껏 그려서 모셔두고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 흐뭇해했던 일 따위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소중하고도 즐거운 기억이다.
그리고 40대 후반의 나이로 들어간 1999년 늦은 여름에는, 속초에서 열린 ‘제1회 강원 국제 관광 엑스포’라는 데에서 난생 처음 ‘거리 화가(행사장 화가)’를 하느라고, 입찰을 통과한 15명의 화가 동아리 <거리에 꿈을 그리는 화가들>의 구성원이 되어서 50일씩이나 머물며, 어쩌다 불행히도 나의 모델이 된 사람들이 낼 그림값 2만원의 갚음을 하느라고 각진 파스텔 조각들을 들고 졸작을 생산하며 진땀을 흘리던 그 시절은 차라리 행복했다. 그에 이어서 내장산, 경주 문화 엑스포, 여의도 벚꽃축제 따위에서도 수년 동안은 거리 화가 노릇을 계속해 보았고, 단맛 쓴맛을 겪으며 1,000명에는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의 흉상을 그려보았다. 돌이켜보면, 나보다 거리 화가 선배이며 인생 후배였던 황재종, 박병규, 박영우, 최양동 등의 사람들과 어울려 아주 새로운 맛의 인생살이를 겪던 그때가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그 시절 이후 지금껏 꼭 10년간은 그럭저럭 그림 공부를 계속해 왔고, 작년과 올해에는 서양화 개인전도 열게 되었다. 인물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해가 갈수록 더해 가고, 지난 9월부터는 광장동 문화의 거리 등에서 벽화를 제작해 오면서, 인물화를 비롯한 그림 공부에 더욱 집중적으로 매진해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듯하여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마침 ‘인갤러리’ 공진모 관장의 초대가 있기에 모아놓은 인물화 스무 점 남짓을 급히 정리하여 감히 인물화전을 시도하였다. 아직 회화적 멋의 진수를 알지 못하고 재현적 기능을 재빨리 이루는 데서 만족을 찾는 데 급급하고는 있으나, 머지않은 장래에 더욱 크게 이루리라 하는, 청년들이나 품는 ‘큰꿈품기’를 그치지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거꾸로 가는 인생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어쩌다 내 앞에 자리 잡게 되는 모델들에게 또 내 그림을 보아주는 관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리라는 각오를 다시 크게 품는다.